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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요커 May 27. 2020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관에서 일하면 어떨까?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근무했던 한 사람 이야기

나는 Compass Group이라는 내가 꿈에도 그리던, 꼭 입사하고 싶어 하던 회사에 성공적으로 이직을 했었고, 영광스럽게도 회사 고객사 중 대표적인 메이저 고객사인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담당하는 매니저로 발령을 받아서 그곳에서 식음료 서비스를 담당하는 담당자로 근무를 한 이력이 있다. 내가 브런치를 하면서 커리어 관련되어 가장 좋은 코멘트를 받은 내용들은 메트로폴리탄에서의 근무 이력과 연관된 것들이 많았다. 나 스스로도 절대 잊지 못할 소중한 경험이자 추억이라 나는 오늘 또 이 주제를 들고 나왔다. 내 글을 많이 아끼고 좋아해 준 구독자 분들이라면 이제는 지겨울 법도 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이야기를 또 꺼내어 본다.


뉴욕에 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뉴욕의 상징은 참으로 다채롭다. 자유의 여신상,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월드 트레이드 센터, 센트럴 파크 등 뉴욕은 참 볼 것이 많은 도시이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잠시 동안 전 세계인이 기피하는 도시가 되었지만 늘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도시인 뉴욕으로 출퇴근을 한 7년이 넘는 기간 동안 가장 특별한 경험, 그리고 누군가 내게 뉴욕의 상징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일언지하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뽑을 것이다.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내게 죽을 때까지, 아니 죽어서도 잊지 못할 소중한 경험을 준 곳이기 때문이다.



내게 있어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내가 처음 미국에 건너와서 낯설고 차가운 땅에 첫 발을 디딘 그 순간부터 그곳에 일을 하기 위해 발을 딛는 그 순간까지의 힘든 여정과 어려웠던 도전에 대한 보상의 축복을 내려준 곳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곳에서도 일하면서 어렵고 힘든 시간들도 있었지만 적어도 내가 처음으로 스스로에 대해 큰 만족을 하면서, '잘했어, 정말 잘했어'라고 자신을 다독여 볼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그만큼 내게는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로서의 가치가 아닌 더욱 특별하고 빛나는 가치가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만나게 된 소중한 인연들과 내가 그곳에서 배워온 또 다른 문화와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배움들 등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내게 역사적, 문화적 가치뿐만 아니라 내 삶의 가치에 대해서도 다시금 재고해보고 새로운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 소중한 곳이었다. 그래서 이따금 근처를 지날 때면 항상 잊지 않고 앞을 지나곤 한다.


세계에서 뉴욕에서의 직장 생활을 경험해 본 사람은 몇 % 일까? 그리고, 더 쪼개어 볼 때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일을 해 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곳에서의 직장 생활은 소속 부서를 막론하고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대대손손 들려줄만한 에피소드가 되고도 남을 것이다. 누군가들에게 있어서는 '그게 뭐 대수야' 정도로 여겨질 인생의 한 부분이겠지만 적어도 내 가족과 나를 좋아해 주는 분들께는 내가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내 생활신조를 증명해낸 가치 있는 일인지라 나는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한 내 인생 가장 크고 빛나는 훈장처럼 여길 것이다 (물론 앞으로 더욱 많은 훈장들을 달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지만!).


사실 현 직장에 스카우트가 될 때에도, 이 곳에서의 근무 경력이 주는 효과는 실제로 대단했다. 어느덧 나는 '멧에서 온 디렉터'라는 별칭이 생겼고, 그 이야기를 들은 직원 및 동료들은 항상 내게 그곳에서의 경험을 묻곤 했다. 어느 것 하나 잊을 수 없이 특별했지만, 가장 특별했던 순간을 뽑자면 망설임 없이 가족들을 위한 매우 특별한 VIP 투어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미술관 구석구석을 20년 이상 일한 큐레이터나 경비원과 함께, 혹은 나의 가족끼리만 둘러보는 경험은 숨이 멎을 듯 벅차고, 설레고, 행복한 경험이었다.


30년을 일하신 큐레이터의 VIP 투어 (좌) / 클림트의 그림들 앞에 혼자 계신 어머니 (우)


내게 뉴욕이 처음으로 아름다운 도시라고 느끼게 해 준 순간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미 뉴욕 직장생활 6년이 지나서야 메트로폴리탄에 첫 출근하면서 마주한 그 미술관을 바라볼 때였다. 센트럴파크를 가로질러 5th Ave 정면에서 그 웅장한 건물을 바라봤을 때 (물론 그전에 2번을 다녀와보긴 했지만 느낌이 전혀 달랐다), 내가 뉴욕에 있다는 것이 내 인생에서 얼마나 멋진 순간인지를 느꼈었다.


현재 뉴욕은 코로나로 인한 봉쇄령으로 인해서 모든 미술관, 박물관이 휴관 상태에 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도 예외가 아니며, 많은 뉴요커로부터 사랑을 받는 이곳이 갈 수 없는 곳이 될 것이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행인 것은 그곳에 일하는 일부 직원들로부터 출근 통보를 받고 출근을 하는 직원이 생겼다는 점으로 미뤄봤을 때, 슬슬 개관의 움직임이 포착된다고 하니 그리웠던 분들에게는 좋은 소식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현재의 상황이 그리 안전하다고는 할 수 없는 상황인지라 방문객 입장 전 충분한 사전 검사 등이 시스템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오늘 이 글을 쓰면서, 다시금 내 추억 속의 그곳에 대해 생각해보니 내가 얼마나 운이 좋고 감사할 일이 많은 사람인지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되었다. 이제는 세월에서 지나가버린 지난 날의 흔적이자, 오직 내 기억 속에만 남아 있을 나만의 추억이겠지만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대한 내 감정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 웅장하고, 아름답고, 위대하며, 자랑스러웠지만 때론 싫기도 했던 메트로폴리탄에 대한 나의 복잡했던 감정은 적어도 딱 한 가지로 정리될 수 있었다.

그립고, 그립고,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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