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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탈 Feb 16. 2017

'마케터끼리 톡톡'을 시작한 이유

진심으로 피어나는 새로운 네트워킹을 꿈꾸며

"마케터끼리톡톡"의 목적은 다양한 산업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은 마케터들이 자신의 성공과 실패 스토리를 공유하고, 고민과 문제를 끄집어 내어 토론하면서 새로운 시각과 인사이트를 얻어가는 것입니다.

인맥을 넓혀 이직에 도움이 되게 하겠다거나, 일방적으로 누군가의 지식과 인사이트를 얻어가기 위해 만든 모임이 아닙니다. 내가 보지 못하는 것을 다른 사람의 눈을 빌어 보고, 귀를 빌어 듣고, 새로운 프레임을 내 상황에 적용해 보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모두가 참여해야 하고, 그 자리에서 이야기 한 내용은 절대 비밀엄수입니다.


 모임을 만든 이유는 사실 매우 단순합니다. 제가 늘 갖고 있던 욕심을 만족시키고 싶어서였습니다.

From marketers, for marketers, by marketers 가 이뤄지는 場


사원부터 팀장까지 줄곧 마케팅과 브랜드 영역에서 일하면서 저와 같은 마케터들이 서로 이해관계 없는 상황에서 모여, 자신이 겪는 고충을 털어놓고 이야기 하면서 일을 더 잘하는 방법에 대한 팁도 공유하고, 생각하는 방식을 다르게 하는 기회를 갖고싶다는 생각을 늘 했습니다. 더구나 마케팅이라는 일을 함께 하는 동지들끼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일단 스트레스가 해소가 될 것 같았습니다. 누군가 마케팅 자곤으로 범벅된 내 이야기를 부가설명 없이도 척척 알아듣고 심지어 진지하게 눈을 빛내며 들어주는구나! 라는 느낌, 얼마나 가슴이 벅찰까요? 그런 느낌을 가질 수 있는 만남의 장에 참여하고 싶었습니다.

또 하나는 사회생활이 길어질 수록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에 부딪혔고, 일만으로 풀리지 않는 인간관계, 커리어에 대한 고민들에 대한 대나무숲이나 고민인형, 아니면 객관적 조언자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같은 바구니의 달걀들

첫 회사를 다닐때는 사회생활을 함께 시작한 수백명의 동기도 있었고, 선배도 있었습니다. 나름 담당하는 제품에 대한 자부심과 마케팅이라는 업에 대한 애정이 폭발하던 시기였습니다. 밤 늦게까지 조사결과를 읽고 정리하고, 제품 출시 기획안을 다듬고, 연간 전략을 쓰면서 끊임없이 마케팅을 잘 하고 싶다, 내 제품을 히트시키고 싶다는 욕심에 몸부림쳤지요. 하지만 욕심은 넘치나 예산은 적고, 회사의 방침이나 분위기가 제 계획이나 방향을 허락하지 않고, 제 자신의 지식과 경험의 한계가 느껴지고, 도무지 해결책이나 좋은 해법이 떠오르지 않아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마케팅으로 손꼽히는 글로벌 회사의 사례를 보면서 왜 이게 내게는 허락되지 않는가!? 하는 분통이 터질때도 있었고, 그 사례를 어떻게 내 상황에 맞게 바꿔서, 응용해서 뭔가 히트를 한번 쳐볼까? 이런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결국 다르게 생각하기, 다르게 바라보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동기들과 선배들과 맡은 제품에 대한, 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그들은 제 동지고 지지자였기에 위로도 해 주고, 고민도 같이 해 주었지만 같은 회사에 있다보니 너무나 빤한 이야기들만 반복되곤 했습니다.

제품이 다르고 브랜드가 달라도 같은 회사에서, 같은 업종에서 있다보니 알게모르게 우리들의 프레임은 쌍동이처럼 같았고, 회사가 취하는 전략의 방향성 안에서 움직여야 하다보니 생각의 가지가 욕심만큼 무성해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다른 환경과 관점,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마케팅 일을 하는 다른 산업의 사람들, 동종업계라도 다른 회사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습니다.



객관적인 훈수쟁이

우리는 훈수는 잘 둡니다. 그건 그렇게 하면 안되는거였어~ 라는 이야기를 종종 하곤 합니다. 그러나 그 상황이 나의 것이 되면 훈수를 둘 정신이 어디 있나요? 상황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빠져나갈 방법을 찾기 바쁩니다. 어려운 상황을 빠져나간다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어떻게 해서든 상황을 해결하겠다는 의지와 어떻게든 이 상황이 종료되기만 하면 된다, 내 몸이 빠져나가면 된다라는 생각은 문제 접근 방식도, 해결방식도, 결과도 판이하게 다릅니다.

