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있는 브랜드입니다

신뢰란 주어지는 것

by 크리스탈

브랜드를 살펴보다 보면 속성 중 '신뢰' 가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다. 종종 브랜드 에센스를 신뢰로 설정한 기업이나 브랜드도 만난다. 신뢰는 모든 관계에서 중요하고, 특히 B2B나 금융 같은 업종에서 이 단어는 목숨을 걸고도 가져야 하고 사수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생각을 현실로 만드는가는 별개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대체 신뢰란 무언가, 언어적 정의를 찾아보기 위해 신뢰 trust 를 구글에서 쳐 보면 이렇게 나온다.


firm belief in the reliability, truth, ability, or strength of someone or something

대상(사람 또는 사물)이 가진 힘, 능력, 진실, 든든함에 대한 확고한 신념.

"relations have to be built on trust" 관계는 신뢰에서 비롯한다

synonyms : confidence, belief, faith, certainty, assurance, conviction, credence;

reliance


대상(사람 또는 사물)이 가진 힘, 능력, 진실, 든든함에 대한 확고한 신념.

그렇다. 신뢰는 상대가 가진 심리적 물리적 자질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다. 뭘 어떻게 해야 상대가 우리 브랜드에 대해 이런 강한 신념에 이를 수 있을까?



영원한 미래형 재화


어떤 브랜드입니까? 라고 물었을 때 신뢰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으면 와..하는 감탄과 어휴..하는 걱정이 함께 든다. 신뢰는 내가 갖고 싶다 해서 가질 수 없는 특질이기 때문이다. 내가 신뢰합니다라는 표현은 신뢰하는 상대가 있다는 것이지 나 스스로가 신뢰의 대상이란 뜻이 아니다. 고객으로부터 신뢰받는 브랜드, 고객의 신뢰를 지키는 브랜드..뭐든 좋다. 그 모든 것의 주체는 상대방, 고객이다.


그런데 내가 신뢰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 신뢰의 주체가 아니므로 손 놓고 있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더 열정적이고 성실하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 그러한 기업의 행동 과정을 고객이 관찰하고 필요시 참여하면서 브랜드에 신뢰를 줄지 말지 결정한다. 신뢰를 주는 것은 고객이지만, 받을 만한 행동과 모습을 만드는 것은 브랜드 자신이다. 그래서 가장 수동적인 특질인 동시에 가장 적극적인 background activity를 동반한다.

그런 맥락에서 브랜드 스스로 만들어 간다고 생각하고 속성에 신뢰를 넣는지도 모르겠다.


신뢰를 얻거나 받게 되는 과정은 하루이틀의 짧은 시간 속에서는 불가능하다. 또한, 과거의 내가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모습이었냐에 따라 오늘 내가 신뢰를 받을 수 있는지 결정되고, 오늘의 내가 하는 행동들이 미래의 신뢰를 가능하게 한다.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지 오늘 잘 한다고 내일 내가 신뢰받는다는 보장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과거를 통해 미래가 결정되는 영원한 미래형 재화가 신뢰다. 이론적으로 기업은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조금이라도 덜 신뢰받고 있다는 느낌, 신호가 오면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브랜드의 속성에 신뢰를 넣어 두거나 브랜드 에센스를 신뢰라고 설정했다면 그 브랜드는 다른 어떤 브랜드와 비교할 수 없는 큰 꿈을 가지는 것이고, 영원한 배고픔에 시달리는 에리시크톤(Erysichthon)이 된다.



신뢰의 4요소


신뢰 Trust 를 얻기 위해 먼저 갖춰져야 할 요소들이 있다.

기업이 갖춰야 할 기본 자질이라 볼 수도 있고, 어떤 유형이던 시스템이나 플랫폼이 갖춰야 할 기본 구성 요소로 볼 수도 있는 것인데, 투명성 (Transparency), 효과 (Effectiveness), 연계(Engagement), 적법성 (Legitimacy) 의 네 가지다.


1) 투명성 Transparencty

정직성 Honesty이라 할 수도 있는데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거나,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보다 포괄적인 개념으로서 투명성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기업활동의 투명성은 선진기업들이 높은 수준으로 갖추고 있는 덕목으로 고객과 시장에 필요한 정보를 조작없이, 있는 그대로 전달하며, 내부 기업활동에서도 정보와 리소스의 확보, 활용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합의되는 것을 말한다. openess, timeliness, completeness, reviewability, compliance 등의 지표로 판단할 수 있다.


