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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탈 Aug 03. 2024

인증샷을 왜 찍는가

인증샷과 인정욕구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를 어떤 방법으로든 인정받고자 한다. 인정받지 못하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각종 신분증과 자격증은 한 인간이 존재한다고 국가 혹은 이해단체가 인정한 증명이다. 인정의 의미가 클 수록 더 큰 신뢰를 갖게 되고, 상호 증명될때 신뢰를 기반으로 한 포괄적 교류 행위가 안정적으로 이루어진다.


과거 이런 인정은 사람, 준거집단의 비문서적 동의로 주로 이뤄졌고, 그때문에 가장 강력한 인정 단체인 종교기관에 얼굴을 내비치고 의식을 함께 하는 것이 중요했다. 파문이란 그저 종교단체에서 축출되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부정이라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의미였다.


시간이 흐르며 그런 공동체적 기관의 인정 기능은 결속력의 약화와 신뢰도 하락, 공동체의 해체와 함께 현저히 약해졌고, 그 자리에 각종 이해관계를 기반으로 한 단체, 그리고 국가가 들어섰다. 여권,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건강보험증 이런게 국가의 존재인정 수단이고, 바리스타자격증, 필라테스 지도자 자격증 같은 사설 기관의 인정은 해당 산업의 영업행위를 가능하게 하며 산업의 존재, 부흥을 함께 목적한다.


태어나는 순간-엄격히 말하면 출생신고 순간이지만-부터 강제적으로 인정받는 국가 인정 외 다른 존재 인정은 거의 모두 선택적이다. 강제된 인정은 모두가 받고 공기처럼 자연스럽기에, 사람들은 의도적이고, 강력한 인지&인식 과정을 추구한다. 끊임없이. 예전의 씨족, 혈맥 공동체적 인정은 지금 시대에선 의미가 없다. 현재의 공동체는 자신의 기호에 따라 다양하다. 준거집단이 종교, 인종이 아니라 취향과 지향점으로 바뀌어버린 것이다.


새롭게 바뀐 기준에 의해 존재인정을 받을 방법은 “소비” 다. 금세의 인간은 소비함으로서 존재를 증명하고, 주위의 인정을 받는다. 돈을 내고 존재를 인정받는 것이다. 수 많은 제품과 서비스들은 너도나도 앞다퉈 물건과 행위에 의미를 부여한다. 브랜드 퍼스널리티라는 것이 말이 되는 이유가 그때문이다. 브랜드는 물건과 행위 자체가 성격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의 성격이 이렇다고 슬쩍 뒤로 물러서서 소비자들에게 인정의 주체가 자신인것 같은 착각 혹은 주도권을 갖는 느낌을 준다. 그 착각이 강력할 수록 브랜드 애착도가 높아지고, 충성도 높은 고객을 대량 양산할 수 있다.


소비를 하는 것은 필요나 욕구에 의해서지만, 존재하지도 않던 필요와 욕구를 창조해 당위로 만들 수 있는 이유가 인간의 인정 욕구 때문이다. 누가 볼까 싶은 영상을 꾸준히 올리며 만족하는 이유도, 이런 것도 인증샷을 올려? 혹은 인증샷이 빠지면 문제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도 다 인정욕구 때문.


소비의 시대에 브랜드와 메이커는 아주 쉽고 그럴듯한 자아 의탁 혹은 인정 기관이 되었고 그 수단은 제품과 서비스다. 소비함으로 존재하는 현대인은 더 많이 인정받고, 더 강력한 존재가 되고자 끊임없이 소비하고 인증샷을 남긴다. 단 한 사람 혹은 한 공동체의 그래, 저 사람 이라는 인정으로 충분했던 과거는 전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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