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화장품이라구요?

밀레니얼세대와 기업의 기회

by 크리스탈

화장을 많이 하든 적게 하든, 자주 하든 가끔 하든 자신한테 맞는 화장품을 고르는 것은 항상 어렵다. 다양한 브랜드의 수많은 색상과 기능이 각양각색의 디자인 속에서 다른 매력을 뽐내고 있기 때문에 쇼핑을 하는 것이 행복할 수도 있지만, 번번히 딱 맞는 제품이 없어서 2프로 부족하거나 2프로 넘치는 쇼핑은 화장대를 풍성하게는 할 지언정, 끊임없는 결핍에 시달리게도 한다.

세상에 완벽한 검은색 미니 칵테일 드레스를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패션계 전설처럼 내 피부톤에 딱맞는 파운데이션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는게 화장품산업의 미션 임파서블이 아닐까.


브랜드들은 미션 임파서블에 계속 도전해 왔고, 더 많은 종류, 새로운 제형과 디자인으로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해 왔다. 그리고 2013년 세포라가 맞춤화장품 시대의 전조를 알렸다. 세포라는 전세계 매장과 글로벌 브랜드들의 제품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세계적 컬러 비즈니스의 리더인 팬톤과 콜라보를 해서 고객에게 딱 맞는 톤의 파운데이션 브랜드, 제품 번호까지 추천해 주는 서비스를 선보였던 것이다. 화장품은 피부를 더 예쁜 컬러로 표현해 주어야 하므로 전세계 유행색을 만들어 내는 컬러의 본산인 팬톤과의 콜라보는 적절해 보였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세포라가 제시하는 추천 화장품이 정말로 내게 백퍼센트 또는 90퍼센트라도 맞을 것인가? 라는 의구심이 일었다. 일단 그 많은 화장품 제품들의 컬러와 피부색과 문제나 특징을 다 분석했다고? 하는 의문(또는 의심)이 있었고, 설령 그럴수 있다 치더라도 실제 사용하면 피부 상태와 색상 때문에 실제 발색이 달라지는 것까지 감안했을 것 같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것은 뷰티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심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화장품은 예뻐 보이고, 나아 보이게 하는 제품이므로 구매에 대한 확신과 구매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 태도 강화가 매우 중요하다. 비싸 보이는 기계까지 만들어 진단한 다음 하는 일이 시중 브랜드를 소개시켜 주는 것이라니, 그것도 기계에서 출력 된 ' xxx브랜드 ㅇㅇ번 파운데이션' 이라는 답을 듣는게 전부라니 사람 마음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혹 장난이나 시험삼아 테스트를 받아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굳이 매장을 찾아와서 진단까지 받으려는 사람들은 자기 피부에 관심 많고, 외부의 시선에 신경을 쓰는데 제품명과 품번을 알려준 것이 최선이라면 사람들이 만족할 수 있을까? 차라리 매장 영업직원들이 육안으로 보고 판단한 근거나 직원들 스스로의 사용경험과 판매경험을 동원한 조언을 받는편이 고객으로서는 훨씬 마음이 편하고 확신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화장품이나 패션 등 감성적 가치가 큰 상품서비스에는 반드시 휴먼터치가 필요하다. 쇼핑을 하러 가서 고민스러우면 으례 친구나 종업원에게 묻지 않는가? 설령 자신의 생각대로 구매를 한다해도 주위의 의견을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강화하고 관철시키는 참고자료로 사용한다. 기계가 분석을 해서 내놓는 답이 설령 최적이고 맞다 하더라도 거기에는 감정적 이해와 심리적 해설이 결여되어 있기때문에 조작하는 사람이 기계가 토해 낸 단순정보를 신뢰할만한 인사이트로 바꿔 주어야 구매에 대한 의사도 생기고 자기확신이 가능하다.

나머지 하나의 이유 하나는 이 기사 본 뒤 출장과 여행을 다니며 세포라를 가봤지만 저 기기를 가진 매장이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몇개 매장에서만 한정적으로 시행했던 것이라면 결국 브랜드의 버즈확대를 목적으로 하는 홍보성 깜짝쇼 이상의 의미가 없다. 그리고 서서히 이 서비스는 내 머리 속에서 지워졌다.