투명성이 낮은 기업들은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고, 기업 활동의 행보를 예측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제품서비스의 안전성이나 퀄리티의 보장이 어렵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물론 기업의 특성상 모든 부분을 투명하게 공개할 수는 없지만-영업비밀이란 것도 있고-가능한 최대한 많은 정보를 공개하고, 고객과 시장에 커뮤니케이션 할 수록 신뢰를 얻을 가능성이 커진다.


그런데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 나라마다 다른 정치경제 체계에 따르면서 각 국가별 다른 운영 양상을 가지게 되고, 이것은 기업의 투명성에 의문을 갖게 만든다. 각 국가별 기업에 요구하는 투명성 수준이나 검증을 위해 요구하는 자료, 구비할 시스템 등이 당연히 다르다. 그리고 그에 따라 대응 양상이 각기 다른 것도 당연하다. 그러니 하나의 기업으로 볼 때, 여러 국가에서 운영하는 모습들이 다르다는 사실이 먼저 보인다. 이는 다양한 국가별 제도적 특성과 경제사회환경을 감안하지 않고 특정 수준의 투명성을 일관되게 주장하는 경우 일어나는 일이다.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과 논리를 갖추는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2) 효과 Effectiveness

제품서비스가 충분히 고객을 만족시키고, 제 기능을 다 하는지는 신뢰형성에 아주 중요하다. 브랜드는 보통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에센스를 각인시키고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물리적 매개체로서 제품서비스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기업이 기대하는 효과를 충분히 확보할 수 없어진다. 이는 사실 기업 뿐 아니라 국가기관이나 개인에서도 마찬가지다.


작년 겨울 조류독감이 번지면서 방역체계가 무너졌음을 알게 됐다. 엄청난 수의 가금류를 생매장해야 했고, 이로 인해 시장에서 닭의 가격이 뛰었다. 필요한 체계나 시스템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면 신뢰를 얻는 일은 포기해야 한다. 방역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최소한의 살처분으로 진정될 수 있었으나 기대했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시스템은 결국 어마어마한 댓가를 치르게 했고, 국가에 대한 신뢰도 많이 떨어졌다.


3) 연계 Engagement

신뢰의 요소로서 연계는 항상 고객을 모든 일의 출발점으로 놓고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 성공을 이끌도록 지원하는 태도이자 mind set 이다. 적극적으로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이해하며 해결해 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고객 가까이에서 이야기를 듣고 소통하지 않으면 어렵다. 그 과정에서 고객이 느끼는 친밀감이 더 커지고, 단순히 거래관계의 편의와 같은 의무적, 기계적 배려 뿐 아니라, 진심으로 삶에 engaging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친근성 Intimacy 을 중요 항목으로 간주하는 경우도 많은데, 친밀도가 설명하는 바에는 한계가 있다. 친밀도가 높아도 신뢰가 높지는 않을 수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친근함은 당연히 좋은 지표이고, 높을 수록 긍정적 연상과 관계 구축에 유리하기는 하지만, 신뢰에 보다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친근함을 포함한 실제 기업의 행동과 드러나는 의도이며, 고객과의 관계를 전제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회사 또는 브랜드가 고객과 친밀도가 아무리 높아도 고객을 이해하고 입장을 생각해서 사려깊은 정책을 만들고, 제품서비스를 통해 고객에게 의도와 진정성을 전달하지 못하거나, 고객의 삶에 연계되지 못한다면 친밀도가 아무 소용이 없어진다.


4) 적법성 Legitimacy

적법성은 사실 의외의 요소일 수 있다. 몰라서가 아니라 너무 당연해서다. 기업이 법을 지키지 않으며 경영활동 자체를 할 수 없는데, 그것이 굳이 신뢰의 요소인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수 없이 많은 기업들이 편법을 쓰고, 불법적인 행위에 가담하거나 적극적으로 불법을 저지르는 사례를 많이 보고 있다.


예를 들어 E 그룹이 직원들의 급여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것만 해도 과연 그렇게 큰 회사가 설마 그런 짓을 할까? 했었지만 사실임이 드러났다.

