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영상으로 만나보는 지금의 뉴욕
2020년 한 해는 정말 많은 일들이 생겨났다. 코로나로 인해서 도시의 기능이 마비가 된 것을 시작으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서 촉발된 인종차별 시위와 폭동 등 뉴욕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 부부 모두 재택근무를 하고 시내에 나가는 것을 조금은 두려워하게 되면서 올 상반기 동안 시티에서 보낸 시간은 극도로 짧아졌다. 그나마 나가게 된 것도 목적이 있어 어쩔 수 없이 나가게 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짧은 볼일이 있었기 때문에 나가게 되었고, 뉴욕의 현재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보고 싶었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이 답답한 현실 속에서 여행에 대한 욕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계실 누군가를 위해 랜선으로 현재 뉴욕의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영상을 준비 해봤다 <영상으로 오늘의 글을 만나보세요! (클릭)>.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다시피 미국은 현재 코로나의 재창궐로 인해 확진자수가 급속도로 늘어나며 일부 주들은 다시 봉쇄라는 정책을 선택하며 사람들을 다시 보호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 또한 시내에 나가게 되는 것이 불안하기도 했다. 물론 뉴욕의 경우 지속적으로 잘 통제가 된 편이라 상황이 훨씬 안정적으로 돌아섰다는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100% 신뢰하기 어렵다는 가정하에 불안감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우리가 거주하는 동네에만 나가도 마스크를 아직도 착용하지 않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위험성에 대한 인식도 낮은 편이고, 최근 외부에서 식사하는 레스토랑이나 바 등의 재개로 인해 불안한 마음이 든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막상 시내에 나가보니 아주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규제를 잘 지키고 있었다. 마스크 착용은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도 뉴스에서 보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센트럴 파크에서 사람들이 옹기종기 매우 많이 몰려있는 모습을 보며 우려했던 것과는 조금 다르게 적당한, 혹은 그 이상의 거리 유지와 더불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들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운 분위기였다.
우리는 뉴욕시티 맨해튼의 중간인 미드타운에서 파크 에비뉴를 통해서 업타운으로 올라가서 거꾸로 맨해튼 가장 최남단까지 내려가기로 하였다. 처음 지난 곳은 뉴욕의 고속 & 시외버스 터미널인 Port Authority였다. 평일엔 출퇴근을 위한 직장인들, 주말엔 관광객들로 늘 붐비는 이곳은 매우 한가하였다. 수많은 옐로 캡 택시와 공유 플랫폼인 우버나 리프트 같은 택시들로 인해 늘 교통이 혼잡한 곳인데 정차 한 번 없이 수월하게 지나갔고, 관광객들로 붐벼야 할 인근의 호텔과 음식점들은 매우 한산한 상황이었다.
영상을 편집하다가 알게 된 것이 있었는데, 가장 유명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지나며 촬영한 영상이 녹화가 되지 않아서 기존에 미드타운의 한 호텔에서 머물며 촬영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최근 '베슬'이라는 건축물로 유명한 허드슨 야드의 모습을 별도 영상으로 초반 영상에 첨부하였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뉴욕 서부 특집으로 Upper West와 링컨 센터부터 허드슨 야드와 하이라인, 그리고 첼시까지 방문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장시간 드라이브에 앞서 우리는 우리가 자주 가던 브라이언트 파크 바로 옆에 위치한 블루보틀 커피숍에 들렀다. 그리고 잠시 브라이언트 파크를 한 바퀴 걸었는데, 모두가 충분한 공간을 떨어뜨린 채 앉아있거나 걷고 있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사람들이 모여서 떨어져 앉은 채 한 목사님의 설교를 열심히 듣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다음 지난 곳은 뉴욕을 대표하는 기차역인 그랜드 센트럴 역이었는데, 도보나 지하철을 통해서 흔히 접근하는 저층부가 아닌 차로 지나갈 수 있는 고층부의 그랜드 센트럴 역의 모습을 담았다. Met Life라는 보험회사의 거대한 빌딩을 배경으로 두고 있지만 그랜드 센트럴만의 웅장한 건물 모습은 현대적 건축물에 기죽지 않는 위용을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그 길에 끝에는 미국 역사에서 손꼽히는 철도왕 반더빌트의 동상이 우두커니 서있기도 하다. 반더빌트는 매우 성공한 사업가이면서 성차별이 심해 딸들을 신경 쓰지 않은 사람으로 유명하다 (자식 11명 중 아들은 오직 3명. 그것도 첫 아들은 모자라다고 싫어하고, 둘째는 정신병원에 보내고, 막내 아들만 예뻐했는데 그 아들은 육군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전쟁에 참여를 앞두고 있다가 병에 걸려 사망.. 사업은 크게 성공했으나 자식은 뜻대로 하지 못한 반더빌트). 딸들을 잘 챙기진 않았어도 사후에 막대한 재산도 딸들에게 공평하게 물려줬다고 한다. 막대한 것이 그저 막대한 것이 아니라 미국 최고의 부였다. 현재 미국 사교계를 주름잡았던 5대손 글로리아 반더빌트가 사망하면서 유일하게 남은 후손은 (모계 후손) 유명한 CNN의 앤더슨 쿠퍼 앵커이다.
