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연 Aug 06. 2024

새벽 수유를 하며

  아기는 위장이 작아 적은 양으로도 쉽게 배가 가득 차고 또 금세 비워진다. 그래서 자주 허기가 져 초기에는 2~3시간마다 수유가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모두가 잠든 새벽에도 몇 번씩이나 일어나 수유를 하는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제 태어난 지 40일이 넘어간 지금, 위장이 많이 커졌는지 아이는 5시간 만에 일어나 분유를 먹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2~3시간마다 일어나 낑낑대며 울었는데…. 아이는 참 부쩍부쩍 큰다. 


  어른의 몇 주는 참 의미 없이도 흘러가버릴 때가 많은데 아기의 몇 주는 몸과 마음 모두 그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부쩍 성장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길고 의미 있는 시간이다. 아이가 없었다면 나에게도 그다지 큰 의미가 없는, 같은 일상의 무료한 반복으로 채워졌을 시간들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울고 웃으며, 나에게도 그 시간들은 아이를 이만큼이나 키워낸, 아이의 성장을 하루하루 함께한, 참 치열하고 행복한,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다. 


  놀랄 만큼 힘들고 괴로웠다가 놀랄 만큼 즐겁고 신기한 시간들이었다. 오직 먹이고 재우고 씻기고 기저귀를 가는, 어쩌면 단순 반복 같은 일들의 연속이지만, 실상은 매일, 매시간 엄청나게 스펙터클 하고 특별한 일들로 가득 차 있는 하루하루. 갑자기 배고프다고 악을 쓰는 아이의 울음을 뒤로하고 다급하게 분유를 타고, 잘 놀고 있는데 문득 열어본 기저귀에 가득 찬 대변을 맞이하기도 하는. 그러다가 어제까지는 울음뿐이 할 수 없던 작은 입이 오늘은 옹알이를 옹알거리고, 어제까지는 어디를 바라보는지 알 수 없었던 눈이 오늘은 나를 바라보고 활짝 미소를 짓는. 


  왜 이렇게 힘든 일을 내가 굳이 선택했을까, 왜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힘든데도 아이를 낳을까, 그건 이렇게 힘들다는 것을 몰라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던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옆에서 쌔근쌔근 잠든 아이를 보며, 만족한 듯 즐겁게 몸을 옴작거리는 그녀를 보며, 그녀의 작고 통통한 솜주먹을 보며, 딱 다문 입과 그 양옆에 야무지게 자리한 동그란 볼살을 보며 생각한다. 이제 너 없는 삶은 생각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우리에게 와주어서 너무 고맙다고 말이다. 


  이제 점점 새벽에 수유할 일도 사라질 것이다. 이 시간도 금방 흘러가 버리겠지. 이 시간을 그리워하는 먼 훗날의 마음이 되어 더 사랑하고 더 행복하게 이 시간들을 보내야겠다. 또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는 당연히 힘든 거라고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