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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쉼터

구르미 그린 달

by 구르미

친구들의 사연이 너무 슬퍼서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음... 이제 내 사연을 이야기할 때가 된 것 같아.


별이의 사연을 이야기 하면서 내 과거가 떠올라 한동안 가슴이 멍해졌지 뭐야? 나도 별이와 비슷한 사연을 가지고 있거든.


원래 나에게는 나와 꼭 닮은 쌍둥이 형제, 그린이 있었어. 누나는 남자친구와 함께 우리 둘을 애견샵에서 데려왔고, 집에는 달이라는 고양이도 있었지.

그렇게 우리 셋은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누나와 함께 살았고, 하루하루가 즐거웠어. 그린과 함께 뛰어놀고, 달이와는 서툴지만 조금씩 친해지며 나름대로 형제 같은 사이가 되었거든. 누나는 우리를 아끼고, 우리와 놀아주며 언제나 웃음을 지었어.

그야말로 천사가 따로 없었지.


그때 난 세상 모든 게 새롭고 누나의 화장품 향이 정말 좋았지. 매일 누나 곁에서 즐겁게 뛰어다니며 행복한 나날을 보냈어. 우리가 자라면서 ‘포메라니안인 줄 알고 데려왔는데 알고 보니 폼피츠였다’고 우리가 너무 커질 것을 염려하기도 했지만 누나와 형은 우리를 여전히 사랑해 주었고 나 역시 이 세상 전부인 누나를 하늘만큼 우주만큼, 아니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좋아하고 따랐어.


형은 매일 우리 집에 드나들었고, 누나, 그린, 달 그리고 나, 이렇게 우리 다섯은 매일매일이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어.

하지만 어느 날부터 누나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어. 남자친구와 자주 다투는 것 같았어. 결국, 누나는 남자친구와 헤어지게 되었고, 우리 셋을 혼자 키우는 게 힘들어졌지. 그러면서 나와 달이는 각각 다른 집으로 보내지게 된 거야.


그나마 다행인 건 내 쌍둥이 동생 그린을 누나가 계속 돌봐주어 한편으로는 안심이었지만 나는 몹시 무서웠어. 누나를 떠나는 것도, 새로운 가족을 만나는 것도, 앞으로의 내 인생도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었거든.


그날 이후 나는 더 이상 그린과 달이를 볼 수 없게 되었어. 사랑하는 가족과 형제들 곁을 떠나는 게 너무 슬펐지만, 그때는 나도 어렸기에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할 수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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