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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이 Jan 05. 2021

공무원이 뭐라고...(1)

공무원이 지켜야 할 가치

동주민센터에 특강을 갔는데, 이제 막 시험에 합격하고 면접을 기다리고 있는 새내기 예비공무원들이 와 있었다. 잠깐 쉬는 시간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면접 대비는 어떻게 하냐고 물어봤더니 면접을 위한 교재를 보여준다. 면접 질문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공무원이 지켜야할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예비공무원들은 전문성? 청렴? 이라고 한다.

다음 날 사무실에 와서 직원들에게 물어봤더니, 어제와 같이 청렴? 전문성? 이라고 한다.

공무원이 지켜야할 가치는 행정학개론 첫 장에 나온다. 공무원은 행정을 수행한다. 행정을 하는 기준은 행정이념 또는 행정가치에 있다. 가장 상위에 있는 행정이념은 ‘공공성’ 이다.  어떤 책에는 ‘공익’ 으로 표현되어 있다.


공공성이란 한 개인이나 단체가 아닌 일반 사회 구성원 전체에 두루 관련되는 성질을 의미한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공익’은 국민 일반의 이익을 이야기한다.

공무원은 ‘공공성 또는 공익’ 에 기반하여 행정을 수행한다. 어느 특정 개인에게 혜택을 주면 안되는 것이다. 그래서 ‘청렴’이 강조된다. 공공성을 기준으로 해야하기 때문에 공무원 행동강령이 있는 것이고, 그 안에 ‘청렴’을 규정해 놓았다는 이야기이다.

예를 들어, 용역을 발주한다고 해보자. 용역은 특정업체에 밀어주면 위법하게 된다. 용역은 공개경쟁입찰이 원칙이다. 친한 사람에게 준다던지 돈을 받거나 받기로 한 업체에게 밀어주면 안된다는 것이다.

공무원이 어느 한 자리에 오래 있을 경우 이해관계인과 특수, 특정관계를 만들 수도 있고 친분으로 인해, 혹은 친분을 이용해 사적 이득을 취할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계한다. 일정기간이 지나면 부서이동을 하도록 규정해 놓은 이유이다.

부서이동을 일정기간마다 하다보니, 행정조직 내에서 행정 관련 법규정이나 절차는 익숙하게 업무수행할 수 있지만, 전문성은 없다는 말을 듣는다. 공무원에게 전문성이 없다는 것을 비난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외국은 공무원이 계약직 형태이거나 전문직위제도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우리나라는 일반직 형태로 공무원을 채용하고 있다. 모든 인사제도는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공무원이 반드시 전문적일 필요는 없다. 전문성을 갖추어야 하는 자리는 개방하여 임기제를 채용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일자리가 부족하다보니 저마다 공무원이 되고자 노력한다. 모든 일자리가 그러하듯 공무원도 반드시 다 좋지는 않다. 생각보다 많은 민원에 시달리기도 하고, 공무원이 지녀야 할 가치에 대한 무게도 상당하다. 편할 것 같아서, 일 안해도 될 것 같아서 공무원되었다고 노골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안타깝다는 생각도 든다.

무엇보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공무원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하는 행정이념 또는 가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태풍이 불어서 재해가 났을 때 공무원은 가장 먼저 재해지역에 투입된다. 공무원은 그런 역할을 위해 존재한다. 그런데 요즘 ‘내가 왜 이런 걸 해야 하는지’ 라는 이야기들이 자주 들린다. 취업만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무슨 일이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비상동원령이 발령되었을 때 이야기이다. 행정포탈게시판에 “ ...가족도 지켜야 하는데 사무실 꼭 출근해야 하나요?” 라는 글이 올라왔다. 댓글이 매우 많이 달렸는데, 기억에 남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전쟁이 나도 출근해야 합니다. “
“새벽에 동원령 내려도 무슨 수를 써서든 출근해야 합니다. “
“시민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이 공무원입니다. 그러라고 월급주는 거에요.”
“오기싫으면 사표쓰세요. 지금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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