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크리스탈 Jun 16. 2021

디지털 세상에서 오프라인 매장의 미래

초특급 고객을 위한 21세기 살롱

채널의 변화에 대해 문득 예전에 썼던 글과 접목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헛소리일 수도 있지만, 잊기 전에 기록.


모든 종류의 제품서비스는 처음 출시, 개발되어 희소성으로 각광 받고, 대중화 된 다음, 생활의 일부가 되면서 정반대로 사치품이 되는 과정을 거치는데, 마케팅 채널, 정확히는 전통적인 유통채널 역시 그렇게 되어 가고 있다.

예전부터 VIP 고객을 위한 최고급 매장들이 많았고, 퍼스널쇼퍼라 불리는 개인서비스까지 있지만, 최근 유통채널 전반의 디지털 체계로의 개편 가속화 및 심화로 VIP 대상의 매장들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오프라인 매장은 영광스러운 대중마케팅 시대의 대표 유산이 되어 박제되는 수준까지 사라지고, 제약없이 돈과 여유를 갖고 누릴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한 아주 프라이빗하고 개인 맞춤화 된 매장이 울트라 럭셔리 부티크의 모습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AR, VR기술의 발전과 보급, 대중화는 점점 실물을 볼 필요가 없는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제품서비스를 접하는 방식은 비대면이 디폴트가 된다는 뜻. 직접 만지고 보지 않아도 소비행위에 아무 문제가 없는데 굳이 실물을 보고 만져본다는 것은 다른 의미가 있다. 시간을 들이고 별도의 공간에서 제품을 오감탐색하는 행위는 단순한 구매행위의 일부가 아니라 다른 목적의 행위가 되며, 제품의 선택과 선별이라는 속성으로 여가와 취향의 향유 행위로 바뀐다.


물론 상거래 행위가 가능은 하겠지만 그 목적은 뒤쪽 순위가 될 것이다. 어쨌든 매장이니 매출이 일어날 것이고, 상대하는 고객의 재력이 워낙 크기 때문에 매장 매출도 크겠지만 그것이 지상과제가 되지는 않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디지털화가 있는 사람들에게 더 선택적으로 심화되고 고도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마음 먹으면 온라인으로 당연히 놀라운 규모의 소비를 할 수 있다.


구매 전 “체감”은  자랑거리이자 특권


직접 가서 봤다, 느꼈다는 경험, 있는 곳에서 편히 앉아서 볼 수 있고 알 수 있는 것을 굳이 왜 직접 봐? 라고 하는 세상에서는 직접 보고 느끼는 경험은 이상한 일, 특별한 일이 된다. 특히 모두에게가 아니라 선택된 소수만이 불편을 경험할 수 있다면 그것은 순간 사치,  luxury가 된다. 에르메스 백을 2년 기다려 받고, 클럽하우스의 초대를 받기 위해 지인의 지인까지 동원하던   exclusivity, 그게 핵심이다.

배제성이 기반된 차별화 된  작은 규모의 최상류 herd가 생성되고 그들이 노는 곳이 매장이 될 것이란 얘기다.

그러면 매장은 정보탐색을 하는 관문으로서 고객을 걸러내기도 선별하기도 하는 역할을 하며, 얼마나 많은 재력가들의 리스트를 가지고 있는지, 얼마나 접근이 어려운 고객들이 스스로 발걸음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가 매장의 가치가 되고, 그 결과 매장의 미래는 계몽주의 시대에 시작된 귀족들의 살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살롱이 된 매장의 낌새는 사실 꽤 오래전부터 있었다. 퍼스널쇼퍼라는 것도 결국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들만의 리그, 공간, 커뮤니티로 좁혀서 최상의 경험을 한다는 것인데 결국 거슬러 올라 가면 원형은 살롱.


이런 의심은 최근 유명한 유흥가, 번화가를 비롯해 왠만큼 매장이 밀집된 곳을 가 보면 확인 할 수 있는 공동화, 낙후화 현상과 백화점의 일시적 매출 증가 트렌드를 제외한 하락세를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맞을 거란 생각이 든다.

비어있고, 점점 비어가는 쇼핑가를 걷다보면 경기가 어려워서 매장들이 다 비었을까, 더 비어갈까를 생각하게 되는데 실물 경기의 지표들은 더없이 좋다. 특히 온라인 세일즈는 매월, 매년 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고, 다들 말하듯 코로나는 비대면을 폭발적으로 확장, 강화시킨 기제가 됐고, 그 대척점에 있는 오프라인 매장의 몰락은 반작용으로 폭발적일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다들 쇼핑을 하지 않는게 아니라 다른데서 쇼핑을 한다면, 굳이 바깥을 나와야 하는 경우란 딱 두 가지다.

1) 정말 당장 급한데, 굳이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것이 더 번거롭거나, 아주 간단한 물품의 구매 행위가 아주 짧은 시간에 일어날 수 있는, 주거지에 밀착된 소형매장이 있거나,

2) 일부러 시간과 노력을 들여 레저나 여가행위라서 나오는 것. 전자는 편의점을 보면 바로 이해가 될 것이고. 후자는 코로나에도 꺾이지 않는 명품매장의 성황을 보면 알 수 있다.


편의점에서 바나나우유  팩을 사고, 최고급 매장에서 보석을 감상하며 바리스타가 내린 유기농 원두커피를 한잔 마시는 행위는 동일한 맥락이 아니게 된다. 그래서 매장의 사치재화, 공간의 복합적 발전과 대중성의 자발적 소실은 당연해 보인다.


이 글에 연관있는 내용의 글은 여기⬇️

https://brunch.co.kr/@crystalclear/190


매거진의 이전글 UX Writing 에 대한 소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