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미
구르미는 이제 완전히 나아서 산책도 잘하고 먹을 때도 아무런 장해 없이 예전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예전처럼 ‘먹개구름’이라 놀리기도 하고 장난도 치며 다시없을 행복을 누리고 있었다. 이미 이 소중한 아이를 잃을 뻔했던 경험이 있던 우리는 매 순간순간이 소중했고 구르미가 살아있는 동안 해 줄 수 있는 모든 것은 다 누리게 해 주고 싶었다.
그러나 사고의 후유증으로 구르미는 한쪽 다리를 절었고 걸음걸이가 불편해 오래 나가 있을 수가 없었다. 나와 함께 만보도 거뜬하게 걷던 구르미는 지금 절반도 걷지 못하고 주저앉곤 한다. 그러면 우리는 포대기를 가지고 다니면서 안고 가거나 가다 서다를 반복해야 했다.
하루는 나와 함께 산책을 다녀온 뒤 둘째 아이가 말했다.
“엄마 산책할 때 구르미가 다리를 절면 조금 창피한 생각이 드는데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구르미에게 너무 미안해요.”
아이는 눈물이 그렁그렁하며 말을 계속했다.
“그래서 괜찮다고 주문을 외우지만 나도 모르게 자꾸만 다른 사람들 시선을 살피게 돼요. 내가 잘 못 하는 건가요?”
이제 초등학교 5학년 아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네가 창피한 생각을 하는 것도 있을 수 있는 일이고 구르미에게 미안한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한 일이야. 그게 잘못된 일은 아니야. 너무 마음 쓰지 마.”
아이의 마음을 달래주었지만 아이는 구르미에게 미안한 마음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는지 유난히 구르미 주위를 맴돌며 머리도 쓰다듬어 주고 간식도 몰래 던져주며 애정을 한껏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