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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탈 Jan 30. 2017

Fashion Truck

새로운 패션스타트업이 될 수 있을까?

패션트럭은 컬러풀하고 세련된 트럭 디자인에 힙스터같은 주인들이 손님들에게 스타일에 맞는 아이템을 셀렉해 주거나 파티를 열어주는 모바일 부티크입니다. 미국에서 2010년 전후 생기기 시작했는데 결혼식이나 파티가 열리는 곳, 지역 축제나 벼룩시장이 열리는 곳 등, 이벤트가 있는 곳에서 패션트럭이 찾아가 영업을 합니다. 각 패션트럭들은 브랜드가 있고, 표방하는 스타일이 분명하며, 순회 할 지역과 일정이 정해져 있으며, 온라인쇼핑몰도 함께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고객들은 온라인에서 미리 상품을 보거나 주문 해 놓고 패션트럭이 방문하는 날 직접 가서 입어보고 구매를 확정하기도 합니다.

어떤 패션트럭 브랜드는 패션파티(clothing party) 를 열어주기도 합니다. 파티 신청자는 참석 인원 규모와 목적, 장소 등을 전달하고, 해당 파티날 패션트럭이 정해진 장소에 방문해 판매를 하는데 주최자에게는 수익금의 몇 프로를 주거나 수익금을 기부하게 해 주기도 하므로 win-win 의 구조이고, 좋은 일 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도 있습니다.


매우 럭셔리하고 아늑해 보입니다


패션트럭의 아이템들은 20-60달러 정도이며 최대 100달러를 거의 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저렴하게 트렌디한 스타일을 누릴 수 있으며, 또다른 장점은 새옷만을 취급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구제 또는 빈티지라 할 수 있는 옷이나 아이템을 취급하므로 소비자는 흔치않은 아이템을 발견할 수 있고 사업자 입장에서는 일정부분 사입 원가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고, 사회적으로는 자원의 리사이클링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패션트럭 비즈니스가 소규모 창업으로 각광받기 시작하자 미국에선 패션트럭 사업자들의 협회(American Mobile Retail Assossication)가 만들어져 비즈니스의 확대와 인사이트 공유, 관련된 법규나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고 있으며, 지역에 따라서는 패션트럭페스티벌도 열리고 있습니다. 역시 창업의 나라 답습니다.


http://www.fashiontruck.com/


패션트럭의 주인들은 결국 자신의 가게를 열고 싶어 합니다. 사업의 규모가 확대되고, 스타일이 확고해 지고, 자신의 역량으로 제작을 할 수 있게되거나 더 큰 소싱 파트너를 확보하는 경우 당연한 수순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사람들을 만나는 노마드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며 패션트럭으로서 계속 비즈니스를 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대형 패션 브랜드 중 일부도 패션트럭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일정 부분 브랜드 프로모션용이기도 하고, 확실한 신규 판매처를 내기 전 시장규모를 태핑하려는 목적 등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토종 패션트럭


그런데 "패션트럭"이라는 이름이 생소해 보일 뿐, 이 비즈니스는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지금으로부터 그다지 오래지 않았던 시절, 시골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는 작은 트럭들에는 몸빼바지에 화려한 티셔츠, 햇빛을 완벽히 가려 줄 챙넓은 모자나 각이 잘 잡힌 중절모, 코리안swag이라는 털고무신 등등이 각종 생활용품과 함께 실려 있었습니다. 차량 스피커에서 요란하고 비트 빠른 음악이 온 동네에 쩌렁쩌렁 울리도록 흘러 나오면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듭니다. "엄마한텐 이게 젤 어울려, 이뻐! 아빠, 이거 입음 완전 멋쟁이 되는거야~" 라는 추임새에 너도 나도 한두벌씩 장만해 입었습니다. 그런데 시골에도 대형 마트가 생기고, 아웃도어 할인점들이 즐비해지면서 장날이 아니면 쇼핑의 혜택을 받기 어려웠던 사람들을 위해 순회공연을 했던 한국 자생의 패션트럭들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지금은 거의 붙박이 영업을 하는 시장의 노점트럭들이나, 트럭에 옷을 싣고 아파트 장터를 찾아가 공터에서 진열해서 파는 형태로 남아 있습니다.


가끔 만나는 만물트럭


패션트럭이라는 기사를 접했을 때, 예전 시골에서 트럭으로 옷을 팔던 영세사업이 모바일기술과 젊은 감각, 사업가 정신의 3박자로 업그레이드 되어 부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습니다. SNS를 활용해 홍보를 하고, 온라인쇼핑몰에서 제품들을 선보이고 주문도 받고, 해당 지역 순회방문하면서 배달도 하고 현장 판매도 하니 소규모 창업으로 이 아니 좋을쏘냐? 싶은 것이었습니다.


왜 패션트럭이어야 하는가?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이 왜 굳이 이것을, 내 제품/브랜드를 선택해야 하느냐에 대한 답입니다.

패션트럭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형쇼핑몰들이 즐비하고, 홍대나 가로수길의 편집샵이나 개인 부티크도 많은데 왜 굳이 패션트럭에 가야 하는가? 그리고 다른 패션트럭도 있지만 왜 내 패션트럭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이유가 확실해야 합니다. 트럭이 중요한가요? 패션이 중요한가요? 예전 트럭 옷장사가 mobility가 중요했다면,  패션트럭은 mobility와 style of life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패션은 취향의 산업 중 최고봉에 있습니다. 유행이라는 것이 있지만 그 안에서도 스펙트럼이 매우 넓습니다.

