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고, 창업의 요람

차고 그리고 노스웨스턴의 THE GARAGE

by 크리스탈

구글, 애플, HP, 아마존, MS,디즈니 이들의 공통점은?

1) 유명하고 파워 있는 브랜드

2) 미국 기업

3) 차고에서 시작


3가지 모두, 그리고 콕 집어 3번이다.

미국의 주거 환경과 라이프스타일이 만들어낸 차고(Garage)가 미국의 힘의 근원이 되었다.


*참고 - 차고에서 시작한 6대 브랜드

https://www.inc.com/drew-hendricks/6-25-billion-companies-that-started-in-a-garage.html


차고는 어떤 공간?


미국에도 아파트가 있고, 뉴욕 같은 땅값 비싼 동네에선 차고를 가질 수 없는 사람들이 더 많겠지만, 어쨌거나 땅 넓은 미국에서는 집을 지으면 차고는 당연히 함께 지어진다. 크기도 천차만별, 차량 두대 들어갈 사이즈부터 세대 이상 들어갈 큰 차고도 있으며, 교외의 전원주택이면 차고가 두개씩 있는 경우도 흔하고, 건물 여기 저기 흩어져 있기도 하다. 모 재벌이나 배트맨처럼 수퍼카들이 줄지어 서 있는 개인용 차고를 으리으리하게 만들 수도 있다.


garage.jpg 보통은 이런 모습. 차고는 수리공간이기도 하다


luxurygarage.jpg 이곳은 차고일까 전시장일까..


미국의 차고는 단순히 주차장이 아니다. 차량 뿐 아니라 자전거, 유모차 등등 사용하지 않거나 버리기는 어려운 오래된 물건을 보관하는 다목적 창고 역할도 하고, 차량이나 각종 기기들을 수리하는 공간이기도 하며, 목공이나 각종 수작업의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작업공간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흔히 알려져 있는 거라지 세일 혹은 야드 세일은 짐을 정리하고 싶을 때 차고를 열고 벼룩시장을 여는 것이다. 수납공간이자 여유공간으로서 차고가 기능하기에 가능하다.

(럭셔리 차고에서 열리는 럭셔리 벼룩시장은 한번 경험해 보고 싶은데, 과연 그런 벼룩시장이 열릴까, 럭셔리 차고를 가진 사람이 벼룩시장에 관심을 가질 이유란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기회가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있으면 제보 바람..)


원래 목적으로 차고를 활용하는 것 외, 차고를 새로운 목적의 공간으로 변신시키기도 하는데, 취미의 방으로 만들기도 하고, 사무실이나 개인 체육관, 도서실이나 영상실로 만들기도 한다. 차고를 데코레이션 해서 파티를 열기도 하는 등, 핀터레스트나 인스타그램 같은 곳에서 garage를 검색하면 놀랄만큼 아름답고 잘 정리정돈 되어 있는 차고 사진이 넘쳐나고, 다른 목적으로 단장된 변신 공간들이 검색된다.


garageparty.jpg 저 흰색 문이 아니었으면 차고인줄 몰랐을 변신
garage-conversion.jpg 잘만 고치면 이렇게 멋진 개인사무공간이 된다
garage-gym.jpg 개인용 피트니스 룸으로 변신한 차고



미국의 차고는 가능성의 공간이다. 미국 기업을 설명하는 문구 중 꽤나 흔한 표현인 창업자 누구가 어떤 차고에서 컴퓨터 두대를 두고 XXX 사업을 시작하여..라는 것처럼 미국인들은 차고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 글의 첫머리에 등장한 여섯개 공룡 기업의 창업자들이 그랬듯, 자신의 집 차고에서, 아니면 지인의 차고를 빌려-아주 싸게!-아이디어를 꽃피우고, 기술을 개발하며 꿈을 꾸고 성공의 기틀을 다진다. 그리고 아이디어와 실험정신이 가득한 창업자에게는 럭셔리한 사무실이 아니라 컴퓨터 한두대와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실험해 볼 수 있는 공간 정도로 겸손하게 시작하는데 차고보다 더 좋은 공간은 없다.


