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력을 다했다구요
주변에서 나를 두고 ‘착하다’고 말을 하면 ‘애가 어리숙한 게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어요.’ 라며 부끄러워하셨고, “축하드려요. 아이가 그림을 얼마나 잘 그리는지 미술대회에서 1등을 했다고 들었어요”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내 부모님은 “그놈의 그림 그린다고 책은 쳐다도 안 봐요. 그러니 공부는 맨날 꼴찌지요.”
엄마에게는 1등 아니면 다 꼴찌였다.
어린 나는 엄마에게 이렇게 대들고 싶었다.
‘나 학교에서 공부 잘해요. 엄마는 왜 내가 10등을 하면 5등 안에도 못 든다고 혼내고, 5등을 하면 3등 안에 못 든다고 혼내고, 3등을 하면 1등 하지 못한다고 화를 내는지 모르겠어요. 내가 얼마나 더 해야 엄마가 만족하나요?’ 하고 말이다.
하지만 결국 그런 말 한마디 못해보고 엄마의 인형으로 엄마가 원하는 삶을 살았고 그렇게 살고도 단 한번 칭찬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일관성이 없는 엄마는 당신의 말 한마디에 사력을 다해 달려가는 나를 보며 수도 없이 비난하며 턴을 요구했다.
"국가대표가 되어 올림픽에 나가면 좋겠다. 임춘애 같은 육상 선수가 되어라” 라고 말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달리기 연습을 한창 하고 있는 내게 “하루 종일 밖에서 뜀박질이나 하고 공부는 언제 하니?” 라고 나무라서 억울함이 밀려왔던 기억도 난다.
“아니 엄마가…”
“말대꾸나 따박따박 하고 누가 보면 얼마나 버릇없다고 하겠니?”
“공무원이 최고야 열심히 공부해서 공무원을 하든 사범대 가서 초등학교 교사가 되든지 해라!”
“사범대가 얼마나 힘든데….”
“세상에 힘 안 드는 일이 어딨니? 다 노력해서 좋은 결과를 얻는 거지 너희는 끝까지 하는 게 하나도 없니?”
결국 나는 공기업에 입사하여 10년을 근무했지만 수시로 엄마는 “누가 짜장면을 팔아 갑부가 되었단다. 너희도 장사나 하면 좋을 텐데….” 한 달도 안되어 “누가 컴퓨터로 큰돈을 벌었다는데 너희들은 저런 것도 할 줄 모르지?” “저런 사람들은 무슨 복이 많아서 저리 잘난 자식을 두었는지…., 신랑복 없는 사람은 자식복도 없다더니 딱 나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그렇게 나는 부모님에게 부끄러운 존재가 되어 평생을 못 미더운 딸로 살아가고 있었다.
'나는 사력을 다했다구요.'
평생 단 한 번도 내 뒤에서 힘이 되어준 사람이 없었고, 내 편이 되어 준 사람이 없었기에 나는 부당한 일을 당하고도 대응할 줄 몰랐고 억울한 건 나인데 사과하고 반성하는 쪽도 내가 되어야 했고, 온 세상은 모두 내게 위험한 것들이었으나 나는 나를 지켜야 했기에 애써 괜찮은 척 아무렇지도 않은 척 연기를 하며 살아야 했다.
하지만 내 몸과 마음은 두려움과 아픔으로 얼룩져 상처투성이였고, 내 부모로부터 대물림되어 온 것들은 반복학습으로 아이들에게 실행하고 있는 것만 같아 너무나 괴롭고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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