또한 패션은 삶의 가치를 표방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시중의 여느 브랜드에서도 살 수 있을 것 같은 회색 티셔츠지만, 특정 지역에서 생산된 유기농 면에 천연염색으로 한장 한장 물들인 티셔츠는 노동에 대한 존경과 환경보호, 지역경제에의 기여 등의 가치를 말합니다. 그런 삶에 대한 태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라면 본인의 가치에 맞게 만들어진 제품들에 대한 욕구가 훨씬 더 강렬할 것입니다.


트럭은 협소한 공간이며, 머무는 시간마저 한정적인 공간입니다. 1년 365일 그 자리에 있는 넓은 오프라인 가게처럼 이것저것 모두 보여줄  수 없습니다. 보여 줄 아이템만으로도 좁은데 재고를 가지고 다닐 수 없다보니, 이번에 가지고 온 옷들은 이번에 팔리고 나면 끝이거나, 다행히 남은 옷들도 다른 곳을 돌고 다시 왔을 때 남아있으리란 보장이 없습니다.   


극도로 제한된 시공간과 취향의 산업이 만난다면? best selection of best selection, 최소수정예 아이템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수천벌이 팔리면서 개인의 개성을 운운하는게 아니라, 정말로 몇 없는 것, 다른 아이템과 믹스매치하면 아주 독특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 수 있을만한 것들로 꾸려진 부티크가 되어야 합니다. 하나의 패션트럭이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트럭은 움직입니다. 핫한 스타일, 내가 간절히 원하는 옷을 당장 내 앞에 대령해 줄 수 있는 움직이는 가게입니다. 그리고 그 가게가 내게로 달려오는 동안, 무엇이 실려 있는지 미리 볼 수 있고, 기대하게 된다면 소비자는 근처까지 온 트럭을 찾아가는 최소한의 수고는 기꺼이 할 것입니다.


어떤 블로그를 보니, 호피무늬로 트럭을 도색하고, 파는 아이템도 모두 호피무늬 속옷, 겉옷, 액세서리라서 매우 개성있어 보였지만 선뜻 사러 가게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특정 문양 한가지로 극단화 되었지만, 그런 식으로 취향이 아주 확고하고, 아이템의 범위를 좁힐 수록 대다수의 소비자는 포기해야 합니다. 해당 취향에 맞는 소비자 층은 아무래도 수가 적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이야기하는 것은 도매상에서 두루두루 좋아할만한 물건을 떼어다 저렴하게 파는 트럭 옷장사가 아니라, 특정 취향으로 큐레이션 된 옷들이 만들어 내는 스타일이 있고, 본인의 브랜드로 전시판매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저 예쁜 옷, 최신 유행의 옷을 저렴하게 파는 차떼기 장사보다 발전한 사업입니다.



비즈니스의 발목을 잡는 여러 문제들


그런데 당장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 생각하다 보면 해결 할 일들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법규입니다. 우리나라는 노점이 불법이라 푸드트럭도 관련 법규가 조금씩 풀리고 있다지만 아직 만만치 않습니다. 하물며 패션트럭은 더 하면 더 했지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음식을 사서 다 먹고 돌아서면 끝인 푸드트럭과는 달리 패션트럭은 옷과 액세서리를 어딘가에서 소싱해 와서 판매하므로 재고와 반품이라는 이슈가 있습니다. 좋은 도매상을 알아보고, 원하는 가격에 물건을 소싱할 수 있으려면 안정적 매출이 나와야하는데 날씨나 지역적 특성, 경기에 매우 민감하므로 어려움이 클 것입니다. 만약 아이템별 수량이 매우 한정적이면 재고부담은 줄어들겠지만, 추가판매에 대한 기회비용손실 문제도 있습니다. 또한 불량품에 대한 A/S나 반품도 필요합니다. 트럭은 항상 움직이므로 반품이나 AS의 경우는 시간이 오래 걸려 고객의 불만이 커질 가능성을 고려애햐 합니다.


패션트럭은 상품을 전시하고 착용해 볼 수 있어야 하므로 푸드트럭보다 차량이 커야 합니다. 미국의 사례처럼 탑차스타일이어야 하니 최소한의 사이즈라 해도 꽤 큰 차량이라 영업할 공간 찾기가 더 어려울 것입니다.  도로교통법에 저촉되지 않고 차량을 세울 곳이 몇 군데 없을 것 같고, 그런 곳에 사람들을 오게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또한 근처의 상인들과 마찰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 외, 상품의 촬영, 홍보, 판매장소 확보 등도 스스로 해야 합니다. 결국 패션트럭이라는 비즈니스는 내 가게(트럭)가 움직인다는 특징이 있을 뿐, 모든 비즈니스는 기존의 온-오프라인 쇼핑몰이나 샵과 동일하게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모든 비즈니스 과정이 동일한데다 판매장소와 판매가능여부 확인이라는 문제까지 있다면 과연 쉬운 창업이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듭니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에 패션트럭이 조금씩 알려지고 있기는 하지만 제대로 된 성공스토리는 아직 없는 것 같습니다. 홍대의 마마스트럭이라는 브랜드가 있기는 하지만 브랜드홍보용이지 진짜 패션트럭은 아니었고, 2015~2016년 사업화에 대한 시도가 꾸준히 있는 것 같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공스토리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POS시스템을 갖추고, 비컨기술을 활용하고, O2O를 할 수 있도록 개인사업자가 여러가지 준비하는 것과 별개로 우리 사회에 해당 비즈니스모델이 안착할 수 있는 법규와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하는데 시간이 제법 걸릴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 많은 용감한 창업자들은 맨땅에 헤딩하고 고생하며 실패하는 경험도 겪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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