한참을 올라가서 90가쯤 센트럴 파크 옆에서 우리는 남하를 시작했고, 그 동네는 Upper East라고 불리는 전통적인 부촌이자 각 종 유명한 관광지가 자리 잡은 선상이기도 하다. 조금만 내려가면 나선형 모양의 독특한 외관을 가지고 있는 구겐하임 미술관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몇 블록 더 내려가면 내가 근무했던 멋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도 같은 에비뉴 선상에 위치하고 있다. 주말 낮시간에 그토록 텅 비어있고 한적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모습은 역사상 전례도 없었겠지만 향후 일상으로 복귀된다면 다시 못 볼 진풍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5 에비뉴를 타고 쭉 내려가다가 59가에 다다르면 영화 '나 홀로 집에'에 출연한 당시 플라자 호텔 소유주이던 현재의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출연한 장소인 플라자 호텔, 애플 스토어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5 에비뉴 애플 스토어가 위치하고 있고 그곳이 바로 센트럴 파크의 최남단 지역이자 각 종 고급 호텔이 센트럴 파크뷰를 위해 몰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조금만 더 내려가면 각 종 명품샵과 백화점들이 줄을 잇는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트럼프 타워가 있고, 그곳에 그의 가족들이 거주하고 있다. 때문에 5 에비뉴 한 블록은 경찰과 경호국 통제로 막혀있으며, 감시 타워가 설치되어 있고 사복을 입고 선글라스를 낀 영화에서나 보던 경호국 사람들을 볼 수 있기도 하다.
우리는 잠시 내려서 사람들과 떨어진 곳에서 5 에비뉴 바닥에 새겨진 Black Lives Matter를 구경했다. Black Lives Matter은 사실 미국에선 흑인의 인권만을 표현한다기보다 소수 인종의 역사 중 가장 차별과 핍박을 받은 흑인들의 역사에 기인해서 여러 인종차별에 대한 대표적인 문구이기 때문에 (물론 역차별을 하는 일부 흑인들을 옹호하는 것도, 이제는 조금 더 포괄적인 인종을 표현할 수 있는 문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반대하는 것도 절대 아니다), 코로나나 폭력의 위험성 때문에 시위에 참여는 하지 않았더라도 상황이 안정되면 꼭 한 번 들러야겠다고 생각했던 곳이라 들러서 조용히 지지의사를 보태고 싶었다.
그리고 우리는 뮤지컬 극장가와 타임스퀘어가 위치한 브로드웨이와 7 에비뉴 근처로 이동했다. 타임스퀘어를 지나면서 텅 빈 광장을 보면서 아직도 사태가 회복되지 않고 현재 진행형임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곳을 지나 내가 2년간 지점장, 그리고 맨해튼 & 브루클린 지역 관리자로 근무하면서 자주 들렀던 파리바게뜨 타임스퀘어 지점에서 잠시 멈추어 옛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그곳에서 조금 더 내려가면 뉴욕의 또 다른 커다란 기차역이자 각 종 공연 및 스포츠 경기가 열리는 펜 스테이션 & 매디슨 스퀘어 가든이 나온다. 타임스퀘어부터 이곳까지 아주 많은 전광판들이 인종차별 시위를 지지하는 광고가 상당수를 차지했다. 얼마나 큰 사회적 이슈였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곳을 지나 다리미를 닮은 모양으로 유명한 플랫 아이언 빌딩을 지나는데, 아쉽게도 공사 중이라 온전한 다리미 모양의 느낌을 보이기엔 다소 부족함이 있었다. 참고로 한국에서 큰 유행을 탔던 쉑쉑 버거의 시작은 이곳 바로 옆에 있는 매디슨 스퀘어 파크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그래서 원조 쉑쉑을 방문하는 겸 플랫 아이언을 구경하는 관광객들이 늘 붐비는 곳이 이곳이다.
