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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요커 Dec 03. 2019

굿바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안녕? 모건 라이브러리 & 뮤지엄

참 오랜만에 발행하게 되는 글인 것 같다. 정말 정신없고 치열한 지난 1개월이었다. 모든 것은 주요 고객사인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다 좋은 오퍼를 제시한 같은 Compass Group 내의 자회사와 (경쟁사로 넘어가지 않은 것은 다행. 물론 대형 경쟁사는 이미 작년부터 입찰을 포기했지만 말이다) 신규 계약을 맺으면서 시작되었다.


신규로 들어오는 자회사에서 일부 매니지먼트 인력이 함께 남아서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자고도 하였으나 나는 현재 소속된 회사에 남고자 우리 회사가 가지고 있는 여러 다른 고객사 중 한 곳으로 옮겨야 했다. 이 과정은 매우 치열했는데, 

거의 신규로 직장을 찾는 과정을 거쳤다. 

회사 웹사이트에 나오는 포지션이 나올 때마다 지원을 했다. 문제는 나뿐만 아니라 이 회사에서 이미 5~9년을 일한 쟁쟁한 동료들과 경쟁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최근 1개월 동안 사무실 분위기는 매우 좋지 않았다. 모두 업무 의욕 저하와 더불어 자칫 잘못하면 메트로폴리탄과 계약 기간이 끝난 이후 새로운 포지션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에 회사 내부뿐 아니라 외부 다른 회사에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흔히 말하는 구조 조정으로 인한 퇴직이 생길 수 있다는 불안감이 분위기를 바닥까지 끌어내렸다.


그럴수록 나는 남들과 다르게 더욱 열심히 움직이고 전략적으로 움직였다. 직원들이야 미술관 산하 노조 소속이라 새 회사가 고용 승계를 결정한 이상 걱정이 없었으나 매니지먼트 인력들은 모두가 하나 같이 새로 직장을 찾는 수준의 노력이 필요했다. 나는 그러한 노력과 더불어 어디서 누구든지 지켜볼 수 있고, 말의 힘은 무서워서 널리 빠르게 퍼져나간다고 늘 믿어왔던 나이기에 좋은 평가가 퍼지도록 나의 평판에 더욱 신경 쓴 시간이었다. 


열심히 일해서인지 지원하지 않았는데도 벌써 소문을 듣고 먼저 연락을 해온 곳도 있었고, 회사 내 멘토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네트워킹을 통한 시도도 있었다. 웹사이트 지원을 하고, 자동으로 진행되는 디지털 비디오 인터뷰를 수차례 봤다. 성실하고 순발력 있게 일처리를 잘해와서인지 다른 동료들보다 인터뷰 기회가 많이 찾아왔다. 개인적으로 찾고 얻게 된 기회보다 네트워킹을 통하여 소개받은 Vice President가 관리하는 고객사 중 한 곳으로 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할 것 같아서 그분과 인터뷰를 진행하였고, 짧은 30분의 시간이었지만 나에 대해서 큰 만족을 하셨는지 이후에 4명의 Regional Director들과 연결을 해주었다. 2주일에 걸쳐 4명의 다른 RD들과 인터뷰를 봤고, 굉장히 터프한 일정이었다. 

그래도 인터뷰 준비부터 남과는 확실히 다른 차별화된 꼼꼼한 준비를 하는 성격이고, 인터뷰를 진행한 면접관들이 내가 어떻게 준비했는지 주변 동료에게 소문내겠다고 웃으면서 평가를 줄 정도로 꼼꼼히 준비하는 나이기에 어느 한 곳은 꼭 나를 마음에 들어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가득 차 있었다. 내 발음과 어휘력 구사가 100% 완벽하지 않더라도 자신감과 철저한 준비는 언제나 좋은 면접 피드백을 받게 해 줬고, 이번에도 그러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성실하게, 열심히, 그리고 적극적인 소통을 해왔기에 내가 속한 회사가 정말 좋은 회사라면 나의 탤런트를 꼭 알아볼 것이라고 믿었기에 더욱 자신 있게 준비할 수 있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일을 시작했고, 미술관 & 박물관 고객사들을 담당하는 커리어를 키우기에 유리하도록 4곳 중 3곳은 미술관 혹은 박물관이었다. 그중 가장 멋지고 기억에 남았던 The Morgan Library가 계속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직원들 또한 굉장히 프로페셔널하고 친절했던 부분이 기억에 남았고, 특히 면접을 진행해준 RD가 향후 내 커리어와 교육 부분에 대한 갈증을 많이 해소해 줄 것 같은 느낌이 있어서 꼭 합격하고 싶었다. 4곳 모두 면접을 본 이후 4~5일 정도 소식이 없어서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이메일로 Vice President와 진행 사항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까 말까 고민하던 찰나에 VP에게서 연락이 왔고, 모든 RD가 나를 마음에 들어한다는 기쁜 소식과 함께 나에게 맞을만한 고객사 선정과 더불어 포지션 오픈을 위해 시나리오 구성이 필요하다고 하여 1주일가량을 더 기다려야 했다. 이전의 기다림과는 그래도 훨씬 다른 마음으로 여유를 가지고 기다릴 수 있게 되었고, 어느 곳이 선정될지만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모건 라이브러리 & 뮤지엄!!!



