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실타래

실타래

by 구르미

며칠간 유진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는지 몸과 마음이 고장 난 듯 앓아누워 있었다. 도훈은 유진이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것을 지켜보며 그녀가 조금씩 나아지기를 바랬다. 유진이 힘을 내어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하며 그의 곁에서 지지해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진은 여전히 홍선숙과 관련된 일에 대해 깊은 혼란을 느끼며, 자신이 어떤 길을 가야 할지 몰라서 마음속의 괴로움이 가시지 않았다.


정민은 방학이 끝나 학교로 돌아갔다. 학교에서 할 일이 많겠지만, 그는 유진을 걱정하며 말했다.
"유진아, 학교에 가서도 내가 알아볼 수 있는 건 다 알아볼게. 네가 궁금해하는 거, 필요한 거 다 찾아볼 거야." 정민은 자신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끼며 학교로 돌아갔다.

며칠 후, 담당 형사가 유진을 찾았다. 도훈이 동행하였고 그들은 경찰서로 향하는 동안 말이 없었다. 도훈은 조용히 그녀의 손을 잡으며 다독였다.

경찰서에 도착한 후, 담당 형사는 두 사람을 차분히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김유진 씨. 강도훈 씨. 이제까지 조사를 진행하면서 알게 된 내용을 공유해 드리려고 불렀습니다." 형사는 유진과 도훈을 차례로 바라보며 설명을 시작했다.

"우선 박재현 씨와 홍선숙 씨가 부부라는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박재현은 홍선숙의 현 남편이며, 과거 김진혁 씨와 홍진우 씨와도 일면식이 있던 있던 인물이었어요. 홍선숙 씨와 박재현은 6년 전부터 함께 살고 있었고, 박재현은 현재 의식불명 상태에 있습니다. 그는 아파트에서 추락하여 병원에 실려 갔고, 그 당시 그의 상태는 매우 위독했습니다."

형사는 잠시 말을 멈추고, 유진의 반응을 살폈다. 유진은 아무 말도 없이 형사를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박재현의 의식이 돌아온 후, 경찰은 그의 진술을 받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는 김유진 씨의 가족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 인물로 보입니다." 형사는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우리는 박재현이 과거에 일어난 사건들에 대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리고 홍선숙 씨와의 관계에서 어떤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지 추적하고 있습니다. 그가 깨어나면 많은 진실이 밝혀질 거예요."

도훈은 유진의 손을 더 꽉 잡았다. "박재현이 그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거죠?" 도훈은 형사를 바라보며 물었다.

형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그가 알지 못할 리 없습니다. 그가 그 사건의 중심에 있던 인물로 보이기 때문에, 그의 진술이 매우 중요합니다. 다만, 그가 깨어나야만 더 많은 진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알아야 할 일이 있습니다.

"김유진 씨의 부모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계속해도 될까요?"

유진과 도훈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마주 본 뒤 동시에 대답했다.

"네 말씀해 주세요."

담당 형사는 숨을 한번 크게 고른 뒤 긴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홍선숙의 본명은 김혜미입니다. 홍선우의 아버지 혼진수에게 입양되어 홍선숙으로 개명했고요, 홍선우와 남매가 되었으며, 함께 살던 집에 불이 나서 홍선우와 홍선숙만 빠져나오고 홍진수는 사망했습니다. 그때 사망보험금을 홍선우가 수령을 했고요."

그리고는 다시 한숨을 쉬고 계속 말을 이었다.

"김유진 씨가 4살쯤 되었을 때 홍선숙이 김유진의 아버지, 그러니까 김준혁을 만나고 있었어요. 내연관계였고요. 두 사람이 교재를 시작하고 3개월 뒤 유진 씨의 어머니 이슬기 씨가 아이를 데리고 장을 보고 오던 중 계단에서 굴러 사망했습니다. 다행히 필사적으로 아이를 안고 보호했기에 아이는 무사했고요. CCTV가 없는 사각지대여서 발을 헛디딘 것으로 간주하여 '사고사' 처리하였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홍선숙은 김준혁과 동거를 시작했고 함께 사는 2년 동안 김준혁이 여러 차례 위험에 처했지만 다행히 무사했습니다. 유진 씨도 마찬가지, 병원에 실려간 적이 수차례 있었고, 불안한 할머님이 유진 씨를 데려갔으나 아이는 부모가 키워야 한다고 다시 데려오곤 했답니다. 그 뒤 김준혁 씨와 김유진 씨에 대한 실비가 여러 차례 홍선숙에게 지급되었고요. 동거한 지 2년 만에 홍선숙이 집을 나갔고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버린 김준혁 씨를 누군가 살해했는데... 당시 호적 정리가 되지 않아 김준혁 씨의 사망 보험금이 홍선숙에게 지급되었어요. 그리고 10년 뒤 박재현과 재혼하여 2년을 함께 살다가 박재현이 사고를 당했고요. 4년째 의식불명 상태인데 그 역시 수억 원의 보험금이 지급되고 있어요. 뿐만 아니라 홍선숙의 친언니 김혜수 씨와 법적남매인 홍선우 씨가 보험에 가입이 되어 있었고, 사망 보험금을 홍선숙이 청구한 상태입니다. 이 모든 사건들이 홍선숙과 연관이 있고, 의심스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증거가 불충분하여 아직 기소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유진은 큰 다짐을 하고 왔지만 참기 어려웠다. 도훈의 손을 꼭 쥐고 바들바들 떨고 있는 유진은 안간힘을 다해 버티고 있는 것 같아요.

잠깐 숨을 고른 형사는 계속 설명을 이어 나갔다.


"얼마 전 조사받은 건 사기죄로 고소당한 상태였고 지금은 합의가 되어 다시 풀려 났습니다. 하지만 도주의 위험이 있고 또 어떤 일을 벌일지 몰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김유진 씨, 이 모든 사건을 조사할 수 있었던 건 옆에 계신 강도훈 씨 도움이 컸어요. 직접 조사하신 자료들을 넘겨주셔서 그걸 토대로 수사를 했고요, 모두 사실로 드러났지만 심증만 있고 물증이 없어요. 하지만 하루빨리 증거를 찾아 처벌받도록 하겠습니다."


형사는 두 사람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하며 조만간 다시 연락하겠다고 했다. 도훈과 함께 일어서던 유진은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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