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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탈 Feb 10. 2018

사람을 키우는 시간

꾸준함의 힘

사람을 키우는 일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초중고대학교까지 마치는데 16년이다. 거기에 대학원을 더하면 18년은 금방이다. 그 시간 동안 지식은 물론 경험을 쌓고 관점을 만들며 책임감과 신뢰를 배운다.

그렇게 오랜 시간 걸려 만들어진 사람이 조직에 들어가서 바로 할 수 있는 일이 조직이 원하는 돈버는 일, 비전을 실현시켜 가는 일이냐면 그것은 또 아니다. 조직에 들어가면 다시 걸음마부터 시작한다. 업무지식과 기술을 배우고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1차 방정식을 풀다가 3차 함수나 복잡한 컴퓨터 언어로 설계를 할 수 있게까지 걸리는 시간을 생각해보면 신입사원이나 경력이 짧은 직원들이 맡은 일을 처음부터 윗사람의 기준대로 훌륭하게 한다는건 그저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가능성을 보여주고 일부분의 성과를 내는 정도가 현실적으로 제법 일을 잘 한 결과다.

그래서 가르쳐주지 않고 일 시키는 것을 싫어한다. 윗사람으로선 해보지않은 일을 잘해줬으면 하고 희망할 수 있겠지만 그건 망상일 뿐. 그르치지 않고 작은 부분을 달성하고 뭔가를 배우면 일단 성공이라 생각한다. 그런 성공과 실패의 경험이 쌓이면 실력이 되고, 어제는 어려웠던 문제가 오늘은 덜 어렵거나 실마리가 보이게 되면서 성장한다. 그리고 항상 가능성에 집중해서 다음을 더 잘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상사 보스 또는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할 일이다.

그런데 한꺼번에 모든 일을 다 시키면서 다 잘하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양이 있듯 소화해 낼 수 있는 일의 양이란게 있고, 해낼 수 있는 지력과 경험치란걸 생각하면 급하다고 모든 걸 잘 하라고 던지는건 옳지 못하다. 아무리 급해도 바늘허리에 실을 매어 쓸 수는 없다. 바늘 귀에 꿰어 한땀 한땀 떠야 일이 엮이고 모양새가 잡힌다.

얼마전 이런 생각을 했다.
한겨울 추위에 벌거벗고 있는데 천이랑 바느질 도구가 있다. 뭘 만들어 걸치는게 좋은가? 당장 웃도리 아랫도리 신발 모자 다 필요한데 제대로 만들 줄은 모른다면? 손은 하나고 하나씩 만들 수 밖에 없는데  제일 먼저 무엇을 만들어야 하나? 뭘 만들기보다 천으로 몸을 둘둘 감고 추위를 견디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그런데 그 몰골은 정상적인 모양새가 아니니 어디 가서 사람 취급받기 어려울 것이다.

그럼 어찌하나? 일단 제일 작고 만만해 보이는 걸 시작한다. 시린 발에 신을 양말이나 아랫도리 가릴 치마라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는 그 다음에 윗도리를 만들고 모자도 만들어쓰면 얼어죽는 속도를 일단 조금 늦출 수 있다.
양말을 만들어 신고 동상의 위험에서 벗어나면 그 모양으로 버티려는 사람이 생긴다. 사람 대접 받고 제대로 활개치려면 위아랫도리 제대로 만들어 입고 다녀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설득해야 한다. 양말보다 자켓이 만들기 어려울테니 가르쳐야 할 것, 보여줘야 할 것이나 챙겨야 할 것이 많다. 시간과 노력, 에너지가 무한대로 들어가는 일이다.

무언가를 배우고 익히는 일이란 하거나 하지 않거나일 뿐, 적당히 하다가 말다가 해서는 되지 않는다. 그러니  시간이 걸리고 변화의 모습을 빨리빨리 확인하기 힘들다. 그래서 주위에서 보기는 한심해 보일 수 있고 대체 뭘 하기는 하는거냐고 의심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신우일신 매 순간 목표한 것을 계속 하면 어느새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보게 된다. 느리고 답답하더라도 꾸준한 것을 이기는 경우는 꾸준한 탁월함 외에는 없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꾸준한 탁월함은 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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