VP로부터 RD와 함께 새로운 오퍼를 받게 되었고, 다행히 나는 내가 둥지를 틀 수 있는 새 집을 찾게 되었다. 그것도 내가 가진 선택지들 중 가장 가고 싶어 했던 모건 라이브러리 & 뮤지엄이 선정된 것은 정말 큰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만큼의 명성과 헤리티지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최근 들어 운영 비용 절감으로 인한 압박으로 인해 부정적인 변화가 있었고, 내가 가진 매니지먼트 철학과 다소 괴리감이 있어 심리적 동요가 컸다. 


모건 라이브러리 & 뮤지엄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금융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JP Morgan 집안에 의해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창업주인 JP Morgan의 사유 재산이었는데, 아들 대에 이르러 일반 대중에 공개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비교를 한다면 아무래도 사유 재산으로 보호된 기간이 훨씬 길고 컨셉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훨씬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다. 또한 여러 클래식 음악회나 재즈, 뮤지컬 등 예술 공연이 자주 열리는 곳이라 기대가 매우 크지만 나도 아직 내부를 모두 둘러본 것은 아니라 자세한 내용은 향후 작성하게 될 글에서 소개할 예정이다. 



모건 라이브러리 & 뮤지엄에는 멋지게 꾸며진 에스프레소 바를 소유한 고급 카페와 Dining Room으로 불리는 고급 저택의 내부에 있는 식사를 위한 응접실처럼 꾸며진 레스토랑이 갖춰져 있고, 나는 이러한 곳들의 운영을 담당하게 될 예정이다. 최근 레스토랑은 미국에서 유명한 셰프인 Tom Colicchio와 메뉴 개발을 진행해서 론칭을 진행하였고, 여러 미디어에 해당 내용이 기사로 배포된 만큼 향후 바쁜 일정과 더불어 많은 VIP 응대가 예상되고 있어 근무가 기대되고 있다.


Morgan Dining Room, Cafe, 그리고 Chef. Tom Colicchio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가장 바쁜 연말 시즌에 Thanksgiving 이전까지 근무를 마친 상태이고 상사의 배려로 꽤 긴 시간을 휴식을 취하고 12월 4일 첫 출근을 앞두고 있다. 정말 바빴고 마음이 불안한 동료들을 두고 먼저 자리를 잡게 되어 미안한 마음이 많은 동시에 일부 여우 같고 게으른 동료들을 생각하면 만세삼창을 크게 부르고 싶을 정도로 기쁜 마음이 교차한다. 다만, 가장 마음이 아팠던 것은 현장에서 일하는 수많은 직원들이 모두 내가 떠나는 것을 진심으로 아쉬워하고 슬퍼했다는 점이다. 본인들이 희망하는 유일하게 남았으면 하는 매니지먼트 인력이 가장 먼저 떠나게 되는 것이 너무 아쉽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15년, 20년을 넘게 일한 직원들로부터 '네가 내가 겪어본 매니지먼트 중 가장 최고야'라는 평가처럼 기쁜 평가도 없었다. 회사의 정기적인 인사평가에서 좋은 고과를 받는 것보다 좋은 상사로, 좋은 사람으로, 그리고 그들의 좋은 '가족'으로 인정받는 것만큼 든든하고 보람된 순간도 없는 것 같다. 7개의 유닛에 모두 방문해서 FOH, BOH 직원들에게 일일이 작별 인사를 했고, 눈물을 보인 직원들도 많았지만 우리 모두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언젠가 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맡게 된 자회사가 나를 다시 데리고 왔으면 한다는 희망을 이야기하였다 (솔직히 나는 돌아가고 싶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리울 우리 The MET Team!

작별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정신없는 이사를 하고 나는 지금 이 순간 또 새로운 곳에서 또 다른 새 '가족'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그곳에 대해 공부 중이다. 함께 일할 동료와 내 팀을 위해 일할 동료들의 마음을 얻는 것보다 더 좋은 경영철학이나 경영 노하우는 없다고 믿는 나이기에 그들의 마음을 얻고자, 더 나은 내가 되고자 오늘도 이렇게 글을 쓰며 마음을 가다듬어 본다.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셔서 깊은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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