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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르미 6시간전

3부  감춰진 진실

유진은 어머니 찾는 일을 그만두었지만, 자신의 상처를 이해해주는 도훈과의 관계는 점점 더 깊어졌다. 도훈은 유진의 곁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고, 유진은 그의 따뜻한 배려에 조금씩 마음의 평화를 되찾았다.

둘은 함께 영화도 보고, 여행도 다니며 평범하지만 소중한 일상을 즐겼다. 도훈은 유진이 힘들어할 때마다 그녀를 안아주며 말없이 위로했다. 유진은 도훈의 손을 잡고 있을 때만큼은 모든 걱정과 불안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유진의 휴대전화가 거칠게 울렸다. 화면에는 낯선 번호가 떠 있었다. 그녀는 망설임 끝에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김유진 씨 되십니까?” 전화를 건 사람은 경찰이었다.
“네, 맞습니다. 무슨 일이죠?”
“지난주 홍선우씨가 자택에서 변사체로 발견되었습니다. 김유진 씨와 강도훈씨가 최근 방문하셨다는 기록이 있어 조사 차 연락드렸습니다.”

유진의 손에서 전화기가 미끄러질 뻔했다.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외삼촌이... 돌아가셨다고요?”
“네. 정확한 사인은 조사 중이지만, 현장에서 의심스러운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두 분께 몇 가지 여쭤볼 것이 있어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유진은 도훈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도훈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지만, 이내 유진의 손을 잡으며 차분히 말했다.
“유진 씨,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성실히 조사에 협조하는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분명히 진실이 밝혀질 거예요.”


유진과 도훈은 약속된 시간에 경찰서를 찾았다. 조사실에서 형사는 냉정한 표정으로 그들을 맞이했다.
“김유진 씨와 강도훈 씨, 두 분은 사건 당일 홍선우 씨 댁을 방문한 마지막 방문객입니다. 혹시 당시 이상한 점을 발견하거나 누군가와 마주친 적이 있나요?”

유진은 떠올리려 애썼지만, 그날의 기억은 평범한 대화와 어색한 분위기뿐이었다.
“아뇨, 그런 건 없었습니다. 우리는 짧게 대화를 나누고 바로 나왔습니다.”
도훈도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집에 있을 때 주변에서 수상한 사람이나 차를 본 기억은 없습니다.”

하지만 형사의 표정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홍선우씨의 집에서 두 분의 지문이 발견되었습니다. 물론 방문 기록이 있으니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전화를 걸었던 번호가 김유진 씨였다는 겁니다.”

유진은 충격에 말을 잃었다.
“저요? 외삼촌이 저에게 전화했다구요? 제 번호를 남기긴 했지만 전화는 안 와….“

자신의 전화기를 살피던 유진은 부재중 전화 와 있음을 확인하고 말문이 막혀 버렸다.
형사는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물었다.
“지난 수요일 저녁 7시쯤 전화 온 기록이 없습니까?”

휴대전화기를 잡은 유진의 손이 떨렸다.
“이… 있어요. 받지는 못했구요.”

형사는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우선 두분을 마지막으로 봤기 때문에, 당분간 두 분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해야 합니다. 협조 부탁 드리겠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유진은 마음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도훈은 그녀를 안심시키려 했지만, 그녀의 머릿속은 외삼촌의 죽음과 외삼촌이 왜 전화를 했는지 궁금증으로 가득차 있었다.
“왜 하필 우리가 그날 갔던 날,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유진은 중얼거렸다.
도훈은 그녀의 손을 잡고 다짐하듯 말했다.
“유진 씨, 우리가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 할 거예요. 나를 믿어요.”

하지만 두 사람도 모르는 사이, 사건의 진실은 점점 더 복잡하게 얽혀가고 있었다.


유진과 도훈이 외삼촌의 사망 소식에 충격을 받던 그날 저녁, 또 하나의 비보가 전해졌다. 이번엔 유진의 이모, 어머니의 친 언니의 집에 화재가 발생해 이모가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이었다.

경찰은 두 사건이 우연히 벌어진 것이 아니라고 보고, 유진과 도훈의 관련성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다음날, 경찰은 유진과 도훈을 재차 소환했다. 형사는 두 사람을 마주 보며 차갑게 말했다.
“두 분이 다녀가신 뒤 이모님 집에 화재가 발생했고, 그로 인해 김혜수 씨가 사망하셨습니다. 두 사건 모두 단순한 사고라고 보기에는 너무 기이한 점이 많습니다.”

유진은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이모댁에 다녀온것도… 외삼촌 댁에 다녀온 건 단순히 엄마와 관련된 진실을 알고 싶어서였어요. 제가 어릴때 엄마가 집을 나가서 아직 소식이 없거든요.”

형사는 서류를 뒤적이며 두 사람을 응시했다.
“어찌 되었던 이모님 댁에서도 두 분의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더군다나 화재가 발생하기 직전까지 김혜수씨는 매우 불안해하며 누군가를 두려워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도훈이 강하게 항변했다.
“저희는 단지 대화를 나누고 나왔을 뿐입니다. 그 이후의 일은 전혀 모릅니다. 이건 분명 저희를 누군가 의도적으로 엮으려는 겁니다.”


조사를 마치고 나온 유진과 도훈은 극도의 불안에 사로잡혔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유진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무… 무서워요. 어머니를 찾으려고 했던 게 잘못된 일이었던 걸까요?”
도훈은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우리가 잘못한 게 아니에요. 누군가 이 상황을 계획적으로 만들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더 알아볼께요.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그날 밤, 유진은 잠을 이루지 못한 채 계속해서 이모와 외삼촌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왜 하필 우리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머릿속은 온갖 의문으로 가득 찼다. 자신이 꼭 저주를 받은것만 같아 두려웠다. 자신과 가족으로 연결된 사람은 모두 죽어 버렸으니 그런 의문이 드는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며칠 후, 도훈은 유진에게 긴급한 얼굴로 다가왔다.
“유진 씨, 이모님 댁 화재 사건에 대한 경찰 보고서를 알아봤는데, 화재의 원인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래요. 화재 발생 전 창고에서 누군가가 이모님과 실랑이를 벌인 흔적이 있었다고 해요. 이건 누군가 의도적으로 불을 낸 것 같아요.”

유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럼... 이모님도 누군가에 의해...”

도훈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누군가가 두 사건과 연관이 있어요. 그가 누군지를 찾아야 해요.”


유진과 도훈은 결국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직접 움직이기로 결심했다. 외삼촌과 이모의 주변 인물, 그들의 관계, 그리고 두 사람이 공유했던 비밀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고, 유진은 자신이 두려워했던 모든 진실을 마주할 각오를 했다.

두 사람은 사랑과 믿음을 바탕으로 진실을 찾기 위한 험난한 여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이 마주할 진실은 예상보다 더 어둡고 복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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