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슬로건 혹은 태그라인 잘 만드는 법
마케팅 슬로건 혹은 태그라인을 만들라치면 우선 머리가 아프다. 내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고민이고, 별 좋은 점이 없으면 더 고민이다. 문제는 내가 뭐라고 해도 소비자들은 네, 넘어갈게요~ 한다는 것.
내 제품이 얼마나 좋은지 떠드는 것은 누구나 다 하는데, 왜 어떤 말은 듣고 어떤 말은 듣지 않는가? 누구의 관점에서 들을만한 이야기인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이키의 Just do it! 만큼 강력하고 멋진 태그라인을 뽑을 수 있다면 영혼의 일부를 바치겠다는 마케터들이 분명 있다. 나도 살짝 흔들린다. 인류의 문화사에 영원히 남을 한마디라니 얼마나 멋진가? 애플의 Think different도 멋지다. 그런데 강력하다는 생각은 별로 안든다. 순전히 나의 개인적 판단이다.
Just do it!은 분명 브랜드의 목소리지만, 소비자 내면의 목소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강력하다. 운동은 힘들고, 귀찮고, 고되고.. 그렇다. 프로 선수들도 마냥 즐거워서만 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오히려 더 즐거움과 무관하게 해야만 하는 일이다. 그런데 운동은 하면 좋다. 그걸 알기에 귀찮고 힘들지만 그냥 해~ 그냥 하자! 나 자신에게 그렇게 타일러주는 목소리가 된다. 브랜드가 명령하는 목소리이지만 소비자에게는 내면의 목소리다. 강력할 수 밖에 없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브랜드가 해 주고 있는 것이지, 나에게 명령하는 것은 아니라고 정보처리를 해서 받아들이게 하는게 마케팅 슬로건, 태그라인 작성의 Kick이다.
이전보다 더 좋은 성분을 넣었고, 어떤 부품이 업그레이드 되었고, 어떤 디자인이 있고.. 전부 정보다. 정보는 객관적이다. 좋다 나쁘다 판단을 하는 것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사람의 몫이다. 정보는 받아들인 뒤 반응이 생겨야 한다. 아무 변화가 발생하지 않는 정보를 주는 것에서 그치면 마케팅의 일은 반만 한 것이다. 구매하기 위해서 정보 탐색을 하지만, 브랜드에 착붙된 한마디는 정보여서는 곤란하다. 생각과 감정에 영향을 주는 한마디여야 한다. 새로운 기능으로 혁신한 어쩌구 라는 마케팅 메시지나 슬로건은 보통 정보값 100, 영향력 0이다. 마케팅 메시지는 정보값이 낮아도 감정과 생각을 흔드는 영향력이 커야 한다.
그럼 정보가 필요없느냐? 아니다. 소비자가 알아야 할 정보는 충분히 줘야 한다. 안다고 행동이 바뀌지는 않지만 모르면 기본 자격 미달이 되기 때문이다. 필요조건이다. 정보값이 합격 수준이 되면 신경 쓸 것은 생각과 감정의 변화를 일으키느냐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그 메시지를 내면화 하는데 얼마나 쉬운가, 메시지 발화자를 자신으로 당연히 받아들일 수 있는지 세심하게 설계해야 한다.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을 가르쳐 주는 대상에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순전히 자신이 원하는 때, 원하는 수준으로, 원하는 방법으로 개입하기를 원한다. 내적으로 설정된 어떤 선을 넘어버리면 불쾌해하고 좌우된다는 느낌에 거부감을 느낀다. 그러려면 발화 관점이 소비자여야-자신으로 착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 운동하자, 오운완! 이건 브랜드가 해 주는 말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칭찬이고 보람의 표현이다. 그래서 Just do it!은 스윽 사람들의 삶에 궁둥이를 붙이고 자리잡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