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이 허기진 밤 #049
취미는 무엇일까? 우리가 시간이 있을 때 하는 어떤 가볍고 즐거운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취미를 즐기기 위해 기꺼이 돈과 시간을 투자한다. 즐거우니까. 재밌으니까. 나의 삶의 낙, 낙원. 때때로 나만이 들어가 있을 수 있는 안식처.
다만, 모든 것은 수명이 있다. 그리고 나의 취미에도 한도가 있다. 내가 나의 취미를 좋아할 시간은 정해져 있고 그건 일시적이다.
중고등학생 때 내가 제일 빠졌던 건 해외축구였다. 박지성 선수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한 뒤로 내 주변 사람들은 빠지지 않고 축구를 봤다. 보통 경기를 하는 주말이 지난 후, 월요일 학교에서는 축구 이야기를 많이 했다. 20대 초반에는 잡지를 모으는 데 열정이었고, 20대 중반이 넘어서부터는 여행이 나의 삶의 이정표가 되었다. 나는 꼭 이걸 해야만 하는 일처럼. 그 이외에도 다양한 취미가 내게 있었다. 볼링이나, 독서, 그타 자잘한 그런 일상적인 취미들이 나를 채워주었다.
그러나 인연에도 시작과 끝이 있듯이, 취미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더 이상 관심이 없어지고 감흥을 느끼지 못할 때, 이 취미는 종료되었다. 나는 이제 예전처럼 축구에 엄청난 관심을 보이기 힘들고 90분을 온전히 보기 힘들었고, 소중히 모은 잡지들은 애물단지가 되어 팔지 아니면 그냥 버릴지 고민 중이며, 그렇게 동경했었던 여행도 점차 내게 흥미를 잃어가고 있다. 한때 도시 하나를 알려주면 그 근처에 갈만한 도시들을 알던 나였는데.
때때로 취미는 흥미롭게도 추종자들에 의해서 새 생명을 찾기도 한다. 내 주변 사람들과 같은 취미를 공유할 할 것이 있거나, 즐기기 위한 새로운 방법들이 질릴 틈 없이 개발된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내가 아직도 독서를 즐기는 이유는 함께 모임을 하기 때문인 것처럼.
돈이 없었을 때는 시간을 썼고, 돈을 쓸 수 있을 때는 시간을 쓸 수 없었다. 그리고 때때로 이 모든 조건이 갖춰질 때가 간혹 있는데 이젠 흥미가 떨어져 버린 때라 나는 즐길 수가 없었다. 취미라는 건 좋아할 수 있을 때 힘껏 좋아해야 하는 것 같다. 사랑처럼.
재밌는 건 이 시간이라는 점이다. 시간은 내가 즐기는 시간의 소모가 아니다. 이 취미를 알고부터 이미 이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은 감소한다. 생각만으로도 취미는 질릴 수 있는 점이 퍽 신기하다. 그래서 우리는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미루면 결국 모든 것에 흥미를 잃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