미국은 소위 기회의 나라다. 누구라도 자신이 믿고 원하는 갖가지 신기한 시도를 하는데 거리낌이 없고, 실패 후에도 새로운 기회를 발견할 수 있도록 연결이 되는 문화 덕분에 에서 창업이 활발할 수 밖에 없다. 또한 국가의 여러가지 정책과 사회,문화적 요인들에 더해,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차고가 있다.



The Garage, 노스웨스턴의 미래


일찌감치 여유공간이자 실험의 공간으로 미국인들에게 자리잡고 있는 차고 Garage를 창업지원센터의 이름으로 만들어버린 학교가 있다. 경영학의 대가들이 포진한 마케팅스쿨로 유명한 미국의 노스웨스턴 대학은 2015년 학내에 "차고 The Garage"라고 이름 붙인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센터를 만들었다.

노스웨스턴은 원래도 경영학, 마케팅으로 유명해서 기업 출신의 학생들이 많이 진학하고, 졸업 후 기업의 마케팅, 브랜드 부서로 대접받고 가는 경우가 많은 손꼽히는 학교다. 그러니 아무래도 친기업 정서와 사업가 정신, 창업에 대한 분위기도 남다르다.

더 거라지의 담당자는 창업을 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너무 없거나 너무 많거나 하는 수준이 아니라 거의 모든 학생들이 창업을 꿈꾸고 캠퍼스 여기저기에 산재해 있어서, 이들을 한데 모아서 필요한 지원을 하고 네트워킹을 하게 만들어주면 뭔가 재미있고 신나는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비전으로 만들었다고 밝힌다.


https://thegarage.northwestern.edu/


https://youtu.be/lAOnIOD0Vkw


이 센터의 핵심은 창업가정신 Entrepreneurship혁신 Innovation이다.

이에 걸맞게 이 센터는 현재 시장에서 핫한 기술을 가지고 창업을 하는 학생들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의미있고 유익한 일을 위한 소셜 스타트업도 상당수 포진해 있다. 이곳의 공공 공간들은 워크스페이스, 회의실, 도서관, AR/VR Lab, Prototype Lab, 카페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누구나 원하는 시설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구글캘린더로 일정을 관리하며 웹 사이트에 공유하고 있다.

The Garage의 웹사이트에는 스타트업이 알아야할 각종 지식과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한 제도와 방법, 자료들이 올라와 있으며 원하는 경우 심도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해 주기도 한다.

차고를 통해 성공적으로 비즈니스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은 학생기업가도 많고, 창업의 경험을 해 본 뒤 사회로 발을 내딯는 학생들 역시 언젠가 다시 창업을 하겠다는 결심으로 이곳을 통해 얻은 경험과 인맥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garage-calendar.png 워크스페이스 예약 캘린더. 구글로 관리해서 누구나 볼 수 있다



창업의 공간을 창업의 재료로 삼다


미국을 포함해 전세계 어디든 아이디어나 기술이 전부인 창업자, 예비 창업자들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가 사업을 준비하고 만들어 낼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을 뺨치는 창업국가인 중국은 2014년부터 "대중창업 만안혁신"이라는 슬로건 아래 창업을 적극 지원하고, 매년 수십만개의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있다. 중국정부의 창업지원정책 중 창업부화기지라는 것이 있는데 일종의 창업인큐베이터로, 공간에 대한 지원이 포함된다. 사실 중국에서 더 유명한 것은 차고카페(처쿠카페車庫咖啡)라는 창업 카페다. 처쿠카페는 민간창업보육기관으로, 애플의 잡스가 차고에서 창업했다는 것에서 착안해 2011년부터 성행하기 시작했는데, 우리나라의 코워킹 스페이스와 비슷하다. 베이징의 중관춘이란 곳이 가장 유명한데 1200위안의 회비가 있고, 분기별로 50개의 회원사를 새로 선정한다. 상해의 IPO라는 곳 역시 상해시와 그 일대의 대학들에 다니는 학생들의 창업 명소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처쿠카페에서는 단순히 공간을 주는 것 뿐 아니라, IR데이를 개최하거나 각종 세무,노무,법률 관련 지원도 하고, 아이디어 있는 팀들을 연결시켜 주는 매개 역할도 하는 등, 중국 청년들의 창업을 적극 지원한다.


