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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SR Aug 09. 2021

완벽주의자

서른즈음에 자살하기 전 #002


그래서 사소한 것부터 하나씩 꺼내 말해보려고 한다.


내가 지금 글을 쓰고 있듯이, 이처럼 무언가 하려고 마음을 먹으면 생각할 것들이 많아진다. 조금이라도 더 나아보게 하려는 자신감으로 일을 시작하는데 무언가 잘못해서 모든 게 뒤틀려 버릴 것 같다는 두려움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커져 결국 시작도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나의 수첩에서는 계획만 하고 시행도 못해본 아이디어들이 있다. 지금은 철 지난 아이디어들이거나 상황이 좋지 않아 시행할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예전 심리검사던가 무슨 테스트를 했었을 때, 이런 특성들이 완벽주의자들이라고 했다. 좋게 말해서 완벽주의자라고 하지만 그냥 시작도 못하고 끝내버린 바보일 뿐이다. 왜 그냥 시작해보지 않고 바라만 보다가 끝났을까? 걱정이 너무 많은 탓이었다.


 글을 쓰려고 하면 하나의 완벽한 글이 나오지 않아서 한 두 편 쓰다가 어물쩍하며 끝내버린다. 글의 핵심 내용은 한 두줄인데 이를 풀려고 하니 글은 머릿속에서만 엉킨다. 하고 싶은 말은 정말 많은데 막상 꺼내고 나면 이렇게 초라할 수가 없다. 글이 아닌 다른, 영상과 같으 콘텐츠를 만들려고 하면 사람들을 사로잡을 만한 매력이 내게는 보이지 않는다. 괜히 음악이라던가 저작권이라던가 주 콘텐츠가 아닌 주변 사항들만 생각하고 고민하다가 이내 조용히 접어버린다. 그러면서 이내 재능이 있는 사람만 하는 거지 라고 말하며 드러누워 하늘만 보았다.


 망설임인지, 두려움인지 모르겠다. 나름 변화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데 실천하기까지 시간이 이렇게 많이 걸리거나 결국 안 하게 돼버리니. 


 예전에는 교과서적인 말로 하자면 회사를 통해 자아실현 같은 것을 꿈꿨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내 직업, 내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행복해하며 직장생활을 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내가 생각했던 일은 광고를 제작하거나 에디터였다. 내가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최종 마무리가 된다면, 시각적으로나 텍스트로 결과물을 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건 조금 어리고 이상적인 생각이었던 것 같다. 물론 그렇게 돈을 버는 게 가장 좋은 삶, 좋은 직장생활이지만 말 그대로 이상적이었다. 좋아하는 분야에서 인정받으며 평생 커리어를 쌓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대로 되지는 않았다. 일을 하며 돈을 받는다는 것은 그 분야에 있어서 프로거나 프로로 향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일은 단순하게 일하고 남는 시간에 내가 원하는 것을 아마추어 수준에서 하는 것이 제일 좋다고 판단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영원히 좋아하는 것으로만 남겨두고 싶다. 나의 결과물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지만 내가 만들어 낸 결과물이 프로의 수준에서 평가받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되면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만 남겨둘 수 없을 것 같았다. 취미 수준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살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면 안 된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그래서 완벽주의자 같은 생각을 모퉁이 만이라도 접어보려고 한다. 그래서 생각한다. 20살에 썼던 글이 경험이 쌓인 30살에 썼던 글보다 뛰어날 수 있다. 남은 나보다 뛰어나니 비교하는 것은 득이 될 게 없다. 내가 지금 만드는, 하는 모든 것들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스스로에게 만족해보는 연습을 시작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특별한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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