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는 전략이다

광고와 비주얼에만 매달리는 안타까움에 대해

by 크리스탈

요새 부쩍 브랜드는 전략의 근간인거 같다는 말을 주위에서 많이 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좀 답답하고 안타깝다. 브랜드는 원래부터가 전략을 품고있는 core idea다. 어떤 브랜드를 만들때, 어떠어떠한 가치를 주는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생각이 있다면 그게 바로 브랜드의 가치제안이고 아이덴티티다. 그리고 그 가치를 줄 수 있는 각종 큰 그림들, 그것을 구체화하는 방안들이 고안되고, 시장과 고객의 상황 변화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전략이고 실행계획이다. 요새 기업에서 많이 쓰이는 LRP(Long Range Plan)도 기저에 브랜드의 가치제안이 있어야 한다. 출발점은 한 곳이어야 하는 것이다.


수많은 브랜드 구루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브랜드가 전략의 중심으로써 자리잡고, 일관성을 가지고 경영전반에서 실천되어야 한다고 말해오고 있다. 예를 들어 세스고딘의 보라색 소가 상품서비스의 독창성과 독특성을 말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단순히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상품서비스가 가지는 차별성을 유지하려면 유통과 커뮤니케이션, 영업 전반과 소비자와 접촉하는 모든 접점과 컨텐츠까지 모두 일관되게 차별적 특성이 느껴져야 한다. 그러기위해 기업 활동은 일사불난하게 정비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전략적 일관성이다.


사실 브랜드라는 이야기가 회자되기 시작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브랜드네임, CI로 대표되는 일부 표현영역에서의 결과물이 브랜드의 본질이자 전부인 것으로 이해되어 온 역사가 깊다. 브랜드관리를 한다고 하면 흔히 보이는 반응이 광고,디자인, CI, 간판 같은 것들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브랜드 관리의 최말단에 그것들이 있고, 그런 것들을 통해 가장 먼저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들이 밑도 끝도 없이 그냥 나오지는 않는다. 정체성이 있고, 그것을 어떻게 보여주겠다는 계획이 있었기에 로고가 빨갛게도 파랗게도 되고, 광고 징글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대규모 고객센터가 세워지기도 하는 것이다.



브랜드와 마케팅을 하며 점차 확신하게 된 생각은 브랜드는 전략의 바탕이고, 마케팅은 그것을 실현하는 많은 방법 중 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특히 기업브랜드가 중요한 사업군에서 사업전략은 브랜드전략에 필히 연계되어 있어야 한다. 소비재 마케팅을 할 때는 기업브랜드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내 (제품)브랜드가 잘 되면 된다고 생각했다. 인지도, 선호도 높고, 충성도 높아서 라인 익스텐션도 성공하고, 매출도 지속 성장하고 시장점유율도 커지는게 제품 브랜드 마케팅을 하는 사람의 소망이듯 나 역시 그랬다. 그래서 전략의 바탕이라는 개념 역시 제품서비스 전략의 차원에서 이해했다. 기업의 전략과 연계되어 있음은 알지 못했던 것이다.


이후 금융과 B2B에서 브랜드 업무를 하면서 기업브랜드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금융과 B2B는 소비재 대비 고객이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기업브랜드가 신뢰를 받지 못하면 제품이 영향을 직접 받는다. 제품 단위별 경쟁이라기보다는 회사의 총체적 실력 경쟁이고, 전사적 전략의 성패가 제품 브랜드의 성패나 실행에 큰 영향을 주는 산업이다. 예를 들어 사람으로 설명해 본다면, "아 역시 그 집 사람들은 ㅇㅇㅇ하군" 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집이란게 바로 기업브랜드다. 학자집안이라느니, 의사집안, 장사하는 집안 등으로 설명되고, 그 집안 분위기와 사람들의 유형이 어떠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 바로 기업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다.