세포라와 팬턴의 조합은 혁신적으로 보였습니다만..



진짜 맞춤화장품의 시대


2016년, 랑콤은 노드스트롬 백화점에 맞춤화장품코너를 열고 피부진단 후 피부톤에 맞는 제품을 직접 만들어 주는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라벨에 주문자의 이름을 넣어 즉석에서 인쇄해 용기에 붙여주는 완벽한 맞춤 화장품이다. 세포라의 맞춤 추천이라는 유사 맞춤 서비스에서 제대로 한걸음 더 나가서 제조사로서의 메리트를 살려 진짜로 만들어줘 버리는! 패기를 발휘한 것이다. 노드스트롬의 랑콥샵에서 맞춤 화장품을 주문해 받은 사람들의 반응은 흥분으로 가득찼다. 몇개의 화장품을 사용해야만 피부톤을 맞출 수 있었던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았다는 것을 화장품 회사는 몰랐을까? 아니면 여러개의 제품을 팔 생각에 눈감고 있었던걸까 그도 아니면 그저 맞춤제품을 만들어 제공할 인프라가 안돼서?

랑콤의 제품은 즉석에서 블렌딩하여 병입 작업을 하고 주문자의 이름이 쓰인 라벨 부착까지 되는데 일련의 과정을 주문자가 지켜볼 수 있다. 눈 앞에서 나만의 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는 것은 소비자로서 꽤나 흥분되고 두근거리는 경험이다. 브랜드와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삶의 각인인 것이다.

눈 앞에서 제품을 만들어 줍니다


최근에는 랑콤 외에도 꽤나 다양한 프라이빗 레이블의 화장품들이 있고, 어플리케이션으로 진단한 결과를 제품으로 만들어 주는 화장품 브랜드, 매일 사용할 화장품을 만들어 주는 화장품제조기기까지 시장에 나왔다.


기초제품에 집중하는 브랜드와 색조에 보다 무게중심을 두는 브랜드들로 나뉘는 듯 하다. 모든 제품 라인업을 다 맞춤으로 시작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고, 각 브랜드가 강한 부문이 있으니 그쪽에서 더 특화시키는 것이기도 한 것 같다.

예를 들어 Rouge Makeup Salon이나 Three Custom Color의 경우, 메이컵아티스트들이 시작한 브랜드라서 색조에 포커스한 광범위한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반해 ioma paris는 기초제품으로 승부를 보는 모습이다.


[맞춤화장품 브랜드들]


Three Custom Color http://www.threecustom.com/home.php

Giella https://giella.com/pages/customize

Rouge Makeup Salon http://www.rougesalons.com/


반짝반짝 아름다운 나만의 립글로스..


ioma paris http://intl.ioma-paris.com/en/ (기초화장품 전문)

Match Co http://www.getmatch.co/the-product/ (전용 앱으로 피부진단, 피부톤에 맞는 파운데이션을 만들어 보내줌)


전용 앱으로 피부진단 후 맞춤파운데이션을 보내주는 MATCH Co


SKIN INC http://www.iloveskininc.eu/ (온라인상의 질문에 답한 결과를 바탕으로 제품 제안)


SKIN INC의 홈페이지의 맞춤서비스에서 질문에 답을 하면 이런 결과를 보여준다



메이컵 제품 외 장업계에 속한 헤어제품에서도 맞춤제품의 바람은 불고 있다. 특히 헤어케어제품은 두피와 모발이라는 두가지 다른 부분을 다루는 제품으로 어디에 포커스를 하느냐에 따라 제품 방향이 많이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스타일링제품에 못지 않은 케어제품의 다양성의 증가가 눈에 띈다.


funciton of beauty https://www.functionofbeauty.com/

Profile Pro https://www.functionofbeauty.com/


맞춤이라해서 랩 분위기의 오프라인 샵만을 가진 것이 아니다. 스토어에서 맞춤 화장품 뿐 아니라, 맞춤 메이컵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기도 하고, 브랜드 차원에서 기 개발해 놓은 컨셉상품을 판매하면서 맞춤 화장품을 병행해 판매하기도 하며 온라인 샵도 보유하는 등 온오프를 아우르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의 맞춤 화장품들


