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탄생

구르미

by 구르미



우리 집에 온 첫날부터 구르미는 많이 혼란스러워했다.

집안 구석구석 냄새를 맡던 구르미는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고, 잘 때도 깊이 잠들지 못한 채 계속 자리를 옮겨 다녔다.

그러다가 구르미가 올 때 가지고 왔던 방석을 깔아 주었더니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아침까지 그 위에서만 쪽잠을 잤다.

다음날은 이곳저곳 살피며 냄새를 맡았고, 여기저기 누워 보았으나 어디에도 편한 곳이 없다는 듯 장소를 옮겨 가며 잠을 자기도 했다.

밤에는 우리 중 누군가의 곁에 와서 잘 줄 알았는데 혼자 구석에서 잠을 잤고, 내가 안고 와서 옆에 뉘여도 다시 자리를 떴다. 불안감을 없애려고 안아주어도 편하지 않은 건지, 엄마 냄새가 아니어서 어색했는지 자꾸만 내 품을 빠져나갔다.


우리 집은 구르미에게 낯선 공간이었다.

‘함께 살던 가족이 그리운 걸까?’

보고 있자니 안쓰러웠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구르미는 여러 번의 파양 경력이 있다고 했다.

그 때문에 더더욱 구르미에게 낯선 환경은 스트레스였을 것이다.


얼마나 혼란스러울까?

얼마나 무서울까?

하루아침에 환경도 바뀌고 부모도 바뀌고 가족도 바뀌었으니 그 불안감이 얼마나 클까?

그래서인지 배변훈련이 잘 되어 있다던 구르미는 배변패드가 있는데도 늘 베란다 바닥에 오줌을 누었다.

처음엔 가르치기도 하고 혼내기도 했으나 그럴수록 귀를 접고 눈치만 볼뿐 도무지 고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인터넷을 찾아 훈련하는 방법을 익혔다. 다른 방법을 쓸 필요도 없이 간식으로 유인해서 패드에서만 배변을 보게 했더니 어렵지 않게 배변습관을 바로 잡을 수 있었는데 훈련내용은 대략 이러했다.


바닥에 똥이나 오줌을 누었을 때 말없이 치우고 닦았다.

예뻐하지도 않고 혼을 내지도 않았다.

그리고는 5분가량 시간이 흐른 뒤 배변패드 위에 간식을 올려놓았다.

구르미는 먹는 걸 좋아해서 간식으로 훈련이 잘 되는 강아지였다.

요즘은 강아지 행동교정 관련 프로그램이 많아서 TV 시청이나 인터넷의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간혹 중성화 수술이 되지 않은 개의 경우 마킹을 많이 한다고 하니 종족번식의 계획이 없다면 가능한 어릴 때 중성화 수술을 시켜주는 것도 좋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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