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 그동안 고마웠고, 애썼어 내남편..
맑고 쾌청하다 못해,
세탁기에 잘 빨아서 좋은 볕에 널어 말린 이불같이 깨끗한 하늘..
바람조차 없는 좋은 날
나는 남편을 기다린다
불안한 눈으로, 기력이 없어 누구였는지 지금은 기억도 안나는 사람의 부축을 받으며 서있다.
그렇지만 그 순간은 생생히 기억한다
십수 년이 지났지만 잊을 수 없다
내 남편이 나에게 오던 그 순간은 ..
정확히는 내 남편의 관이 나에게 다가오던 떄를..
그 건장하고 펄펄 날던 사람이.... 세상 무서울 것이 없던 그 사람이
저 시커먼 관에.. 담겨서 나에게 오고 있다
사실 나는 남편이 내 가까이 올 때까지 정신을 붙잡지 못했다
검은 양복의 사내들이 보이고,
관머리가 보이던 그때..
꺼무룩 정신을 놓았다
어디선가 자꾸 목소리가 들린다
눈을뜨니 보이는
저 지겨운 링거병...
응급실 하얀 천장...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가늠이 안되는데
다 끝났다고 한다
화장터를 거쳐 이미 납골당으로 가고 있단다..
나는 염 하는 것도 못 봤는데,
그 지랄 같은 하혈이 너무 심해서
내가 화장실 간 사이에 염을 다 해버렸다..
정확히는 내가 화장실 간 사이에 기다리지 말고 하라고 했단다..
내 엄마, 아버지는 철저히 내편이었다
먹지도 자지도 않고 울다 기절하길 반복하는 딸이..
그 모습을 보면 또 얼마나 무너질지 누구보다 잘 알았을거다.
앞서간 사위보다는 남겨진 딸이 더 걱정되었겠지..
매형의 모습을 내내 기억할 누나를 걱정한,
속 깊은 내 동생도 그 의견에 동조했겠고..
그들의 걱정 덕분에 나는 염 하는 장면도, 화장하던 순간도 그 어떤것도 기억에 없다..
내 남편이 이승을 떠난 그 순간부터 나는 그 사람 얼굴을 못 봤다
흰 천에 덮여 나오던 현관 앞 그날을 빼고는...
그날도 119대원과 경찰은 나를 집에 들어가지 못하게 했었다..
그래서 내 기억엔 흰 천 덮은 그 모습만 남았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어쩌면 그것은 내 남편의 배려였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