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2막이 시작된 날

2. 비 오던 밤

by 윤별

그날은 비가 왔다

검은 우산은 쓴 남편은 비가 내리는 어둠 속에 서서 나를 보고 있었다.


'얘기 좀 해'


간절한 눈으로 나를 보았다




그 간절한, 슬픔 가득한 눈을

애써 외면하고 돌아서는 속은 쓰렸지만, 그래도 나는 모른 체 친정집으로 들어왔다


'이젠 같이 살 수 없어'




몇 시간 뒤 남편이 죽는다는 걸 알았다면

내가 그날 그렇게 외면했을까..


아니 못했지 , 절대 못했지


남편을 그렇게 허망하게 보낸 뒤,

제일 가슴 치며 후회했던 순간이 바로 그때다.



외면했던 나를 용서할 수 없어서

먹지도 자지도 않고 남편을 따라가려 했었다...



그 전날 나를 때린 것도, 다 같이 죽자며 아이에게 드라이버를 들이댄 것도,,

문제가 아니었겠지.

사람이 죽는다는데.. 그깟 몇 대 맞은 거.. 아이가 놀래서 자지러지게 운 것...

그래도 다 덮을 수 있었겠지..




지금 생각하면 그때 남편은 나름 정을 뗐던 것 같다

가장 쇼킹한 방법으로... 40 평생 처음 해 본 방법으로..

나를 떼어냈다...




효과는 너무너무 확실해서,

나는 그 순간을 두고두고 후회했다

그때 남편을 잡지 않은 것을.. 그 밤을 혼자 보내게 한 것을..

이 사람은 살아있으나 죽어서나 내게 죄책감 느끼게 하는 것으로는 소질이 탁월했다





내 인생의 1막이 닫히고 2막이 시작된 날..



정말 새로운 세상이었다..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고, 죽기 전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상세히 진술을 하고..

최근 남편과 만난 또는 연락했던 사람들이 경찰서로 줄줄이 소환되었고,,

그리고 부검의 결과도 전해 들었다..



'심장마비'



뉴스에서나 보던, 신문에서나 접하던 그 모든 것을 그날 다 겪어냈다

'40세 젊은 가장 심장마비로 돌연사' 뉴스로 나온다면 이런 제목이겠지..





내가 같이 잤더라면 안 그랬을까,,

그날 그렇게 보내지 않았더라면 지금 내 옆에서 얘기하며 눈 맞출 수 있었을까

수백 번 수천번,, 아니 수만 번 생각했다.




'꿈이야.. 모두 다 꿈이야'


나는 정신을 놨다

수없이 기절했다 깨어나기를 반복했다


그래도 남편은 없었다..

오지 않았다.



그 와중에도 나는 남편 영정으로 쓸 사진을 골라야 했고,

상복이 강제로 입혀졌고,

그리고.. 미친 듯 하혈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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