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이 허기진 밤_기타 #02
왜 우리는 쾌락 속에서 살면 안 되는 것입니까? 왜 쾌락을 배제해야 합니까? 지루하고 재미없는, 반복적인 것을 계속하며 이게 미덕인 듯 살아야 합니까? 쾌락을 절제하고 소소한 즐거움을 행복으로 포장하며 살아야 합니까?
정녕,
우리는 쾌락을 가지고 향유하면 안 되는 것입니까? 쾌락이 반복되어서 마지막 남은 쾌락이 죽음밖에 남지 않았을 때 나는 비로소 만족할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집니다.
나는 누구입니까?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뛰쳐나오려 난 나를 잡고 이렇게 살라는 나는 당신의 말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당신의 언령은 강합니다. 내게 고뇌를 가져다줍니다. 당신의 말을 들으면 나는 쾌락으로서가 아니라 도피성으로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재미없게도요.
그래서 나는 당신의 말을 싫어합니다. 듣기 싫습니다. 나를 한없이 잘못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나를 작고 작게 만들어서 하나의 톱니바퀴로 만들어버립니다. 당신의 톱니바퀴는 편합니다. 기름칠을 해주고, 살펴봐 줍니다. 깨지거나 금이 가면 버려야 하니까요. 그러지 않기 위해 돌보는 것입니다. 당신에게 속해있을 때 나는 안정과 동시에 답답해집니다.
귀를 막습니다. 아무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노래를 재생합니다. 점점... 점점..! 점점!!! 더 소리를 높입니다. 분위기는 더 고조되어야 합니다. 나의 감정은 노래의 분위기입니다. 그렇게 노래의 분위기를 나의 감정과 일치시키면,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어디서든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당신의 시선이 나를 방해하지 않습니다. 사회 속에서의 나는 잠시 사라지고 나는 나를 여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자유롭습니다.
나는,
자유롭습니다.
헤어진 연인은 양념입니다. 맵고, 쓰고, 시고, 때때로 정신이 팍 들 만큼 짭니다. 양념은 없는 것보다 과한 게 낫습니다. 양념이 없는 음식은 기억에 남지 않습니다. 스쳐 지나갈 뿐인데 강하다니! 이런 아름다운 일이 어디 있습니까? 이럴 때일수록 혼자가 되어야 합니다. 혼자여야 온전히 나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편한 사람이라는 것은 상대적일 뿐, 나는 본질적으로 당신을 편하게 느끼지 않습니다. 가까울 수 있지만, 더할 나위 없이 가까울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 타인입니다. 당신을 죽여도 나는 살 수 있고, 당신이 나를 죽여도 당신은 살아갈 수 있습니다. 당신과 함께라면 나는 잘 살 수 있어도 나로 살지 못합니다. 평생을 연기해야 합니다. 애석하게도 나는 연기에 소질이 없더군요. 늘 허우적거리지만 나는 나의 연기에 감정을 실을 수 있습니다. 평생 중 몇 번은 남부럽지 않은 명배우처럼 연기할 수 있습니다. 가십시오. 나로 살고 싶습니다.
셔터를 자유롭게 누르는 사진을 당신이 보면 아무것도 아닐 거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래야 합니다. 당연한 거니까요. 그건 내가 나의 셔터를 눌렀기에 의미가 있는 것이고 단지 사진을 보기만 하는 당신을 아무것도 느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그 사진을 통해 유일해집니다. 특별해집니다. 대체할 수 없는 존재가 됩니다. 당신이 느끼지 못해서 나는 행복합니다. 당신을 위한 예술을 하는 게 아닙니다. 나를 위한 예술을 합니다. 드넓은 전시장 속에 나 혼자여야 합니다. 때때로 타인이 들어올 수는 있습니다. 다만 본 만큼만 느끼고 가십시오. 아는 척하는 당신은 자격이 없습니다.
그러니 그대여 시선을 거두십시오. 전시장에 방문하지 마십시오, 당신의 예쁜 눈동자는 제게 필요 없습니다. 돌리던가 뽑으십시오. 그게 어렵다면 저기 보이는 깊은 어둠으로 사라지세요. 지금은 다행히 밤이고 빛은 없습니다. 몇 걸음 걸으면 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럼 저는 웃으며 소리 지를 수 있고 옷을 다 벗고 뛰어다니거나 남들이 보기에 부끄러운 행동들을 할 수 있습니다. 상스러운 단어를 목청이 상하도록 부르짖어도 웃을 수 있습니다.
웃음! 하하 웃음!!
드넓은 우주를 볼 때 우리는 웃지 않습니다. 감탄이나 경외를 느낄 수 있어도 웃음보다 눈물이 더 가까운 것이 우주입니다. 우주는 무엇입니까? 신입니까? 혹은 아픈 누군가입니까? 그래서 나는 당신이 없어지면 우주를 보면서 웃습니다. 소리 지르며 웃습니다. 그것이 나의 자유입니다.
재미입니다. 쾌락입니다. 나는 이제 혼자서 쾌락을 느낄 수 있고 재미있을 수 있습니다. 약간의 광기를 더하면 더할 나위가 없습니다. 기차 창가에 앉아 풀숲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날 보고 안쓰럽게도, 우습게도, 보고 있습니다. 저는 웃깁니다. 동정은 싫습니다. 오히려 당신이 나의 동정을 받아야 합니다. 나의 다음 목적지는 알 수 없습니다. 죽음이 있을 수도, 산짐승에 크게 한입 먹힐 수도, 절벽으로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다음 목적지는 나는 알고 있습니다. 다음 역입니다.
몸에 쓰레기를 들이부으면 어떻습니까? 도움이 되지 않는 걸 하면 어떻습니까? 땀을 꼭 흘려야 합니까? 이에 반하는 말을 하는 당신의 표정은 나를 밟고 서 있다고 느끼는 우월입니까? 길 잃은 양을 데려오려는 양치기의 욕심입니까?
나는 이제 당신의 시선에서 벗어나려 합니다. 어디서나 있고, 볼 수 있는 당신의 존재를 나는 이제 지울 것입니다. 나의 당신의 의존도를 의식적으로 지울 것입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내가 의식하지 못하게 떠나십시오. 간혹 보더라도 개입하지 말고 내가 눈치채지 못하게 하십시오. 제발 가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