그런데 기업브랜드가 강한 산업에서는 해당 회사의 한 두개 상품이 히트한다고 회사 전체의 실적이 확 좋아지기도 어렵고, 대중 역시 히트한 상품 한 두개를 보고 갑자기 신뢰를 크게 갖지도 않는다. 한 두개 상품이 히트하고 잘 팔리면 그 기업에 다음 기회를 주거나 또 한번의 기대를 하는 정도이다. 그러니 다음번 제품이 더 좋아야하고, 다음번의 고객관계가 더 좋아져야 신뢰를 얻기 시작했다고 말할 수 있다. 한 집안에서 교수 한 명 나온다고 교수집안이라고 말하지 않지 않는가? 두세명 이상 나오면 그때서야 사람들이 학자집안, 교수집안이라는 말로 슬슬 부르기 시작한다. 기업도 이와 같다. 다음번 제품이 더 좋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기업브랜드가 지향한 가치에 맞는, 고객이 인정한 가치를 보여주는 제품서비스를 계속 만들고 그런 가치에 맞게 각종 활동을 펼치는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금융이나 B2B는 브랜드 업무의 영역을 광고와 일부 마케팅에만 한정시켜 놓는 경우가 많다. 가장 중요한 상품이나 서비스 개발은 별도의 개발팀이나 영업부서에서 하는데, 손익과 리스크관리, 리소스 관리 차원에서의 효율성 등을 훨씬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고객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다고 하지만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는 무관한 상품이 개발되는 경우가 여전히 많고, 상품서비스의 운영도 회사의 편의 위주로 되는 경우도 허다해서, 어떠어떠한 브랜드라고 말해도 실제 상품서비스나 기업활동은 그 설명과 부합하지 않고 업계 관행이나 늘 해 오던 대로 하기 때문에 차별성도 독특성도, 가치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느끼지 못한다.



브랜드의 핵심을 포기한 노키아의 몰락


브랜드 아이덴티티 또는 가치제안에 맞는 일을 하는 것이 경영의 의사결정이나 기업성과와 반드시 관련이 있지는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면 노키아를 생각해 보자.

노키아는 한때 전 세계에서 경쟁자가 없을만큼 거대한 휴대폰 제국을 이뤘다. 노키아 브랜드 가치가 얼마나 컸는지 과거 자료를 조금만 뒤져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그런 기업이 지금은 휴대폰 시장에서 겨우 생존하고 있다. 이유는? 혁신하지 않아서라고 한다. 한번 더 질문해서 그들은 왜 혁신하지 않았는가? 혁신하지 않은 것과 브랜드 가치제안이 무슨 상관이 있는가? 싶겠지만 결정적인 상관관계가 있다.

노키아의 브랜드 슬로건은 Connecting People 이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켜 주는 일을 한다고 노키아 스스로 주장했다. 그들은 휴대폰을 엄청나게 팔아제끼는 한편,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관련 기술도 꾸준히 개발하고 있었다. 피처폰의 시대가 바야흐로 끝을 보이면서 IT기술의 융복합은 새로운 시대를 알리고 있었다. 노키아는 이미 그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스마트폰 기술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저 제품을 출시만 하면 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다른 선택을 했다. 이전과는 양상이 완전히 다른 초연결의 시대에 문자와 통화만을 여전히 고집하며 그 방법을 유지하라고 소비자들을 설득하려 했다. 이는 전세계 대도시의 수많은 빌보드에 대문짝만하게 적어놓았던 사람들을 연결해 주는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연결의 방법은 시대에 따라 기술발전에 따라 당연히 다르다. 연기를 피우던 시대에서 전화를 하는 시대로, 스마트기기와 인공지능을 통한 초연결의 시대로 바뀌어 왔다. 노키아 브랜드의 connecting people 이라는 브랜드 가치는 방법에 기인하지 않는다. 기술은 가치를 실현하는 도구일 뿐인데 엉뚱하게 방법에 매달리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에 정반대의 의사결정을 하고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러면 애플은 어떤 브랜드인가? 머리 속에 떠오르는 애플이라는 다양한 인식을 갖게 하기 위해 애플이 하는 일은 무엇인가? 애플의 이미지가 광고로 만들어진 부분도 있겠지만 광고가 아닌 많은 일들을 생각해 보면 애플이 말하고 행동한 모든 일과 상품서비스는 애플이라 할 때 떠오르는 하나의 이미지로 연결되지 않는가?

한 입 먹은 사과를 CI로 삼아서 힙한 브랜드가 된 것이 아니고 애플(사과)를 전자기기 이름으로 쓴게 혁신적인게 아니다. 그 모든 것, 첫 수퍼볼 광고와 잡스, 애플샵, 아이튠즈, 애플 캠퍼스까지 그 모든것이 애플이 애플이도록 해주고 있다. 그 중심에 애플의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면 브랜드는 무엇인가? 여전히 커뮤니케이션이고 상표일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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