우리나라 역시 작년부터 맞춤화장품들이 줄줄이 출시되고 있다. LG와 차앤박의 르메디와 아모레퍼시픽의 매스브랜드인 라네즈 맞춤화장품 플래그십스토어 런칭, 설화수 플래그십스토어, 이니스프리의 맞춤앰플제품 출시 등으로 화장품 빅2의 양강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얼마전 아모레퍼시픽은 SK텔레콤과 IoT를 활용해 스마트뷰티서비스를 런칭하기로 MOU를 맺었다.

LG의 르메디는 이대앞에 샵을 열고, 피부테스트 후 개인에 맞는 세럼을 만들어 주고 있다. 예약제로 서비스 되는데 예약문의가 이어지고 있고, 향후 세럼 외의 것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한다. 아모레퍼시픽은 SK텔레콤의 IoT를 이용해 맞춤 화장품 개발에 필수 정보인 화장품 브랜드의 고객 정보와 피부 타입 등을 빅데이터로 구축할 예정이라는데, 현실화 될 경우 우리나라 사람들의 피부와 생활환경에 딱 맞는 제품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이 외에도 라네즈의 맞춤 화장품 플래그십의 순항과 맞춤 헤어케어 제품의 출시 등을 통해 매칭, 또는 맞춤, 피팅 서비스의 부상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외에 프라이빗 레이블인 톤28, 리뉴, 뉴스킨의 에이지락미, 코스메슈티컬 화장품을 표방하는 캐럿티카 등 꽤나 많은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이들 중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여 메이저 기업과 경쟁에서 지지 않고 살아남을 브랜드가 어떤 것일지 자못 궁금한데 개인적으로는 톤28의 행보가 기대된다.



수요의 변화 - 밀레니얼 세대가 주류가 되다


화장품에서만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은 아니다. 산업 전체에서 맞춤이라는 트렌드는 하나의 확고한 현상이 되었다. 맞춤 신발, 맞춤 금융, 맞춤 여행.. 맞춤이라고 하면 그 뒤에 즉석에서 따라 붙는 단어들은 엄청나게 많다. 갖다 붙이기만 하면 다 말이 된다고 해도 될 정도이다. 그리고 요즘 말하는 맞춤이란 예전의 무늬만 맞춤이 아니다. 진짜로 니즈가 제대로 반영된 개인화서비스가 되고, 제품이 나온다. 위에서 예를 든 화장품처럼.


기업들이 맞춤 custom-made의 방향을 선택한 이유는 소비자 트렌드가 그쪽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인 것과 기술 발달이 소량 맞춤생산을 가능하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최근 모든 산업의 변화를 4차산업혁명과 결부짓지 않으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듯, 밀레니얼세대를 모르고서는 기업활동의 변화를 납득할 수 없다. 기술의 발달과 소비자의 변화는 공급측면과 수요측면의 변화를 말한다. 특히 공급측면의 변화는 스스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수요측면의 변화에 기인하는 경우가 크다. 수요의 규모나 양상, 특성들이 달라진다는 것은 기업의 대응방식과 생존 및 성장의 키워드가 바뀌어야 한다는 뜻이다. 공급자측면의 이야기는 정말 많은 곳에서 이야기하는데, 수요자인 소비자의 변화에 대해서는 그만큼 고민하고 연구해서 대응하는 글이나, 기업들이 많지 않은 것 같다.


소비자의 집단 중 대세는 이제 단연 밀레니얼세대(Millenials)다. 밀레니얼 세대들은 1980년대~2000년 출생자들로 현재 나이가 18세~38세에 해당된다. 전세계적으로 25억명에 달하고 전 세계 소비시장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이들의 연간 지출액은 2조4천억달러 이상일 것으로 추정하는데, 2015년을 기점으로 밀레니얼 세대가 X세대보다 커졌다. 드디어 소비의 중추를 밀레니얼 세대가 차지한 것이다. 물론 부의 규모의 차이에 따라 아직은 밀레니얼세대가 X세대를 능가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기도 하지만, X세대의 부가 초래하는 사회의 변화모습은 일단 차치하고, 메인 스트림을 구성하는 중추세대의 변화를 더 진지하고 보질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밀레니얼 세대가 결국 오늘날의 4차산업혁명이라는 변화의 중심에 있다는 의미다.


