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낸 다음 화 다스리기

by 크리스탈

화를 내지 않고 살 수는 없다.

아무리 성격이 좋다 해도, 다투지 않을지라도 속으로라도 화를 내지 않는 경지에 까지 이르기는 보통 사람으로 참 힘든 것.


살아오며 화가 많은 사람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잘 발끈하고, 조목조목 따지고,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이는 데 관심 없이 할 말을 다 하고 살았으니 그런 평가는 당연하다.

그런데, 화를 내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화를 낸 이후의 행동과 마음 상태를 어찌하지 못해 실수를 하는 것이다.


화는 불과 같다. 큰 불길을 잡았다 싶어도 남은 잔불들이 여전히 기세를 키울 기회를 찾고, 마침 때맞춰 땔감이 우연히 주어지거나 공기가 공급되면 여지없이 새로운 큰 불이 된다. 화 역시 그러하다. 성질을 부리고 목소리를 높이고 얼굴을 붉힌 다음 즉시 안면을 바꿔 웃으며 일상으로 돌아가는 경우는 없다. 여전히 감정은 요동치고, 부정적인 생각으로 머리 속이 와글와글 시끄럽다. 이때 누군가의 무심한 한마디나 어떤 행동 하나로 인해 잠들어야 할 화가 다시 큰 불길처럼 일어나면, 원래 화가 났던 이유와 다른 이유가 더 해져, 그때는 화를 참기도, 잠재우기도 매우 힘들다. 결국 화가 나를 삼키고, 주위에 있던 애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다.


화가 난 상태에서 화를 억누르기 위해 이성을 채근하고, 감정을 추슬러보며 상대에게 최대한 객관적인 모습을 보이려고 하는 것은 스트레스가 될 뿐, 별로 효과가 없다. 화를 낸 자리에 가만히 있으면서 걸려오는 다른 전화를 받거나, 말을 거는 다른 사람과 새로운 대화를 시작하면 미처 진정되지 않은 감정으로 모든 정보를 부정적으로 왜곡하고, 그로 인한 다른 종류의 화를 새로이 만들어 몇 배로 커진 화의 불길에 휩싸여 주체할 수 없어진다.

그러면 그때는 정말 분노조절장애자가 되는 것.




화를 낸 다음에는 화가 났던 원인이나 화를 낸 환경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이 최선이다.

만약 다툼이 있었거나, 화를 내며 전화를 끊었다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최대한 멀리, 최소한 실내라면 문 밖으로라도 나가서 주위를 환기시켜야 한다.

화에 집어삼켜지지 않도록 감정의 물결이 잔잔해질 때까지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제일 좋다.

만약 침실에서 화가 났었다면 거실로 가서 음악을 틀고 가만히 누워 있는 것도 도움이 되고, 잠깐 집이나 건물 바깥으로 나가서 서성이거나 근처를 한 바퀴 걸어보는 것도 좋다.


다른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은 인간에게 새로운 종류의 인지와 에너지를 요구한다.

뇌는 새로운 환경과 행동, 자극에 적응하고 대응하기 위해 이전에 있었던 일들에서 재빨리 벗어나 새로운 종류의 사고와 감정을 생성해 낸다.

가만히 있다가 걷는 것이나, 길을 건너기 위해 주변을 살피는 행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일단 내 생각은 이전의 상태와 달라지고, 걸으며 보이고 들려오는 주변의 모습들은 한 걸음씩 나를 화에서 멀리 데려간다.

화가 진정되지 않는다면 다른 곳으로 발길을 옮기자. 혹시 주위에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이가 있다면 그의 손을 끌고 잠시 산책을 같이 해 주는 것이 진짜 그 사람을 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