거의 전 국민들이 분노하고 성토하면서 그나마 밀린 급여를 받았다고 하는데, 그 회사가 치른 댓가는 단순히 밀린 급여를 주려고 급전을 마련한 금융비용 뿐이 아니다. 시장과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잃은 것이 가장 큰 손실이다.



위 네 가지 요소가 잘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것은 설계도를 그리고, 그에 따라 집을 지어가는 과정과 비슷한 것 같다. 집을 지으려면 반드시 필요한 설계도와 자재, 장비, 그리고 기술자들이 서로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제대로 하며 한 단계씩 완성시켜 감으로써 마지막 지붕을 얹고 집이 완성되 듯. 브랜드도 결국 그런 차근차근한 과정과 필수 요소들이 어울려 제 역할을 할 때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신뢰는 하나씩 차근차근 쌓아가는 것. 잘 지은 집은 무너지지 않는다



업종을 옮기며 경험한 신뢰의 강도


소비재를 하다가 금융으로 갔을 때 처음 느꼈던 충격은 너무나 보수적이라는 것과 고객의 신뢰, 업계 신뢰, 신뢰성 있는 기관..등등 무슨 일을 하던 신뢰가 모든 대내외 커뮤니케이션에 밥 먹었어? 하는 수준으로 자주, 흔하게, 아무렇지 않게 나온다는 것이었다. 그 경향은 B2B에서도 동일했다.

물론 금융업은 직접적으로 돈을 다루는 업종이라 시스템의 작은 변화나 실수는 고객에게 어마어마한 피해를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에 보수적이고, 안정성이 확실히 보장되는 일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B2B 분야는 대량구매를 하고, 구매를 통해 새로운 revenue 창출이 걸려 있기 때문에 보수적인 기준으로 브랜드를 평가하고 판단한다. 그래서 대표적으로 회사, 기업브랜드의 신뢰가 가장 중요한 산업분야가 대표적으로 그 두 부문이다.


소비재산업에서도 신뢰는 중요한 문제이지만, 제품 단위에서는 신뢰보다는 제품 본연의 가치나, 경쟁 브랜드와의 차별성, KBF를 더 많이 이야기 했고, 신뢰는 기업브랜드를 다루는 전사 홍보팀에서 주로 말하는 주제였다. 그런데 회사 전체가, 모든 상품서비스를 이야기할 때 마다 신뢰 운운하는 것이 생소했고, 아무리 금융이 "돈" 비즈니스를 하기 때문에 신뢰를 중요하게 내세운다지만 어떻게 모든 메시지가 일관되게 신뢰밖에 없는지, 금융에도 상품서비스가 있고, 고유의 특성이나 상품별 차별점, 회사별 차별점도 있는데 그게 별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저 습관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도 있었다.


그런데 소비재는 신뢰가 필요 없는가? 그렇지 않다. 소비재에서 신뢰를 잃은 수많은 기업들이 파산하거나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다만 입게 될 피해의 파급력이나 속도, 규모가 상대적으로 낮거나 간접적인 경우가 있어 덜 강조되는 것 뿐이다. 그리고 그러한 업종별 특성이 동일하게 중요한 신뢰라는 특성을 금융업 같은 분야에서 일종의 프로파간다처럼 소비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금융업의 신뢰 수준은 거의 꼴찌에 가깝다.


소비재산업에 대한 신뢰가 은행,금융서비스 업종보다 훨씬 더 높다



금융회사에 있을 때 느꼈던 아쉬움은 신뢰를 금과옥조로 생각한다고 말은 하는데, 실제로 고객의 신뢰를 얻거나 유지하기 위해 하는 행동이나 정책은 말 만큼 자주 발견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고개를 갸웃하게 하거나 아니다 싶은 의사결정들이 많았다. 무엇이 더 고객에게 이득이 되는가, 고객을 이롭게 함으로써 회사가 이득을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나, 고객에게 얻은 신뢰를 공고하게 하기 위해 고객을 위해 무엇을 더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발견되지 않았다. .