밀레니얼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모니터를 접했고, 자라면서 멀티 스크린에 익숙해졌으며 모바일로 자유자재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삶을 꾸려가고 있다. 손안의 모바일로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정보를 빠르게 습득하고 상품서비스를 구매하고 평가한다. 이들에게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로 이어진 세상은 현실을 피해 숨는 가상의 세계가 아니라 현실의 연장이고, 그 속에서 본인의 자아를 그대로 드러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신에게 무관한 것에는 기이할만큼 무관심한 한편,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전 소비자와 비교될 수 없을만큼 열렬하게 네트워킹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며 영향력을 미친다.


티스크린의 세대이자 모바일중심 세대이므로 항상 너무나 많은 정보에 노출되어 있어 흔히 말하는 전문가나 권위자보다는 주위의 의견과 판단에 오히려 귀를 더 기울인다. 이너서클의 의견을 중요시하는 것처럼, 브랜드나 기업과도 파트너나 친구가 되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자신이 중심이 된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 그러므로 일방적으로 브랜드의 메시지에 동화되거나 브랜드를 옹호하지 않는다. 그런 특성은 브랜드와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는 관계를 맺게 되면-자신의 이너서클에 브랜드를 끼워 주는 것- 충성도가 매우 높은 긍정적 모습으로 나타나고, 뒤집어 말하면 자신과 의미있는 관계를 맺은 기업이나 브랜드가 아니면 cherry-picking의 대상이거나 아예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니 지금껏 해 온대로 기업에서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전통적인 커뮤니케이션이나 one way 마케팅은 이들에게 통하지 않는다. 특히 자신들을 일방적 마케팅대상으로 삼는 것을 귀신같이 알아채고, 무인격의 판매구좌 취급을 한다고 느껴지면 극도로 혐오감을 표출하거나 자신의 삶에서 퇴출시켜 버리기까지 한다.


부모세대보다 못 사는 세대


또한 사회경제적으로 밀레니얼들은 부모세대가 아낌없이 제공한 사회적 자본으로 풍요롭게 살아왔고, 부모세대보다 더 똑똑하다. 그러나 이 세대들은 부모세대보다 수입이 적고, 사회적 계층 이동의 가능성도 낮은 세대다. 자신의 수입에 부모의 경제력을 더해본다면 풍족한 소비자이지만 세대 자체의 소비력은 이전 세대만 못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그런 현실을 스스로 잘 알고 있어서 자신에게 필요한 것, 주어진 부로 가질 수 있는 가치를 철저히 따져보는 것이 몸에 익었다. 그야말로 정말 "잘 따져보는 사람들"인 것이다. 온갖 종류의 가격비교사이트와 구매후기, 사용후기가 넘쳐나는 이유가 다른데 있지 않다.

반드시 비싸야 제 값을 한다고 판단하는 품목이나 아이템들에 아낌없이 돈을 쓰지만, 그렇지 않은 것은 철저히 가성비를 따져 산다. 소위 명품 자켓에 시장에서 산 티셔츠를 매치하고, 성수동 수제화 가게에서 맞춘 수제구두를 신고 다니는 것이 예사로운 일상이다. 그래서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대량생산 제품이 제공하는 어마어마한 옵션을 받아들이면서도 유일한 것, 맞춤에 열광한다. 철저히 가성비에 따른 구매를 하는 한편, 터무니없어 보이는 것에도 높은 충성도를 가지고 있고 계속 유지해 나가는 모순되어 보이는 태도를 가지는 이유가 경제력의 한계, 이전 세대보다 가질 수 있는 부의 크기가 작기 때문임을 알고 보면 그들의 서바이벌 본능은 서글퍼보이기도 한다.