우리나라도 최근 거세게 불고 있는 창업 열풍과 함께 공간임대업이 승승장구 하고 있다. 창업허브나 각종 창업기관들이 가장 크게 내세우는 것 두 가지가 창업 공간 지원과 창업과정 지도관리다. 창업기관이 제공하는 공간에 입주하면 창업과정 지도까지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만큼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고 꼭 필요한 것이란 뜻이다. 재미있는 것은 최근 무섭게 성장하는 스타트업 중 절대 망하지 않는 비즈니스가 공간임대 사업이다. 창업자들의 공간에 대한 니즈를 제대로 파고들어 지속가능한 방식의 비즈니스로 만들었기에 가능한 성공이다. (공간임대업을 시작한 사람들도 차고에서 시작했을까?)


우리나라에서 승승장구하는 몇몇 공간임대 비즈니스 회사 중 The Garage와 비슷한 컨셉을 가진 곳이 현대카드에서 운영하는 스튜디오 블랙이다. 스튜디오 블랙이 다른 스타트업 대상 공간 비즈니스 업체들과 다른 세 가지는 networking, prototype lab, IT testing lab 이다. 물론 큐레이션 한 책들로 채워진 라운지 한 켠과 수면실도 멋지기는 하나, 창업 허브와 같은 공공 기관에서 제공할 법한 lab 을 갖추고 있다는 점은 IT 기반 또는 기술을 베이스로 하는 창업자들에게 매력적인 부분이다.

안타깝게도 스튜디오블랙은 차고 창업에 비할 수 없는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인큐베이팅 전문 팀을 갖고 있지는 않다. 앞으로 스튜디오 블랙이 어떤 방향으로 비즈니스를 전개해 갈지 궁금해 지는 것이 The Garage가 되기엔 투자 할 규모가 너무 크고, 고만고만한 스타트업 대상이라기엔 다소 럭셔리한 비용을 청구하고 있으며, 현재의 규모로는 더 생산적이고 활발한 네트워킹을 통한 시너지를 만들어 내기는 한계가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현대카드가 하니까 한번 기대해 봐야 하는걸까.





문득 우리나라에 구글이나 애플이 없는 것, 불과 10~20년만에 야심차면서 착실하게 성장하는 젊은 사업가와 그들의 유니콘같은 사업체가 없는 이유는 모두 "차고"가 없기 때문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지방이라면 모르겠지만 서울에서 차고가 있는 대표적 동네는 성북동과 한남동인데, 사실 그 동네 사는 사람은 굳이 차고가 아니라도 원하는 창업 공간을 얻을 여유가 충분할 것 같다. 그리고 지방 도시는 물가가 싸다 하더라도 소득 역시 서울보다 낮아서 창업에 필요한 비용 조달은 마찬가지로 어려울 것이고, 차고와 같은 거의 공짜에 가까운 공간이 지방이라고 널려있는 것도 아닐테니 서울이든 지방이든 매한가지로 어려워 보인다.


차고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든든한 보루 같은 곳이다. 우리나라의 창업자들은 대체 어디서 시작할까?

요새는 학교에 창업 동아리도 많고, 지원도 많아진 것 같다. 국가에서 창업센터를 전국에 만들어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고 있는 것도 고무적인 것 같다. 하지만 그런 기관의 지원을 받을 수준으로 어느 정도 아이디어와 기술을 개발해 놓는데도 시간과 리소스가 필요하다. 그보다 더 초기 단계의 창업자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런데 과연 차고만 있으면 우리나라에도 유니콘 스타트업이 만개쯤 쏟아져 나올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창업을 할 수 있으려면 제반 사항이 그에 맞게 판이 짜여 져 있어야 한다. 그 판을 만들어 가면서 부딪히는 창업자들도 있고, 어느 정도 조성된 환경에 발을 담그는 경우도 있겠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차고에서 시작해 창고에서 끝나는 실패를 겪더라도 다시 도전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는 것.

어떤 시스템도 하드웨어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돌아가게 하듯, 생각과 태도, 문화가 창업에 맞게 재편되어야 하지 않을까. 모든 것은 서로 유기적으로 얽혀있고, 결정적으로! 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차고가 주는 부담없음과 자유로움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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