같은 바구니의 달걀들은 서로 논의한다면서 부딪히면 깨지는 것 말고는 별로 얻는 것이 없으니, 다른 바구니에 담긴 달걀들이 각자 훈수를 두면 어떨까? 생각해 봤습니다. 자기 바구니 안에서 성공했던, 실패했던 이야기를 하고, 들으며 저렇게 생각하는구나, 시장을 보는 눈이 다르구나, 같구나 또는 마케팅 예산 규모에 대한 감각조차 다를테니 그 역시 좋은 인사이트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는 내 상황과 너무 달라서 적용이 안돼! 라고 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한편, 성공한 다른 업계의 이야기나 브랜드의 성공 스토리를 굳이 찾아 들으러 갑니다. 마케팅 구루들은 내 산업의 종사자들도 아니고, 내가 한 프로모션의 디테일을 하나도 모르지만 우리는 그 사람의 이야기를 새겨 듣고, 내 일에 적용해 보려고 합니다. 왜 그런 모순을 가지고 있을까? 이것이 의문이었습니다.

마케팅구루 못지않은 경험, 날카로운 매의 눈과 감각을 가진 사람들이 마케팅 업계에 얼마나 많은데요! 그저 들을 자세가 되지 않은것 뿐입니다. 공감하는 부분을 찾으려고 노력하면 본질의 차원에서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로 또 같이

한가지 더, 일은 일대로 힘들고 어려운데 이 길이 맞나 싶기도 하고, 상사는 왜 이렇게 이상한지, 후배는 왜 이렇게 생각이 없는지 고민한 적도 많았습니다. 물론 내가 이상한 것인가 하는 고민도 그만큼 컸습니다. (실제 그렇기도 했습니다..^^;)

누군가 그 얘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살 것 같겠다는 생각, 그리고 내가 문제인지, 상황을 바꿀 수 있는지 말해 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싶기도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연상이든 연하든 고민을 이야기하는 사람을 찾게 되더군요. 제가 고민이 있어 이야기를 시작하면, 어떤때는 상대의 고민이 더 크고, 제가 못 본 것을 겪고 있는 상대방의 이야기 속에서 제가 정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돌아보니 고민 속에서 공감하고 조언 속에 지지를 얻었습니다.


마케터끼리는 본질적으로는 같은 일을 합니다. 같은 일을 하는 동질감을 바탕으로 나눌 이야기들은 무궁무진합니다. 거기에 필요한 것은 편견없는 진심입니다. 과도한 걱정을 바라지도 않고, 허무맹랑한 희망주입도 불편합니다. 그저 잘 듣고, 이야기하면서 스스로 정리되기를 바라고, 비슷한 경험이 있다면 참고할 수 있게 나눠주는것이면 충분할것 같습니다.


미션임파서블

그래서 위의 두 가지를 할 수 있는 모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케팅 하는 사람들끼리 업무 이야기로 훈수두기를 열심히 하면서 방법도 찾고 싶고, 우리회사의 또라이는 상식적인 또라이인가 내가 사실은 또라이인가 파악할 수 있는 대화도 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둘 다 하는 모임을 만들면 되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방적으로 가르쳐주는 세미나나 컨퍼런스, 교육은 회사에서 시켜주니 굳이 성과발표 같은 어색한 가르쳐주는 자리는 만들지 않겠다, 진짜 업무 고민을 이야기 할 수 있는  다른 사람들을 만날 자리를 마련해 보자, 상사나 팀원 뒷담화는 같은 회사 사람들과 하고, 그 관계에서 스스로가 얻고 바꿔야 할 것들, 미래에 대한 준비나 생각들을 맨스플레인하거나 폄하없이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자 라는 결심을 했습니다.

한편 누가 그런걸 원할까? 싶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60억 인구 중 유일무이한 별종이 아닌것처럼 제가 가진 니즈를 비슷하게라도 느끼는 분들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니다. 이 세상에 한 명만 있어도, 그래서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뿌듯할까 생각합니다.


한 분만 신청해도 모임을 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비즈니스 네트워크는 약하고 끊어지기 쉽습니다. 이해관계 때문에 모이고 그때문에 흩어집니다. 저는 이 모임이 진심으로 굴러가는 모임이 되기를 바랍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지식과 경험의 전수도 있겠지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드리는 것이 더 소중하다 생각합니다.

그래서 기다립니다. 진심으로 이야기를 나눌 분들을.


첫 모임 2017년 2월 17일(금) 오후 7시 신촌 르호봇비즈니스센터

신청 crystal@cl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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