이제 화장품으로 돌아가서 밀레니얼 세대를 보자.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가장 찾기 어려운 품목이라면 좀 비싸지더라도 맞춤화장품을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인 대안이다. 밀레니얼 소비자입장에서는 모든 제품이 A to Z로 맞춤이 될 필요가 없고 그래야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충분한 가성비를 뽑는 제품을 사용하는데 아무런 거리낌도 없고,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사양의 맞춤 화장품 몇 종류에 기존 브랜드들이 보유하고 있는 다채로운 제품들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공존하게 된다. 예를 들어 피부톤에 정확히 맞아야 하는 파운데이션이나, 피부에 영향이 큰 기초화장품과 같은 제품들에서 맞춤제품을 사용하고, 그 외는 충분히 만족할 만한 기존 브랜드들의 어마어마한 옵션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찾아 쓰는 식으로 제품과 브랜드를 활용한다.


그리고 이전에는 기업이 기술과 정보의 부족으로 개인화된 맞춤상품이나 서비스의 제공이 어려웠지만 이제는 가능하다. 조금 더 지불 할 의향이 있느냐가 중요한데, 이미 고객들은 나에게 맞는, 내게 딱 필요한 것이라면 돈을 더 낸다는 것을 역사적으로 증명해 오고 있다. 누군가는 그 정도의 차이에 더 지불하지 않겠다고도 하지만, 또다른 누군가는 그 조금의 차이를 중요하게 받아들이며 선선히 지갑을 열어주기도 한다. 오늘날의 다양한 상품서비스는 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으로 채워졌기도 하지만, 그것을 떠받쳐 준 소비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모 기업의 광고카피처럼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들고, 작은 차이가 큰 변화를 만든다는 것을 아는 소비자들 덕분이다.




기업에게 열린 새로운 기회


관점을 조금 바꿔서 기업이 어쩌면 성가시고 어쩌면 내부의 복잡성만 더하는 맞춤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노드스트롬 백화점의 랑콤샵 몇개로 맞춤샵 몇개로 랑콤의 비즈니스 전체가 맞춤화장품 사업으로 돌아간다고 말할 수 없다. 엘지나 아모레퍼시픽 역시 모든 제품을 맞춤으로 만들어 비즈니스를 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이저 브랜드들이 투자를 하는 이유는 향후 유무형의 자산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으로, 아래 네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반복구매 유발, 고객이탈 방지 가능해 안정적이고 지속적 매출 확보

정서적 관계 강화로 충성고객 확대

•고객 니즈와 U&A에 대한 빅데이터 확보로 더 나은 매스 마켓용 제품과 라인업으로 시장 확대

•수요예측 정확성이 개선되어 원재료, 부자재 적정량 구매 & 재고 적정량 보유 가능



첫째, 고객 각각에 맞춘 유일한 제품을 제공해 줌으로써 고객이 이탈하기 어렵게 만들고, 지속적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다. 딱 맞는 제품을 구하려면 다른 브랜드가 아닌 자신의 정보를 가진 브랜드에 갈 수밖에 없다. 반복구매가 당연하고 이탈도 어려워진다. 여러 브랜드가 똑같은 서비스를 한다해도 결국은 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 있게 마련이고 가격과의 밸런스도 중요하며 무엇보다 피부상태에 대한 우려 때문에 한번 특정 브랜드의 문턱을 넘어가면 다시 넘어오고 다른 브랜드를 시험해 보기 쉽지 않다. 문턱 높히기의 전형적인 방법이다.


둘째, 고객과의 관계맺기에서 진일보한다. 자신만을 위한 자신에게 딱 맞춘 제품을 주는 브랜드는 다른 브랜드와 관계의 깊이가 당연히 다르다. 자신의 이름이 인쇄된 라벨을 보며 매일 그 제품을 사용할 때, 누구만을 위한 xx제품이라는 표현 문구는 서서히 마법을 만들어 낸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자신의 개인 화장품회사를 가지고 있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 사람은 항상 유일의 존재, 특별한 존재이기를 원하고 추구한다. 그 심리는 자신만을 위한, 자신에게 제일 잘 맞는 것을 주는 곳에 대해 감정의 투자를 더 하게 만든다. 타 브랜드가 주지 못하는 것을 주는 곳이라는 특별함이 있고 재구매나 반복구매를 통해 점점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면 브랜드에 강력한 옹호심리가 생긴다. 모든 소비자는 구매 후 합리화를 겪는데 특히 맞춤은 소비자가 자청한 경우라서 보다 강한 심리적 후킹이 일어나고, 감정적 유대가 특히 강화된 충성고객들을 갖게 된다. 그리고 충성고객들은 브랜드의 강력한 지지세력이 된다.


