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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탈 Dec 25. 2020

언컨택트를 기본으로 하는 삶에 대해

더 비싸고 귀중해 질 실제 삶의 경험

지난  제주문화기획학교 마지막 회차를 결국 가지 못했다. 그와 함께 바야흐로, 전국적 유행이고 누가 누구를 어떻게 감염시킬지 모르는 상황이라 내가 감염원이 되는것 역시 두려워 지난주부터 모든 약속들을  취소했다.  와중에 꾸역꾸역 어딘가 놀러를 가서 물의를 일으키는 사람도 어마어마하게 많고. 솔직히 밉고 억울하다.


나만 어떻게 좀 안될까 하는 이기적인 마음도 들었다가, 부끄러운 마음에 스스로를 나무랬다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만남이란 디폴트가 온라인이고, 아주 특이한 경우 오프라인 만남이 이뤄지겠단 생각이 들었다.


실재의 감각을 너무 잘 아는 사람들이라도 이런 모드가 지속되면 온라인 퍼스트, 오프라인 옵션으로 전환될 수 밖에 없고, 그렇게 익숙해져가면 지금 불평하는 공연이나 패션쇼, 예술적 활동을 비롯한 체험 역시 온라인으로 하게 될 것이고 이상하다거나 부족하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게 될 것이다. 지속적인 기술의 발전이 실제감을 높여줄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사람은 적응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맛있어 보이는 요리, 멋진 풍경, 아름다운 옷의 질감과 색감, 숨헐떡이는 격렬한 순간도 온라인으로 먼저 보고 품평을 할 것이다. 그러면 오프라인은 어떻게 될까?
오프라인은 아주 돈이 많은 사람들에게만 열리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가상체험이 더 싸고 쉬워지면 실제 체험에 대한 고집이나 집착이 옅어지고 수요는 점차 줄어들 것이다. 거의 비슷한, 실재와 똑같은 이라는 수식어로 대변되는 가상체험의 원가가 기술발전의 가속화와 값싼 체험에 대한 수요증가로 급속히 낮아질 수 있다. 이런 경향이 여러 산업으로 확대되고, 체험을 해 본 사람들의 만족도가 점차 상승하면 굳이 실제 체험을 원할 이유마저 없어지게 된다. 결국 오프라인 공급이 천천히 줄어들어 가끔씩 여는 이벤트로 생각돌 것이다.
그러면 실제 체험이 무엇인지를 굳이 해봐야 겠다고 고집하는 비싼 가격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제한적, 폐쇄적, 비밀스럽고 고급스럽게 오프라인이 열릴 것이다. 다이아몬드와 루비의 영롱한 빛과 보드라운 촉감이 천국같은 수플레와 졸졸거리는 물소리를 따라 걷는 숲길의 냄새들을 아는 사람들은 그런 개별적이고 특화되고 맞춤화 된 경험의 기획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


역사 이래로, 막 등장해서는 비기로 취급받고, 어느 정도 지나서는 비싼 가격을 감당할 제한된 사람들에게만 허용되다가 최대다수에게 수용가능한 가격으로 이용되는 것들의 종착지는 예술이다. 그림, 사진, 요리, 각종 수공예가 대표적인 케이스들이다.
 
현재도 다르지 않다. 가장 고급스럽고 은밀하게 욕망에 봉사하는 것들은 사람의 손으로 직접 지어지고 조정되고 제공된다. 오프라인이 소수만 누리는 무엇이 될 때 대다수의 사람들은 스크린을 보며 세상을 실제로 안다고 생각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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