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길을 걷는 자의 행운

by 크리스탈

어느 구간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데, 꽤나 다이나믹하게 업다운이 많아 걷는 재미와 본원적 욕구 충족에 대한 니즈가 함께 상승되는 구간을 걸었던 날이었다.

아침에 처음 들렀던 카페에서 커피와 뺑오쇼콜라를 먹고 난 뒤 몇 시간을 물만 마시고 구릉이 펼쳐진 길을 걸었는데, 배도 고프고 화장실도 가고 싶고, 카페인에 대한 갈증이 하늘을 찌를 즈음 갑자기 눈 앞에 탁 트인 평지가 나타나면서 카페트럭과 순례자들이 보였다.

텐트로 만든 임시 휴게 공간과 테이블, 곳곳에 널부러져 있는 배낭과 스틱, 사람들은 커피 마시고 빵을 먹고 담배를 피며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며칠간 앞서거니 뒷서거니 만났던 얼굴만 아는 순례자들과 반가운 올라!를 외쳐 인사를 했고, 다시 짐챙겨 떠나는 사람들에게 부엔카미노!라고 외쳤다.

그리고 이유없이 기분이 들떠서 커피를 한잔 앞에 놓고 미현과 한참 떠들었다.


몇시간의 고된 길 끝에 찾아온 쉼터와 따뜻한 커피는 항상 기쁨과 고마움, 새로운 용기를 준다. 내가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 있었기에 더더욱 반가왔던 쉼터. 지도에 그려진 마을과 식당들은 순례를 예측가능하게 하고 안도감을 주는 반면, 이렇게 난데없이 나타나는 쉼터들은 크리스마스선물보다 더 큰 놀람과 기쁨을 선사한다.


그리고 예상할 수 없었기에 더 반가운 존재를 인생에서 마주친다는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그때 알았다.


사진출처

http://www.trailjournals.com/journal/entry/454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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