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2막이 시작된 날

잘 가.. 그동안 고마웠고, 애썼어 내남편..

by 윤별

맑고 쾌청하다 못해,

세탁기에 잘 빨아서 좋은 볕에 널어 말린 이불같이 깨끗한 하늘..

바람조차 없는 좋은 날



나는 남편을 기다린다


불안한 눈으로, 기력이 없어 누구였는지 지금은 기억도 안나는 사람의 부축을 받으며 서있다.




그렇지만 그 순간은 생생히 기억한다

십수 년이 지났지만 잊을 수 없다



내 남편이 나에게 오던 그 순간은 ..

정확히는 내 남편의 관이 나에게 다가오던 떄를..

그 건장하고 펄펄 날던 사람이.... 세상 무서울 것이 없던 그 사람이

저 시커먼 관에.. 담겨서 나에게 오고 있다



사실 나는 남편이 내 가까이 올 때까지 정신을 붙잡지 못했다



검은 양복의 사내들이 보이고,

관머리가 보이던 그때..

꺼무룩 정신을 놓았다




어디선가 자꾸 목소리가 들린다


'다 끝났어요'


'다 끝났어요'


눈을뜨니 보이는
저 지겨운 링거병...

응급실 하얀 천장...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가늠이 안되는데

다 끝났다고 한다

'뭐가 다 끝나?? 애아빠는?? 뭐가 끝이란거야?'



화장터를 거쳐 이미 납골당으로 가고 있단다..

'그래도 40년을 산 사람인데, 몇 시간 만에 이렇게 끝난다고?

나를 두고 끝냈다고??'




나는 염 하는 것도 못 봤는데,

그 지랄 같은 하혈이 너무 심해서

내가 화장실 간 사이에 염을 다 해버렸다..


정확히는 내가 화장실 간 사이에 기다리지 말고 하라고 했단다..


내 엄마, 아버지는 철저히 내편이었다

먹지도 자지도 않고 울다 기절하길 반복하는 딸이..

그 모습을 보면 또 얼마나 무너질지 누구보다 잘 알았을거다.

앞서간 사위보다는 남겨진 딸이 더 걱정되었겠지..


매형의 모습을 내내 기억할 누나를 걱정한,

속 깊은 내 동생도 그 의견에 동조했겠고..




그들의 걱정 덕분에 나는 염 하는 장면도, 화장하던 순간도 그 어떤것도 기억에 없다..

내 남편이 이승을 떠난 그 순간부터 나는 그 사람 얼굴을 못 봤다


흰 천에 덮여 나오던 현관 앞 그날을 빼고는...

그날도 119대원과 경찰은 나를 집에 들어가지 못하게 했었다..

그래서 내 기억엔 흰 천 덮은 그 모습만 남았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어쩌면 그것은 내 남편의 배려였을지도 모른다




'내 마지막을 이 모습으로 기억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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