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이 허기진 밤 #032
내가 자주 즐겨 듣는 가수가 있다. 애절하면서도 호소력 짙은 음색이 좋아 자주 들었었다. 나는 보통 가수의 노래를 많이 찾아 듣지 않는다. 내가 꽂힌 노래만 찾아 듣는 이유는 다른 노래를 들었을 시 내가 생각한 느낌이 아니어서 듣다 포기한 경우가 많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가수는 다른 노래를 어떻게 부르는지 궁금해 불렀던 다른 노래들도 찾아들었다. 이 과정에서 나는 이 이 가수가 부른 마음에 드는 노래를 많이 찾을 수 있었다. 나만의 플레이스트에도 넣을 만큼.
예술가는 작품으로 본인을 어필한다. 그림, 조각, 음악, 노래, 영화 등 그곳에서 보여주는 건 예술가로서의 자신의 생각을 온전히 표현할 수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작품이 아니라 본인의 개성을 많이 드러내는 식으로 어필을 하게 되는 건 어떨까?
개인 브랜딩의 시대이다. 나는 나를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 작품으로 본인을 드러내고 싶은 사람일수록 이는 더 중요하며,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도 브랜딩이 필요하다. 내가 블로그를 하거나 사진을 편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움직임과 현상에 동의하면서도 예술가와의 작품과는 상관없는 방향으로 방송이나 예능에서의 작품과 무관하게 본인 어필을 하는 것을 그리 반기지 않는다. 그래서 가능한 찾아보지 않는 편이다. 이건 순전히 나의 경험이지만, 나는 이런 모습을 보게 되면, 작품을 감상할 시 몰입도가 떨어져 버린다.
앞서 말한 가수는 정말 애절하고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내가 너무 좋아하는 가수지만, 예능에서의 그 사람은 예능감 넘치고 재밌는 사람으로 비추어진다. 나는 이 두 모습에서 괴리감이 느껴지고 집중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그 사람의 노래를 몰입감 있게 즐기기 위해서는 예능적인 모습을 최대한 보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다만 예능력이 뛰어난 나머지 유튜브 추천에도 너무 많이 뜨는 바람에 오히려 노래를 잘 듣지 않게 되었다.
가수의 팬이라면, 아니 그 사람의 팬이라면, 그에 대해 많이 알고 싶어 할 것이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영감을 얻는지, 하지만 사람에 대해 많이 알아갈수록 마음에 듣지 않는 모습도 보일 것이고, 맞지 않는 모습도 보일 것이다. 그런 부정적인 인식이 쌓일 때 나는 더 이상 같은 감동을 얻지 못할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것을 나 스스로 조절할 수 없기에, 좋아하는 가수라면 작품에 대한 것만 보고 싶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이런 상황을 싫어하지 않는다. 나는 작품활동을 하지 않지만 가끔 유명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유명해져야 사람들이 나의 작품을 더 볼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고, 그게 예술가들의 꿈이니까. 많은 사람들이 나의 작품을 보고 기억하게 되는 것은. 가장 좋은 방향은 작품만으로 인지도가 상승하는 것이겠지만, 그건 너무 정석적인 방법이고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나는 어떤 식으로든 나를 어필해야 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상반되는 인식을 가지게 되는 건 아이러니하게 느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