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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탈 Apr 29. 2020

전략의 구성은 상식에서 시작한다

궁금한 것대로 차근차근 풀어가기

마케팅을 십여년 가까이 했는데 전략을 한번도 수립해보지 않은 사람을 만났다. 너무 당황스러웠다. 마케팅 리더가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경우를 본 적이 없었고, 십여년 동안 대체 뭘로 일을 한걸까 싶어서. 마음 같아서는 내가 써주고 싶지만 그건 안되고 하나하나 알려줘야 하는데 속이 좀 터질뻔 했다. 얘기하다보면 전략의 요소들은 다 알고 있는데 그걸 한 쾌로 꿰어 본 적이 없었다.

대체로 수입브랜드 마케팅만 하면 그런 상황이 발생하는 것 같다. 해외 본사에서 오는 가이드대로 집행만 하면 되니까. 보통 4P중 프로모션에 해당하는 것들에 집중하게 되니 이 사람 역시 전략을 가져오라 하니 프로모션 계획만 수 십장을 가져왔다.

사실 내심 놀랐지만 좋은말로 이건 실행계획이지 전략의 풀팩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자세하고 차근차근 해 줬는데도 그게 왜 전략의 일부는 되지만 풀팩이 아닌지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난 지피지기라는 말이 전략 수립의 근간이라 생각한다. 적을 알고 나를 안다는 말은 쉽게 들리지만 가장 어려운 일이다. 적을 시장과 경쟁사, 고객으로 치환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금방 판단된다.
우리는 어느 시장에 들어가려 하는지, 규모는 어찌되는지, 수익성 있고 성장하는 시장인지, 그 안에 경쟁자는 얼마나 되며 누가 대어인지 등등.. 그냥 말로 읊어도 되는 것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되는 것들이다. 그게 팩트와 논리로 정리되어 있는게 전략서 또는 전략보고서인것.


더 답답했던 것은 전략에 대한 개념과 구성요건을 설명하는 와중에 언급한 STP 에 꽂혀서 그 양식을 달라고 했다. 전략은 일관성 있게 정리된 스토리라인이 제일 중요하고 그걸 표현하는 양식은 다 다를 수 있고 본인이 제일 쉽게 이해하고 남에게도 설명할 수 있는 양식을 만들거나 찾아서 활용하면 된다고 몇번 이야기 했지만 구글에 찾아보니 너무 많은 양식이 있어 뭘 써야할지 모르겠으니 하나 정해달라고 했다.

양식은 사람마다 편하게 생각하는게 다 달라서, 간단한게 반드시 좋은 것도 아니고, 복잡하다고 못쓸 것도 아니다. 양식보다 더 중요한건 생각의 정리인데, 생각도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남이 정해 준 양식에 내용을 짜맞추다보면 양식에 얽매이고 사고가 좁아진다. 그래서 안될말이라 거절했는데 그 이후 가져오는 전략팩의 제목이 매번 STP보고. 그렇게 설명했건만 대체 전략이 뭐라고 이해한 건지 모르겠다.


또 하나, 초보자들이 많이 하는 실수 중 대표적인 실수를 했기에 짚어 준 것이, 자기가 알고 있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논리의 비약을 했다는 점이었다.

본인에겐 아무런 비약도 없이 당연한 전개로 보이지만 뚝 떨어진 명제를 받아 든 사람은, 특히 전략을 실행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곤란하다. 만약 보고받는 사람이 그런 보고서를 보면 뭐라는거지, 이 보고서 엉망이군 이란 생각을 할 가능성이 높다.

나 역시 그 친구의 보고서를 보다 갑자기 튀어 나온 근거없는 선언 같은 걸 보며 이건 뭐지??? 라는 의문이 들고 혼란스러워 설명을 해주었다.

그런데 대체로 작성자는 자신 혼자만 아는 사실이라는 것을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상대가 왜 이해 못하는지 갸우뚱한다. 특히나 자기 확신이 강한 사람은 그런 지적을 왠만해선 수용하지 못한다. 왜 어떤 부분이 논리비약인지 설명하는데 입에 거품을 물 뻔 했다.


논리비약을 알아채는 방법은 간단하다. 스토리 전개가 버벅이거나 부연설명이 필요하다면 필요한 설명이나 전제가 상실된 것이다. 논리의 흐름을 나 혼자만 따라갈 수 있다면 분명 비약이 있다. 그래서 전략팩을 리뷰할 때는 작성자 혼자 아는 사실인가 주지의 사실인가 확인해보고 비약의 포인트를 보완하거나 없애도록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비약의 천재들은 에고가 강한 유형들이 많아서 특정 부분이 작성자 혼자 아는 사실이고, 주지의 전제화 하려면 논리의 연결이 필요하다고 말해주어도 자신만 알고 있는 사실이라는 것 자체를 납득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똑똑한 고집쟁이가 허당일 때 코칭이 정말 힘들다.)



전략은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데, 제일 상식적이다.
거창한 것이라기보단 내가 아는 것을 전달해 남이 이해하게 하고 함께 실행을 해 나가는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라고 하면 부담감이 줄어들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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