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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SR Aug 07. 2021

서른살

서른즈음에 자살하기 전 #001

30살은 다양한 생각이 나는 나이인 것은 분명하다. 나이 앞자리의 숫자가 변할 때 사람들은 한번쯤 자기 자신을 되돌아 볼 기회를 가진다.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는 타이밍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2에서 3으로 변화는 타이밍은 특히 다른 때보다 강하게 우리들을 바라본다. 이제 청춘이 아니라는 것을, 건강했던 몸이 아닌 시간이 지날수록 삐그덕거릴 몸을 부여잡으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밤을 새우며 게임을 하고도, 일주일에 8번을 술을 마셔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이제 하루 밤을 새면 다음날은 골골거려야 하고, 샤워를 하며 거울을 보며 점점 산만해지는 뱃살때문에 한숨짓고, 피로를 떨치기 위해 혹은 살기위해 영양제와 운동을 시작하게 된다.


시간은 스물아홉에서 정지할꺼야 라고 친구들이 말했어
오 나도 알고있지만 내가 열아홉살때도 난 스무살이 되고 싶지 않았어

좋아하는 검정치마의 가사 중 이런 가사가 있다.


서른살이 되면 익숙하던 것을 버리기 시작하는 나이인 것이고 이를 감당하기 싫기 때문에 나이를 먹기 싫어하게 된다. 


버린다는 것은 말했던 건강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버릴 것이 많았다.

일을 할 때 막내의 포지션이었는데 이제 나보다 어린 친구들이 하나 둘 씩 들어오고 있었다.

여행을 다니며 사람들을 만날 때도 나는 늘 막내였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의 기대치가 높아지게 되는데 나는 그것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나이와 맞는 능력 혹은 그 이상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나는 아니었다.


좋아하는 여행도 늙어서는 가고 싶지 않았다. 젊음이라는 것은 다양한 사람들이 쉽게 다가오고 다가갈 수 있는 힘도 가지고 있었다. 늙어서 그런 경험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조금 더 어리고 튼튼할 때 다양한 여행을 하고 싶었다. 


나는 익숙한 사회 상황들을 버릴 준비가 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도 다 비슷하겠지만 나는 특히 더 늙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서른살이 되면 죽어야지 라는 생각이었다. 그래 앞자리가 3으로 바뀔 때 자살해야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30살을 넘어버렸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사는 것보다는 죽지 못해 살아가는 셈이 되었다. 삶은 이전과 같은데 한 부분이 풀린 정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삶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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