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남자는 잘해?

2. 점하나 가 불러온 대 참사

by 윤별

그날은 태풍예보가 있었다

바람이 불고 비가 오는,, 심상찮은 날씨..



소규모 친구 그룹 단톡방에선 저마다 다가올 태풍을 대비하느라

서로 노하우를 방출해 내기 바빴다.



그중에 퇴근이 가장 늦은 나..



'너 오늘 일찍 퇴근 못해? 태풍 온다는데..'


'응 나는 그런 건 안돼.. 어쩌겠어. 그냥 가봐야지.. 걱정해 줘서 고마워'




한 친구의 무심한 듯 그냥 흘려내 놓은 질문을 시작으로,

그 방의 모든 친구들이 내 퇴근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날따라 일이 너무 바쁘고, 정신이 없어서..

대답을 하는 등 마는 둥 다시 일 속으로 파묻혀버렸다.

찬구들의 걱정이 쌓이는 즐도 모른 채...



그러다가 잠깐 짬이 나서 단톡방을 봤는데,,



어머나??



평소 짓궂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잘 얽히지 않던 A가..


'저녁 8시 전에 단톡방에 점만 하나 찍어. 그럼 데리러 갈게'




생각지도 않았던 A의 멘트

시계를 보니 7시 59분...


째깍째깍....



그 상황이 너무 재미있어서

까르르~~ 웃으면서



점을 하나 찍어봤다




' . '

"어? 점찍었네~ 알았어 오케이! 갈게!!"




어라라? 이거 무슨 전개야?


단순히 픽업을 올 거리가 아니었다..

A는 경기도에 살고,,, 나는 서울 강남 한복판인데?



그 밤에 여길 온다고?

심지어 태풍전야에?????




"아냐 아냐 오지 마 나 장난한 거야!

여기가 어디라고 와. 멀어서 안돼. 장난친 거니까 오지 마 알았지?"


"간다고 했잖아. 금방 가 걱정 마"




단호한데?

이거 정말 올 기세인데?




단톡방이 싸~~ 했다..

사실 나이가 좀 있는 친구들끼리의 단톡방에서는 기싸움이 상당하다

누가 누굴 좋아하는 기색을 비치기라도 하거나, 농담 한마디라고 잘못할라치면

순식간에 싸하게 식는다...



그런 속에서 이건 정말 큰 사건이었다..

게다가 그 단톡방에는.. 내 극장남이 있었다...

오.. 주여....(참고로 나는 불자다..)




(사실 A, B, 극장남을 포함한 우리 모두는 친구사이다.. 그사이에 나는 미묘하게 극장남과 썸 아닌 썸 같은 그런 관계고, B는 A를 좋아했다... 여기가 정글도 아닌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그 후로도 계속 말리고 말리고 오지 말라고 내가 잘못했다고 ㅋㅋ

점을 찍은 내 손가락을 원망하며 오지 말라 했는데,

A는 날렵한 스포츠카를 타고 기어이 왔다....

도착하자마자 나를 옆에 태웠다. 서두르라며..



가시방석..

그게 이런 거구나



너무 미안하고 고맙고.. 정말 그깟 점 하나가 뭐라고

점 하나를 찍고 내가 이 가시방석에 앉나.. 싶었다

A는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나를 태운 뒤 내 집동네까지 질주하여 나를 내려놓고는

태풍 속으로 떠나버렸다..




사실 너무 배가 고파서 중간에 차라도 한 잔 마시려고 했었지만

원천 봉쇄를 당했다..




상상도 못 했다..

태풍 전야에 비바람이 치는 도로에 덩그러니... 놓인..

머리는 흩날려서 미친년 부럽지 않고,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나는..

숭한 모습의 중년의 여자...



그 여자가 그날밤의 나였다




더 큰일은,

그 후에 일어났다..




나랑 극장에 갔던 썸남은, 그날 정말 기분이 나빠서

나중에 그 새끼(정말 이렇게 표현했다)를 만나면 한대 치려고 했다! 하고

A를 좋아하던 B는 그 이후 며칠간

나를 쥐 잡듯 잡았다.. 분단위로 뭘 했는지 묻고 또 묻고.. 또... 물어봤다..

'정말 없어.. 아무것도 없어. 그냥 타자마자 집까지 질주했어.. 그게 다야.. 믿어주라..'


얼마나 많이 말하고 또 말하고 또 말했던지




나를 내려주며 싱긋 웃던 A의 모습이 떠올라 한동안 혼자 얼마나 욕을 했는지 모른다...




사실 우리는 모두 A의 계획에 놀아났던 거다..

자기를 좋아하는 B가 내심 마음에 안 차던 A는 부러 나를 데리러 온 거였고..


마치 '나는 B 너보다 쟤가 더 맘에 드는데? 그러니 너는 그만해 '라고 말하려는 제스처였다..



태풍이 몰아치는 날 심지어 밤에, 그 비바람을 뚫고 경기외곽에서 강남 한복판까지.. 오는 A를 보면 누가 봐도 플러팅 아닌가!

집착이 심한 B는 혼자 분노하고 실망하고 좌절하여 A를 며칠간은 자유롭게 놔두었다고 한다



그 며칠간 내가 취조를 당했다고!

영악한 놈아!




며칠의 자유를 얻은 A의 계획은 부분적으로 성공했고,

덕분에 나의 썸은 일찍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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