모든 기획서에는 항상 고객의 신뢰가 들어가는데, 실제 상품을 출시하거나, 리뉴얼을 할 때는 항상 회사의 손익만을 따진다. 회사가 손익을 잘 내기만 하면 고객이 그것으로 이전 대비 얼마나 손해를 보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기존의 정책에서 혜택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할 때, 그 변화를 고객이 알아채지 못할 것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었고, 고객에게 별 이득은 없지만 회사에 이익이 되니 무조건 하자는 경우도 봤고, 예전만큼 회사에 이익을 가져다 주지 않으면 서비스나 혜택을 순식간에 없애거나 줄이는 경우도 많이 봤다. 정말 고객이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멍청한 것이고, 알아도 어쩔거야 라고 생각한거면 뻔뻔한 것이고, 알아도 이해해 줄거라고 생각했다면 나이브하고 이기적인 것이다. 그 어느 것에도 고객이 느낄 기분이나 회사에 가질 신뢰에 영향이 올 거라고 생각하고 내린 결정은 아니기 때문이다. 고객은 말로만 존재할 뿐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가 소위 포인트제도와 부가서비스 혜택이다. 금융은 상품이 intangible하기 때문에 상품을 이용함으로 얻는 혜택이 금리가 아니라면 부가서비스나 포인트로 주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모든 포인트 약관이나 부가서비스 약관은 회사가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이 붙어있다.


포인트는 유효기간이 있어서 기간 내 사용하지 않으면 회사에 귀속된다. S사는 포인트를 낙전 수입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업계 최다 포인트 적립처를 만들어 두었고, 덕분에 개인별 차이가 있겠지만 수십수백만점을 쌓은 고객도 있었다. 신용카드를 만들어 열심히 사용하지만 유효기간이 지날때까지 포인트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고객이 엄청나게 많았기 때문에 가만히 두면 포인트는 그대로 회사의 수익이 되었던 것이다. 회사는 포인트를 쌓아준다며 가입을 유도했지만 결코 사용하라는 권유도 하지 않았고, 감히 포인트를 사용할 생각도 할 수 없도록 사용방법 따위 알려주지 않았다. 포인트란 것이 언제 존재했느냐는 듯 입 닫고 조용히 있다 유효기간 만료한 포인트를 회사의 수익으로 만드는 일을 오랫동안 하고 있었고, 그것은 회사가 이야기하는 신뢰나 고객만족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것에 대해 지적하지 않았고, 틀렸다는 것을 인지하지도 못했으며, 오히려 당연하게 가져가야 할 수익으로 간주하는 행태를 수년간 해오고 있었다.


H사가 포인트로 대대적으로 마케팅을 시작하기 전, 팀에 함께 일하던 대리가 분석해 내놓은 전략방향은 향후 부가서비스를 줄이고 포인트로 마케팅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해외 선진시장을 봐도 추가매출의 근거이자 고객의 충성도 확보 기제이며 Lock-in효과에서 포인트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아냈고, 그 방향에 대해 보고를 했었다. 하지만 왜 회사가 당연히 가져야 할 수익을 포기해야 하느냐는 반응을 보고 어떤 말로도 설득이 안되겠다는 난감함을 느꼈다.

그러다 H사가 포인트를 내세워 공격적으로 영업을 하면서 시장점유율을 뺏아가기 시작하자 뒤늦게 부랴부랴 포인트제도를 대대적으로 광고하고, 사용을 독려하기 시작했다. 포인트를 쓰기 위해 카드를 추가로 더 쓴다는 것을 알게 됐고, 포인트를 한 곳으로 몰아서 더 크게 사용하면 transaction당 매출 규모가 눈에 띄게 커 진다는 것도 알게 된 것이다. 결국 S사가 움직인 이유는 H사 덕분에 여태껏 조용히 챙겨온 수익이 사실은 고객의 것이었음을 고객들이 알게 됐고, 그것을 요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를 증명하듯, 브랜드 트래킹 지표상 H사의 승승장구 시기에 S사의 신뢰도는 조금씩 하락했고, 그해의 브랜드 Health Index도 하락했다.


구겨진 종이는 다시는 처음처럼 빳빳해지지 않는다. 신뢰도 그러하다.




