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유리천장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크리스탈 Sep 13. 2017

리더십과 자기기만

계획 말고 실행

직전 회사를 다닐 때, 리더십으로 챌린지를 받았다. 사실 회사의 모든 팀장,임원들이 매년 리더십 서베이 결과에 고통을 당했으니, 그저 업무처럼 지속되는 회사 생활의 일부라고 하는 편이 더 맞을 것도 같다.


브랜드팀을 새로 꾸려 입사를 한 경우라, 주어진 과제도 크고 부담스러웠고, 기존 & 신규 합류하는 팀원들의 경력 편차가 커서 팀원들을 제대로 트레이닝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그들이 한번도 해 보지 않았던 일이나, 경험하지 못 한 타임라인, 완성도를 요구했다. 다들 내가 보기엔 잘 따라와 주어서 괜찮은줄 알았는데 실상은 달랐다.

그러다  회사 차원에서 대대적인 리더십 함양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매년 팀원들과 peer를 선정해 리더십에 대한 평가를 하고,  결과가 나오면 모두 단체 교육에 들어가 결과에 대한 해석을 듣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워크샵을 했다. 나는 결과지를 보고서야 내가  가진 리더십이 회사의 사풍이나 조직문화에 그다지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고, 팀원들이 아주 힘들어 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사실 꽤나 충격이었고, 나를 어떻게 바꾸고 무슨 행동을 해야 할지에 대해 생전 처음으로 밤잠을 설치며 고민을 했다.


그런데 두 번쯤 그 프로세스를 거치다 보니, 몇 가지 행동을 바꿈으로서 문제가 되는 부분의 지표를 내릴 수도 있고, 원하는 부분의 점수를 올릴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고, 실제 자신의 모습과 상관없이 점수로 평가하는 것의 함정도 깨달았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이때의 챌린지와 경험들은 내게 도움이 되었다. 내가 모르던 나의 모습을 알게 했고, 내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는 없어도 최소한 어떤 식으로 행동하거나 행동하지 않음으로써 문제를 최소화하거나, 더 나은 대안을 찾게 도와주었다. 밖에서 보기엔 예전보다는 다소 원만해진 사람으로 보일 것도 같다.



리더십 개선은 대략 이런 프로세스로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교육까지 다 받은 뒤, 리더십을 개선하기 위해 실제로 구체적 행동을 하는 것이다.

설문결과에는 자신의 어떤 행동이나 생각이 갈등을 일으키는지, 관계지수를 낮게 만드는지는 구체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설문에 오픈 문항이 있지만 거기 자세한 이야기를 써 주는 경우는 별로 없어서, 나름대로 대충 감을 잡고 팀원/조직원과 미팅을 하거나, 윗사람, 동료와 커뮤니케이션 해서 고칠 행동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까지는 다들 잘 한다. 행동 단계에서 사람마다 편차가 생긴다.


예를 들어 팀장이나 리더의 커뮤니케이션 양이 적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한다면, 개별 또는 단체와의 소통 시간과 소통 컨텐츠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 그에 대한 구체적 행동이란 최소한 밥이라도 한번 더 같이 먹으며 업무와 회사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제언이나 조언을 일단 경청하는 것이 액션 플랜이 된다.

내 경우 성과에 대한 기대 수준과 평가 기준이 너무 높아 그것이 리더십에 마이너스가 되는 요소로 나타났다.

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내가 교묘한 논리와 근거로 팀원들에게 내 주장을 관철시켜 일을 하게 하고, 항상 타임라인이 빠듯해서 번아웃을 부른다는 것이다. 이후 가능한 팀원들 이야기를 경청하고, 타임라인을 팀원들이 먼저 정하게 하고 그를 위해 관련된 다른 프로젝트 일정이나 과제 수준도 함께 조율하며, 목표 설정에 대한 협의도 함께 했다. 솔직히 매.우. 힘들었다.

이 과정이 쉽지 않았던 이유는 내가 기존에 맞다고 생각해 온 일의 방식, 성과 수준에 대한 기대치를 버리지 않으면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전에 다닌 여러 회사들에서 일을 진행하던 속도나 완성도에 대한 기대치, 평가 수준 등이 거의 비슷했고, 그러다보니 그것을 기준점으로 삼았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고 인정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니, 일에 대한 생각의 틀을 다 새로이 만들어야 했던 것이었다.



말로 천냥 빚은 갚아도 자신을 바꾸지는 못한다


그런데 행동 계획만 세우고 실제 실천을 하지 않는 사람도 많았다. 그보다 더 문제는 계획을 세우고는 자신이 이미 행동으로 실천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자신의 문제가 이미 다 해결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었다. 특히 그 사람이 임원급일 경우는 문제가 정말 심각해 진다.

이런 사람들은 번번이 무엇을 하겠다고 계획은 아주 장황하고 상세하게 세우며 내부 조직내 리뷰까지 하는 등 대단한 의욕을 보인다. 그러나 그 중 하나도 실천하지 않으면서, 본인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가 매년 나빠지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한다. 최악의 경우, 조직원들을 불신하고 의심하며 염탐, 이간질을 하기도 하며, 이런 행동들은 조직 간 신뢰를 폭파시켜 버린다. 직원들끼리 서로 누가 무슨 말을 했나 의심하게 되니 말 조심을 하게 되고, 커뮤니케이션이 줄어든다. 그러다보니 오해가 생기면 풀기가 쉽지 않고 꼬이기만 한다.


그리고 말과 계획에 집중하는 경향은 비단 리더십 뿐 아니라, 업무적인 면에서도 동일했다. 잘 모르는 분야나 업무에 맞닥뜨리면 충분히 이해하고 도움을 받을 생각을 하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업무를 잘 이해할 수 있다라는 이야기를 듣고난 뒤, 자신이 이미 그 업무를 안다고 말하고 행동한다. 옆에서 보면 매우 경이로울 지경인데, 본인은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



역시 고양이가 더 현명하다



보다 못해 그런 상황에 대해 최대한 예의를 지켜 알려주면 보통은 인정하지 않는다.

일단 가장 먼저 보이는 반응은 본인은 전혀 몰랐다이며, 매우 놀라는 모습이다. 내가 경험한 한 사람의 경우, 한동안 말을 잘 잇지 못하는 정도였는데, 지적 받은 충격이 커서인지, 실제로 그렇다는 깨달음 때문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 이후 행동의 변화가 있었다면 아마 깨달음이었겠지만, 행동의 변화가 없고, 오히려 자신이 세우고 지키지 않는 계획에 대해 이야기 하는 사람이 있는지 살피고, 찾아내서 개인면담을 하며 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추궁을 한 것으로 봐서는 전자였을 듯 하다.


오늘 본 테드 강연 중 이런 증상과 같은 이야기를 하는 클립이 있어 퍼왔다.

무엇을 하기로 했다고 말하고는 실제로 하고 있다고 여기는 것, 그래서 실행력이 오히려 떨어지는 심리적 효과에 대해 연사가 이야기한다. 그리고 정말로 그걸 이루려면 말하지 말고 그냥 하라고 한다.

모든 변화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된다.


Just do it!

*나이키에게 감사한다. 이럴때 써먹을 슬로건을 만들어 주어서








매거진의 이전글 회식의 추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