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을 쫓아내는 비즈니스의 경험들
한비자에 구맹주산(狗猛酒酸) 이라는 일화가 있다. 네이버에 검색해 보면 아래와 같이 유래를 밝히고 있다.
송나라 사람 중에 술을 파는 자가 있었는데, 그는 술을 만드는 재주가 뛰어나고 손님들에게 친절하며 항상 양을 속이지 않고 정직하게 팔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집보다 술이 잘 팔리지가 않아 이상하게 생각한 그는 마을 어른 양천에게 물어 보았다. 그랬더니 양천이 물었다.
"자네 집 개가 사나운가?"
"그렇습니다만, 개가 사납다고 술이 안 팔리다니 무슨 이유에서입니까?"
"사람들이 두려워하기 때문이지. 어떤 사람이 어린 자식을 시켜 호리병에 술을 받아 오라고 했는데 술집 개가 덤벼들어 그 아이를 물었소. 그리고 맛은 점점 시큼해지는 거요."
이와 같이 한비자는 나라를 위해 어진 신하가 기용되지 못함을 비유하여 설명했다. 즉, 아무리 옳은 정책을 군주께 아뢰어도 조정안에 사나운 간신배가 있으면 불가능함을 강조한 말이다.
이 고사를 기업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한 금융회사가 있다. 그들의 주력 상품은 소액 대출상품이다. 대출금리가 다른 회사에 비해 조금 낮고, 상환기간도 여유있게 설정해 두어 대출상품 중 경쟁력이 좋다. 그런데 그런 좋은 조건을 가지고도 예상했던 것과 달리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지는 않는다. 이유가 무엇인지 확인해 보았더니 몇 가지 원인으로 압축되었다.
첫째, 금리조회를 하면 신용등급이 떨어진다
둘째, 대출금 입금이 늦다
셋째, 연체시 심한 채무독촉이 있다.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한 회사라고 했지만 사실은 우리나라 제2,3금융권의 몇년 전 실상이다.
캐피탈업체나 대부업체에 실제 대출이 발생하기 전, 단순히 금리가 얼마나 되는지 조회만 해도 신용등급이 떨어졌기 때문에, 정말 자금이 급해서 앞뒤 가릴 상황이 되지 않는 한, 고객들은 몇번이나 망설였다. 그리고 자금이 당장 필요한 경우 시간이 걸려 자금 수요를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 마지막으로 심각한 사회문제까지 되었던 연체시 채무 해결 독촉은 거의 모든 금융사에서 일반적으로 행해지던 나쁜 관행이었다.
이 문제들이 지속적으로 고객에게 금융상품 이용에 불편함과 부담감을 높이고, 필요한 자금 융통이 안되어 가계나 비즈니스에 어려움을 초래하였다. 한편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잠재고객을 잃고 금융비즈니스에 가장 중요한 평판이 나빠지게 됐다. 이 세 가지가 한비자의 고사에 나오는 사나운 개에 해당한다.
이후 금리조회만으로는 신용등급에 영향을 주지 않게 했고, 대출금 입금을 당일 또는 몇 시간 내 입금해 주는 프로세스의 단축과 함께 법적으로 심한 채무독촉을 하지 못하는 근거를 만들고 자율감독 및 금융기관의 감시감독을 받고 컴플라이언스 규정을 강화했다. 이런 조처를 취함으로써 대출상품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졌다.(물론 가계대출을 적극 장려한 정부의 정책이 이런 변화를 빨리 가져온 것을 무시하지는 못한다)
개별 기업의 비즈니스 활동에도 이런 사나운 개가 많다. 나에게 충성하고 꼬리를 흔들기 때문에 고객에게 무섭게 짖는 것이 아무렇지 않게 보이는 것일 뿐.
한달전 쯤, 눈이 많이 왔다. 길에 푹푹 쌓인 눈들과 지붕에 두껍게 쌓인 눈들이 겨울 정취를 한껏 살려주었다.
며칠 뒤 날이 맑고 햇살이 쨍쨍 내리쬐면서 눈이 녹기 시작했다. 밖에서 한참 걸었던 터라, 창이 크고 아늑해 보이는 카페를 발견하고 들어가려고 했는데 그 가게의 처마에서 햇빛에 녹은 눈이 뚝뚝 떨어졌다. 그 전에 내린 눈의 양이 제법 되기 때문에 가끔씩 똑똑 떨어지는게 아니라 거의 비가 내리듯 줄줄 떨어졌고, 그 위치는 공교롭게도 출입문 바로 위였다. 떨어지는 물을 피해 카페를 들어갈 방법도 없고-빗사이로 막 가는 신공이 있지 않은 한-물을 맞아가면서까지 굳이 그곳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도 없어서 포기했다. 그러고보니 매장 안에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 카페에서 겨우 몇 건물을 더 가니 조금 작지만 입구가 깔끔하게 잘 치워져 있고 처마에서 아무것도 떨어지지 않는 카페가 있어 들어갔다.
맑은 날 그 카페는 아무 문제도 없는 훌륭한 영업장이었다. 늘 그 앞을 지나가며 많은 손님으로 붐비는 모습도, 한적하게 여유있는 종업원의 모습도 보았다. 거리를 향해 난 큰 창의 유리는 항상 깨끗하게 잘 닦여 있었기에 그 카페의 조도와 인테리어도 아늑하고 적당히 고급스러운 것을 알고 있었다.
비가 오는 날은 모두 당연히 우산을 쓰고 다니기 때문에 그 카페의 문제는 드러나지 않았다. 손님도 주인도 가게 앞에서 우산을 끄면서 낙수가 비와 함께 흘러내릴 것이란 사실은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그날처럼 눈이 녹아 흘러내리는 날, 그 카페의 문제가 드러났다. 어쩌면 주인은 1년에 한두번 있을까말까 한 눈이 녹아 내리는 맑은 날을 위해 굳이 처마를 손 볼 생각은 없었거나, 그런 상황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을 수 있다.
오늘날 많은 기업이 맑은날, 굳은날 모두 변함없는 서비스를 하고, 좋은 제품으로 고객을 만족시키려고 노력한다. 훌륭한 기업은 맑은날과 굳은날 뿐 아니라, 눈이 녹아 흘러내리는 맑은 날도 있음을 알고, 그때를 대비해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정비해 둔다. 적당히 괜찮은 것과 정말 좋은것의 차이는 누구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아주 사소한 것, 작은 디테일의 유무와 상황대처방식 등에서 드러난다. 카페 처마에 물받이가 있어 가게 양쪽으로 흘러내리게만 해 두었더라도 나는 그곳에 들어갔을 것이다.
괜찮은 기업, 브랜드에 만족할 것인가, 훌륭한 기업, 브랜드가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