셋째, 맞춤화장품을 주문하는 소비자들의 정보는 기존에 가지고 있는 고객 데이터보다 더 확실하고 정확하다. 수많은 소비자 테스트를 해 보며 색과 톤, 질감과 여러 물성에 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겠지만 기술발달이 가져온 정교하고 규모 큰 데이터들은 차원이 다르다. 피부톤을 일일이 정확한 수치로 측정하고, 소비자들이 경험하는 환경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면 그에 맞는 제품을 만들기 쉽다. 예를 들어 지금껏 만들어왔던 모든 사람을 위한 건성피부용 화장품이 아니라 수분이 몇퍼센트 미만인 건성피부를 가지고 있고, 주위 습도가 얼마인 환경에서 일하고, 화장을 아침에 하고 저녁까지 한 번도 못 고치는지, 제대로 고칠 여유가 있는지 등을 알게 되면 특정인에 맞는 처방이 거의 완벽하게 가능해진다. 또한 기상데이터와 유행트렌드 데이터까지 접목한 빅데이터들의 추가 분석과 인사이트는 매스마켓 제품의 처방을 대다수의 소비자들에게도 더 잘 맞게 개선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 그리고 보다 큰 규모의 집단에 사용성 테스트를 해서 확정되는 제품의 품질이나 사용효과는 이전과는 다른 정교함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더 정교하게 만들어진 제품을 가진다는 것은 본원적인 경쟁력의 강화를 의미하고, 매출의 확대, 시장지위의 강화와 같은 경쟁우위를 창출할 수 있게 한다.


넷째, 실제 수요에 대한 보다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위의 이야기처럼 소비자에게 더 맞는 처방이 세분화되어 나오면 그에 맞게 원료와 부자재를 주문할 수 있고 대량생산의 전체적인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이전에는 간과되었던 중요한 요인을 발견하고 컨트롤할 수 있게 되거나, 필수적인데 몰랐던 것들을 확인하게 되면, 그리고 제품의 필요시기와 필요규모, 그에 따른 원재료와 부자재의 수급은 예측가능해 진다. 제조업의 경우 재고자산의 적절한 운용이야말로 원가경쟁력의 큰 축이므로, 이 측면의 개선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화장품 한 번 찍어바르는 것으로 이런 긴 글을 쓰며 별 생각을 다 하는 것이 이상해 보일 것도 같다.

그런데 2013년의 기억과 2017년의 현상은 불과 4년 차이다! 4년만에 유사 서비스가 진짜 서비스가 되었다. 화장품 산업의 역사가 몇년인데, 진짜 맞춤은 이제야 가능해진 것이다. 그러니 왜 신기하고 고민스럽지 않겠는가? 표면으로 드러나는 것은 대체로 작고, 재미있고, 뭐 그럴수 있지라는 생각과 함께 스쳐지나가지만 그 밑에는 어떤 큰 흐름이 바뀌고 있는 것이 아닌지 알아보려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어떤 변화든 바탕에 깔린 변화의 핵심 동인을 제대로 알고 이해해야 떠밀려가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

세상은 밀레니얼세대의 손에 넘어가고 있는데 이전 세대와 힘겨루기 하던 방식의 영광에 만족하며 살다가는 브랜드의 묘지에 고이 누울 날이 멀지 않다. 사라져가는 세대의 마지막 빛을 끝까지 붙들어 보겠다는 계획도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되고 그 기회로 다른 가능성을 탐색할 여유를 만들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들은 사라지고, 지갑은 닫힌다. 함께 사라질 것인가, 새로운 세대와 함께 변할 것인가를 항상 고민하는 것. 그것으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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