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초라한 것 같아서

자폐아이 엄마의 고군분투 다이어리

by 청크리

브런치북 하나를 완성하고 앞으로는 어떤 글을 써가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아니, 좀 더 솔직히 얘기하자면 평화로운 일상과 고요한 내적 평안함이 맞물려 딱히 큰 고민이 없었고 그래서 내게 열정적으로 글이란 불을 때울 땔감이 없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삶이란 평탄할 수만은 없는 법. 어느새 또 나의 6살 난 아들 로키와 우당탕탕 사는 일상 속 이야깃거리가 차곡차곡 쌓여갔다. 나의 단단해졌던 마음이 언제 그랬냐는 듯 몇 번이나 흔들리기도 무너지기도 하며 행복과 불행은 여전히 엎치락뒤치락 싸워댔다. 그러던 중 자연스레 아이 이야기, 가족 이야기, 나 혼자만의 이야기 등이 머릿속을 어지럽혔고 이 많은 얘기를 다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simple is the best, 단순한 게 최고라는 말이 떠올라 그저 일상이란 이름으로 편안하게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


때때로 아티스트가 힘든 일을 겪으면 명반 혹은 명작이 탄생하기에 시련을 겪은 사람의 작품을 은근히 기대하게 되는 내 이 못된 심보로 인생을 바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해탈한 마음으로 글을 쓴다. 그래서 나는 짠한 나의 일상을 기록하는 다이어리를 써보려 한다. 내 인생이 얼마나 멋들어지게 기록되려고 이렇게 매일 속이 씨끄러운걸까 생각하면 실소가 나올 때도 있다.


“나만 초라한 것 같아서”라는 이 제목을 보면 얼마나 많고 다양한 사람들이 “나도 그래"라고 공감을 할까 싶었다. 내가 보기엔 너무 잘 나가는 회사원도, 파릇파릇한 젊음을 즐기는 대학생도, 설렘만이 가득한 신혼부부조차 초라한 순간이 있을터. 결국 우리는 각자의 처지가 조금씩 다를 뿐 다들 비슷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비슷한 초라함, 공허함, 좌절감, 무력감 등을 느끼면서 하루하루를 사는 어깨가 무거운 어른으로서 상처 가득한 일상을 티 내지 않으려 고군분투하며 말이다.


이제부터는 지난 브런치북에는 짙었던 자폐 대 비자폐라는 대립구조를 떠나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루하루를 비슷하게 살아내고 있다는 연대감에 조금 더 초점을 두고 싶어졌다. 그렇게 함으로써 나는 자연스레 내 인생만 고단하지 않다는 위안을 받고 싶을걸 지도 모르겠다. 너나 나나 이렇게 고만고만하게 살고 있으니 서로 비교하지도 차별하지도 말자고 밑밥을 좀 깔아 두고 우리 아이가 좀 특이해 보여도 그러려니 해달라는 나의 얄팍한 속내가 은연중 비춰보이지만 말이다.


고장 난 물건인 양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아이를 고치고 싶었던 시기를 지나 나 자신부터 고쳐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온 가족이 함께 성장했던 지난 4년여의 시간 동안 나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 그렇게 달라진 우리의 웃고 우는 일상을 덤덤히 적어 가고 싶다. 그러니 아이의 등원 이후 커피 한잔을 마시며, 덜컹대는 지하철 안에서 운 좋게 자리를 발견하고 앉아서, 자야지 자야지 하며 폰을 내려놓지 못할 때도 나의 다이어리를 편하게 읽어주시길 바란다.


초라하고, 궁색하고, 못난 우리가 사실은 얼마나 수려하게 잘 살아가고 있는지를 알아가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