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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탈 Feb 13. 2018

성장이냐 성공이냐

일은 실패부터 시작한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 들어오기 전 면접을 볼 때 몇번이나 받았던 질문이 "실력이 모자란 사람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였다.

예전에도 지금도 생각하는 답은 하나다.


"일로 성장 시켜야죠"


그럼 상대는 실수를 하면 어떻게 하냐고 항상 묻는다. 실수까지 받아들여야 성장하는 거라고 답을 하면 뭔가 부정하지는 않지만 마뜩치 않은 반응을 보인다. 실수를 허용한다는 개념이 우리나라에선 매우 낯설기 때문이다.


이전 회사에서 좋았던 단 한가지는 실수를 용인하는 문화였다. 물론 항상 일정하게 지켜진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실수를 통해 배운다는데 동의했고, 같은 실수를 하지 않는다면 실수는 큰 배움이 되고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했다. 실패 할 자유가 있으면 마음 놓고 최선을 다 해 볼 수 있어 성공할 가능성도 높다. 반대로 실패 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사람은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하기 보다 안전한 선택을 하게 마련이고, 그럴 경우 안전한 중간치의 결과에 안주하게 된다. 가장 불행한 케이스다. 일을 더 잘해보고 싶어서 노력하는데 항상 뒤가 켕기는 결과만을 얻게 되는 일이 반복되면 완전히 포기하고 안주하거나, 조직을 떠나게 된다.




일을 하면서 막다른 골목에 부딪힐 때가 많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계속 쳇바퀴 돌리고 있는 것 같은 불안함과 나만 뒤쳐지는 느낌에 계속 켕기고 회사 외 다른 대안은 없는지 고민된다. 그럴 때 해야 할 일은 회사를 때려 치우고 유학을 가거나  회사를 때려 치우고 세계 일주를 가는 것이 아니다.

다니던 회사를 더 열심히 다니거나, 더 많은,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옮기는 것이다.


지금도 지긋지긋한데 왜? 라고 생각한다면 자신이 일을 통한 성장을 원하는 사람이 아님을 깨닫고 일찌감치 사직서를 쓰는게 좋다. 그게 아니라면, 일을 더 잘하고 싶은데 안된다거나, 일을 잘 하는 사람을 보면 샘이 난다거나, 잘 된 일을 보면 그보다 더 잘 해보고 싶다거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 한편으로 슬그머니 열등감 비슷한 느낌도 들고, 난 여태 뭘 했나 후회도 되고 한다면, 그 때 해야 할 일은 더 가치 있는 일, 더 많은 일, 더 새로운 일을 찾는 것이다. 과감하게 더 나은 방식,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고 실패를 겪을 때 성장할 수 있다. 늘 실패만 해도 좋다는 뜻은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 실패해 보는 것은 열번의 작은 성공들보다 훨씬 값질 수 있다.


조직의 보스나 사장님 등 책임자들은 신입사원, 주니어들이 대체 언제 커서 내가 "대신" 쓰고 있는 기획서를 척척 쓰게 될까? 일일이 단계단계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알아서 일을 도모해 오고, 디테일을 안챙겨도 일을 진행시킬 수 있게 될까 궁금해 한다. 그런데 그런 한숨 섞인 시선을 받는 상 주니어 역시 마음 속엔 부글부글 욕심과 불만이 끓는다. 잘 하고 싶은데 잘 안되는 일들, 왜 남이 하면 멋진데 내가 하면 초라한지, 보기에는 쉬워 보였는데 실제는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것이 없는 이상한 일들.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며 스스로 여기가 끝인가보다 하며 포기와 집념의 갈림길에 서게 되는데, 이 과정에는 본인과 주위의 콜라보가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자신이 포기하더라도 자신의 주위가 포기하지 않아서, 억지로라도 무언가를 계속 하게 되기도 하는데, 거기다 또 운이 좋아서 조금씩 실마리를 잡아 가면, 풀 죽었던 근성이 다시 살아나며 해볼까 하는 투지, 용기, 결심이 생기기도 한다.

포기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는 말이 이 경우를 두고 하는 이야기인데, 대체 포기는 뭐고 아닌건 뭘까 싶지만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되면 절실히 느낀다. 포기해도 끝까지 포기하지는 않는 것, 나를 포기하지 않는 내 근성이나 나를 포기하지 않는 주위 사람들을 갖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된다.


일을 통해 배우고 성장한다는 것은 기저에 실패가 바닥돌처럼 깔려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나는, 우리 회사는 실패해서는 안되고 그럴리도 없다는 강박과 자만심을 내려 놓고 최선을 다해 해보는 것이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 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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