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백날 해봤자..

리서치는 기획이 반이다

by 크리스탈

마케팅 하는 사람들이 자주 듣는 이야기가 조사 백날 해 봤지 소용없다! 라는 것이다. 특히 같은 마케팅 부서의 상사나 선배들, 임원들이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 어차피 그렇게 나올 줄 알았다, 원래 소비자들은 그런 이야기들을 한다 등, 표현은 달라도 조사결과에 전혀 기대를 할 필요도 없고, 그래서 별로 필요도 없다라는 것이다.


그런 일이 일어나는 원인을 살펴보면 대체로 잘못된 조사설계 때문인 경우가 많다. garbage in, garbage out 인 것이다. 그런데 잘못된 조사설계란 매우 광범위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잘못된 타겟 설정, 적절하지 않은 시기,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는 방법의 사용, 질문지 구성의 오류, 특정 의도에 의한 조사방향성 설정 등 종류도 다양하다.


가장 흔히 저지르는 실수 두가지를 꼽으라면 타겟설정과 질문지 구성의 오류다. 제일 쉽게 생각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가장 많은 실수가 나오고, 실수를 했는지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심각성도 크다.


인구통계적 접근은 이제 그만



타겟설정의 오류는 어떤 니즈를 검증하기 위해 해당 니즈를 가진 잠재/현재 유저들을 추출하는 방식의 오류인 경우가 많은데 대표적인 것이 인구통계학적 표본집단 추출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다. 지금도 많은 마케터들이 타겟설정이라 할 때, 일단 인구통계학적으로 먼저 접근하는데, 이는 실제 조사대상이 되어야 할 해당 니즈를 가진 사람들을 제외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예를 들어 프랑스식 디저트류를 원하는 사람들을 찾는다고 해 보자. 으례 가장 먼저 20~30대 여자!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그 집단 안에는 수많은 유형의 인간상이 존재한다. 내가 아는 20-30대 친구 중 3분의 1 정도는 화려하고 정교한 장식이나 복잡다단한 맛의 프랑스식 디저트보다는 다소 심플한 미국식 디저트류를 더 선호한다. 그리고 20대와 30대 여자를 대상으로 비즈니스하지 않는 제품서비스가 얼마나 될까? 20-30대 여자들은 소비와 트렌드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이므로 모든 제품과 서비스가 거의 그 연령대 여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타겟팅은 의미있을까?


니즈가 아닌 인구통계적 접근은 그 카테고리에 들어온 모든 사람들의 욕구를 동일시하는 오류를 전제하는 큰 결함이 있다. 연령, 결혼여부, 자녀유무, 직업유무와 같은 분류를 통해 알아낼 수 있는 정보가 예전과 달리 많이 줄었다. 결국 진짜 타겟을 찾을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니즈에 대한 조사를 한다면 니즈를 가진 사람들을 찾아야 한다. 그 니즈와 관련된 키워드들을 찾고, 관심분야와 적용분야를 찾아야 사람들을 찾을 수 있다. 좀 둘러가는 길 같은가?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돈을 낭비하지는 않을 것이다.





인구통계학적 방법이 틀려먹은 방법은 아니다. 과거, 사회변화가 크지 않고, 연령대에 따른 기대역할과 행동양식이 거의 표준화 수준으로 차이가 없었던 시대와 상황에서 인구통계학적 접근은 매우 효율적인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방식만을 고집하다가는 백이면 백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오히려 needs & wants 를 바탕으로 먼저 타겟 프로파일링을 한 뒤, 인구통계학적 분류를 넣어보면서 조정을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타겟팅을 하는 방법일 것이다.



내맘대로 적어내는 질문지는 휴지조각



질문지 구성의 오류를 살펴보면 이 또한 재미있다. -질문에 마케터의 의도를 넣어서 의도한 방향으로 답을 이끌어 내는 것,

-질문 순서를 바꾸어 선입견을 갖게 한 다음 유도해 나가는 것,

-모호한 단어 사용으로 비교가 무의미해지는 결과를 얻는 것,

-바뀐 상황이나 전제를 반영하지 않는 것 등이 흔히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그리고 이런 결함으로 잉태된 설문지들은 차후 조사결과가 나왔을때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데 오용되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


조사프로젝트는 결과를 가지고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것이다. 객관적 결과가 담보되지 않는 조사는 틀린 의사결정을 이끌어내거나, 의사결정 자체를 할 수 없게 만든다. 뭔가 잡힐듯 안잡히는 답답함에 리서치 결과 자료의 raw data를 아무리 뒤져봐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면 답을 피해서 물어봤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함정, 리서처(Researcher)



조사를 자체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규모 조사의 경우는 대체로 리서치회사에 위탁을 한다. 조사회사의 리서처들은 전문가들이라 마케터들이 좀 설렁설렁해도 잘 짚어주고 조사결과의 퀄리티를 감안해 꼼꼼하게 설계와 과정을 감독해 주지만, 그들도 완벽 & 만능은 아닌터, 가끔은 실수도 하고, 실력이 좋지 않으면 뻔한 것에서도 실수를 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경력이 짧거나, 특정 산업이나 리서치 방식에 경험이 적은 리서처들의 경우, 마케터들보다 훨씬 더 인사이트가 없거나 전문성이 미비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무조건 리서치회사라고 믿었다가는 돈만 버리는 수가 있다.


설문지를 볼 때마다 수많은 언어의 함정과 편견의 함정을 피하기 위해 곱씹고 이리보고 저리보고 고민하며, 단어 하나하나 철저히 검증하고, 선후관계를 제대로 살펴 최대한 객관적인 설문 설계를 하는 일은 마케터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리서처에게 맡겨서 이 정도면 괜찮다라는 섣부른 판단을 내리고 진행하면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고 진짜 고객 마음은 알지 못한다. 그리고는 조사해 봤자 소용없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마케팅조사와 관련해서 좋은 글이 있어 가져왔다. WK마케팅 김왕기대표님의 글 중에 잘못된 조사에 대한 소고인데, 리서치에 대한 내 생각과 대부분 일치한다. 여기 나오는 실수들을 이런 저런 기회를 통해 다 겪어보거나 목격했다. 뭐가 문제였는지도 알게 됐지만, 지금도 리서치는 어렵다. 하긴,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인데 쉬우면 사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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