유니언 스퀘어 파크에는 사람들이 다른 곳보다 조금은 많은 것 같아서 그냥 지나가기만 했고, 그 이후 우리는 NYU를 지나 이번 폭동 사태로 큰 피해를 입었던 소호를 가게 되었다. 소호는 뉴욕의 가장 대표적인 쇼핑이 특화된 거리이며, 매우 비싼 상가 임대료로 유명한 곳이다. 사실 원조이자 가장 유명한 젠트리피케이션의 사례 지역이기도 하다. 가뜩이나 온라인 쇼핑의 강세로 인해 상권이 많이 침체되어가고 있었는데, 코로나뿐 아니라 이번 인종차별 시위에서 비롯된 잘못된 폭동과 약탈로 인해 기업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되면서 지금 소호에는 텅 빈 상점들이 매우 늘어났으며, 아직 피해 복구가 되지 않았거나 혹은 자포자기하고 또 일어날 수 있는 폭동 때문에 수리되지 않은, 유리창 대신 나무 판을 덧대고 있는 상점들이 아직까지도 많이 보였다.
세계 무역 센터인 WTC가 잘 보이면서 다운타운 지하철 교통의 요지인 Fullton St을 지나 월스트리트로 유명한 금융가를 향했다. 그곳에는 특수 부위를 만지면 부자가 된다는 소문으로 유명한 Charging bull, 즉 월스트리트 황소가 위치하고 있다. 물론 안쪽 골목에는 뉴욕 증권 거래소 등 유명한 금융 관련 기관이나 회사들이 많지만 시간 관계상 안쪽까지는 가지 못했고, 황소만 지나가면서 보기로 했는데, 이곳이 이렇게 텅 비고 사람이 적게 몰려 있는 경우는 마찬가지로 처음이었다.
뉴욕 맨해튼의 최남단 배터리 파크에서 내려서 자유의 여신상을 볼까 하다가 볼일 때문에 시간이 부족해서 우리는 동부의 FDR 고속도로를 타고 브루클린 브릿지를 볼 수 있는 위치를 향했으며, 북향과 남향을 모두 촬영했는데, 특히 남쪽 방향으로 오면서 펼쳐지는 브루클린 브릿지와 다운타운 건물들의 특별한 고속도로 뷰는 내가 뉴욕에서 가장 좋아하는 뷰이기도 하다.
짧은 투어를 마치며 집에 가져가서 식사를 하기 위해 멕시칸 타코 집을 찾았다. 뉴욕에 3개의 상점을 가지고 있는 Los Tacos라는 타코 전문점인데 가성비도 훌륭하고 맛도 가격 대비 훌륭한 타코 집이라 간단히 먹을 것을 찾는 분들께 추천하고자 소개해보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시피 뉴욕은 바쁜 도시이면서도 풍부한 볼거리와 먹거리를 가지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이다. 그 누구도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뉴욕이 이렇게 텅 빈 유령 도시 같은 느낌이 들게 변할 것이라고는 예측도 못했을 것이다. 여러 가지 부정적인 이슈들만 배제하고 생각해본다면 이 기회에 뉴욕도 정화되고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어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며, 정말 이기적인 마음까지 꾸밈없이 표현드리자면 이럴 때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여기저기 다 다녀보고 싶은 생각도 든다 (물론 나는 그럴 위인이 못된다). 그만큼 사실 뉴욕에 출퇴근하면서 바쁘고 복잡한 일상에 지쳐버렸던 나이기도 하다.
그래도 이렇게 구독자 분들을 위해서 글과 영상을 위해 아내와 함께 오붓하게 차를 타고 돌아다니다 보니 새삼 이곳에서의 삶을 함께 보내고 있다는 것이 행복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루빨리 뉴욕이 우리가 알고 있던 그 모습으로 돌아와서 우리도 다시 누군가에게 당당하게 뉴욕에서 생활하고 있음을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날이 돌아오길 바라며 오늘의 글을 마친다.
오늘도 시간 내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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