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미
하루는 산책을 하기 위해 집 앞 도로 위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서 있었다.
신호가 없는 그곳엔 근처 아파트를 새로 짓느라 공사차량이 쌩쌩 지나다니는 곳이다.
늘 아이들도 조심시키고 우리도 조심한다고 하지만 혹시나 하는 두려움은 여전했다.
그날도 우리는 구르미와 산책하기 위해 횡단보도 앞에 서 있었는데 그만 가슴 줄과 손잡이 줄을 연결하는 고리가 끊어져 버렸고 앞으로 달려가려던 구르미는 달리는 차에 깔려 외마디 비명을 지른 뒤 신음소리를 연이어 쏟아내고 있었다.
온몸은 바들바들 떨고 있었으며 주변에는 피가 흥건했다.
달려가서 구르미를 안아야 하지만 나는 온몸이 마비된 것처럼 얼어붙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지나가던 행인과 횡단보도 앞 편의점 직원들이 달려와 수신호를 하며 지나가던 차량을 통제해 주었고 편의점 직원 한분이 붕대를 가져와 건네주었다.
누군가 어서 지혈을 하라고 해서 땅에 붙은 다리를 떼어내어 붕대를 감았는데 손이 떨려 제대로 할 수가 없었고 구르미는 심하게 괴로워하며 내 손을 물었지만 나는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누군가 가까운 동물병원을 알아봐 주었고, 전화를 미리 해 두어 긴급이송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나는 외투를 벗어 겹겹이 포개어 들것으로 만든 뒤 구르미를 안고 병원으로 향했다.
한걸음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나는 사시나무 떨듯 떨렸고 병원에 도착한 나는 간호사 질문에 목소리가 떨려 대답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병원 관계자들은 나를 진정시켰고 구르미는 장작 4시간의 수술을 마치고 회복실로 옮겨졌다.
개가 차에 치인 경우 응급처치 요령
1. 제일 먼저 외상을 살펴보고 과다출혈이 생기지 않도록 지혈을 해야 한다.
2. 토할 때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토사물이 기도를 막지 않도록 해야 하며 의식을 잃으면 얼굴을 토닥여 의식을 찾게 해 주고 필요할 땐 인공호흡을 해도 좋다.
3. 의식이 돌아오고 지혈이 되면 들것을 만들어 신속히 병원으로 후송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개로 인한 교통사고로 인명피해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한다.
다행히 구르미를 치인 차량의 차주는 강아지를 키워본 경험이 있고 마음씨 좋은 분들이라 같이 마음 아파해 주었을 뿐 아니라, 구르미를 병원으로 이송할 때 차량을 이용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나중에는 치료비까지 신경 써 주어 구르미가 신속하게 수술과 치료를 마칠 수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 몰랐다.
하지만 사고의 정도, 사람의 성향이 다 다르기 때문에 내 개로 인해 발생한 교통사고로 차주 측에서 피해보상을 요구하거나 소송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구르미는 생사를 오가고 있었다.
구르미가 잠들어 있는 동안 우리는 모두 간절히 기도했다.
우리의 기도가 하늘에 닿았는지 위험한 고비는 넘겼으나 왼쪽 뒷다리는 분쇄 골절되어 완치가 된다 해도 정상적으로 걷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당장이라도 집에 데려가고 싶었지만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는 우리는 구르미를 한 달간 입원시켰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구르미는 조금씩 걷기 시작했고 깁스도 완전히 풀었다.
이렇게 사고가 나거나 병이 들어 방문을 하게 되면 수술비, 입원비, 치료비 등의 고가의 병원비를 지불해야 하는데 특별히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는 경우에는 그 비용만 해도 적게는 100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까지도 든다.
어느 정도 회복을 한 구르미는 집 앞 공원에서도 몇 걸음씩 걸어보고 먹는 것도 조금씩 양을 늘려 나갔다. 그러나 사고 현장만 지나가면 구르미는 사시나무 떨듯 온몸을 바들바들 떨며 하울링을 했다.
그때의 트라우마가 남아 있는 듯했다.
우리는 구르미를 위해 단독주택으로 옮기기로 하고 서둘러 집을 알아본 뒤 이사를 했다.
그곳에서 구르미가 가끔 마당을 산책하기도 하고 제법 예전처럼 집을 지키겠다고 짖어 대곤 했다.
그래도 구르미는 즐거워 보였고 우리도 그런 구르미를 보며 마냥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