모두가 신뢰를 말하지만 아무도 진짜를 말하지 않는다


랜덤하게 회사들의 홈페이지에 가서 회사 소개를 보면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하는 문구를 흔히 볼 수 있다. 그 믿음과 신뢰는 대체 누가 누구를 믿는다는 뜻인가? 회사가 고객을 믿는다는 뜻인가? 고객이 회사를 믿는다는 것인가? 애매하다. 그럴듯한 단어들이고, 전문적이고 좋아 보이니까 썼을 것이다. 회사는 당연히 믿을만한 존재여야 하고 그런 맥락에서 무난한 표현들을 고른다. 그런데 그렇게 써 놓으면 혹시 그 글을 읽어야 하는 사람들도 그다지 의미를 두지 않고 읽고 잊어버리거나, 아예 읽지도 않는 쓰나마나 한 문구가 된다.

비싼 돈을 들여 카피라이터에게 쓰게 했건, 내부 직원이 한 시간 만에 대충 썼던 어쨌든 그 문구들은 회사의 공식 홈페이지나 커뮤니케이션 매개체에 공공연하게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아무도 관심없고,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 글을 쓰기 위해 시간이나 돈을 들인다는 것은 낭비다. 그런데 기업활동에 가장 중요한 신뢰를 이야기하면서 거의 백이면 백 모든 회사들이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헛수고를 한다.


처음보는 또는 몇 번 만나지 않은 상대에게 나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라고 말 한다면 상대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소셜라이징을 하는 자리에서 상대가 그런 이야기를 한다면 필시 둘 중 하나다. 술에 취했거나, 정말 절박하게 사기를 치려는 의도가 있거나. 그런 이야기를 듣는다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 머리속에 빨간 불이 들어오며 알람이 울릴 것이다. 연인 사이에 가장 믿을 수 없는 말이 오빠 한번 믿어봐이고, 사기꾼이 가장 흔하게 하는 말이 한번 믿어 보시죠 라는 것은 흔히들 하는 이야기 아닌가? 그런데 기업이 홈페이지에 그런 문구를 써 놓으면 그것을 읽는 고객 또는 잠재고객이 과연 훌륭한 회사라고 생각할까, 정말일까 라고 의심을 할까, 아니면 뭐 늘 하는 소리 써놨네 하며 사이트를 닫을까?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기계적으로 늘어놓는 일은 신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신뢰를 드립니다, 신뢰할 수 있습니다 하는 이야기를 써 놓느니, 차라리 신뢰의 4가지 요소에 해당하는 기업의 사례를, 브랜드의 실체를 말해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만약 우리는 고객이 원하는 무엇을 24시간 내에 해결해 드리지 못하면 환불해 드립니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환불해 드린적은 없습니다라고 써 놓은 것을 본다면 정말? 하는 호기심과 설마..하는 의문이 다 들지언정, 아무 의미없이 넘어가는, 클릭만 한번 더 해야하는 페이지로 잊혀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의문이나 호기심에서 시작하고, 그것을 체험하게 된다면 그것이 신뢰에 한발 더 가까워지는 방법이다.







얼마 전 개인적으로 기업의 신뢰와 관련된 일을 하나 겪었다. 그 과정에서 여러가지 모습을 보았고, 규모가 어
떻던, 어떤 비즈니스를 하던 신뢰는 정말 얻기 힘들고, 잃기는 쉬운 것이라는 교훈을 다시 새겼다.

요즈음 디지털 경제가 겉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는데 반해 신뢰는 점점 더 발견하기 어렵다고 느껴진다.

비단 기업 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서 가장 귀한 자산이 되어 가고 있다. 여기저기서 쉽고 빠른 해결책, 디지털이면 모든 것이 가능할 것 같은 장미빛 미래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럴 때 일 수록 더더욱 오래 걸리는 신뢰 구축의 길을 제대로 한걸음씩 걸어갈 태도와 시스템, 의지를 갖추고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무쇠 솥에 밥을 하듯 천천히 완성되어 가는 신뢰를 쌓는 프로세스를 꼬박꼬박 지켜가는 브랜드라면 오늘도, 내일도 믿어도 좋다.


링컨이 말했다.

"The people when rightly and fully trusted will return the trust."

완전히, 제대로 신뢰를 받은 사람들은 자신이 받은 신뢰를 돌려준다.


기업이, 브랜드가, 제품이 신뢰를 받고 싶다면 고객들이 제대로 신뢰할 수 있게 행동해야 한다. 브랜드가 먼저 고객을 믿고 고객이 원하는 가리키는 곳을 앞장 서 걸어간다면 고객들은 브랜드를 믿고 함께 길을 갈 것이다.

그러나 easier said than done , 문제는 항상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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