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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로하 Jan 16. 2024

프롤로그: 방황 끝에서 나를 찾다.

끝이 안 보였던 시작점에서...

2023년 마지막 날. 30년 지기 친구들 몇 명과 송년회를 했다. 말이 30년 지기지 우리는 몇 년 전까지 만해도 그저 대학 동기일 뿐이었다. 학교를 다니는 동안에 단 둘이 밥 한번 먹은 적조차 없는 사이였으니 졸업 후에야 오죽했으랴. 그랬던 우리들이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가장 뜻깊은 날을 함께 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2016년 2월 어느 날. 송년회를 하던 날처럼 함박눈이 내리던 날이었다. 그날 우리가 십여 년 만에 다시 만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나와 다른 친구를 따로 만나기 귀찮았던 걸까? 오지랖 넓은 한 친구의 제안으로 셋이 같이 만났고, 그날 우리는 20년을 뛰어넘은 절친이 되었다. 직장을 그만둔 지 일 년 반 정도 됐을 때였다. 겉으로는 시간 많고 경제적으로도 부족할 것 없는 유한마담 같은 여유를 보이고 있었지만 사실은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그때 나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화려한 학력과 경력, 다양한 글로벌 경험이 그동안 나의 무기였는데… 나의 무기는 깡그리 무시되었고, 무기를 갖추느라 늘어난 나이가 앞길을 막고 있었다. 고칠 수도 없고, 개선의 여지도 없는 절망의 늪이었다. 

돌이켜보면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허우적대다 지쳐 아무런 생각도 못하고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하던 터였다. 낮술을 마시며 서로의 얘기만 하는 걸로도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그렇게 몇 번 만났을 때였다. 누군가 뭔가 좀 더 생산적인 일을 하자고 제안했다.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이라는 이름으로 매주 만나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아이는커녕 결혼도 안 했는데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이라니… 생각이 있었더라면 당연히 거절했을 거다. 게다가 내가 제일 싫어하는 글을 쓴다고 했다. 생각이 없었으니, 아니 뭔지 몰라도 그거라도 해야 살 것 같아서 같이 하기로 했다. 

 

친구들은 그동안의 여행 경험이나 벨리 댄스, 베이킹 등의 취미를 활용한 책을 쓰고 강연을 하며 1인 기업가로 멋진 삶을 살라고 한다. 

 

한 달쯤 지났을 때였던가. 한 친구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가장 훌륭한 무기인 경력과 학력도 회사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자 아무 쓸모없을 때였는데, 취미를 활용해서 돈을 벌라고? 그것도 내가 제일 싫어하고 못하는 글을 쓰고 강의를 하란다. 조금씩 서로에 대해서 알아간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멀었구나. 나를 너무 모르니 이런 한가한 소리를 하는구나. 친구들의 권유를 들었을 때 나의 진심이었다. 그런데 8년이 지난 지금, 나는 해외 체류 경험과 취미를 살린 <인문학으로 맛보다, 와인 치즈 빵>이란 책을 출간했고, 강연을 하며 1인 기업가로 살고 있다. 정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나도 신기하다. 

12주 동안의 “아이”를 기다렸던 시간, 그 이후 8년 간,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한 번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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