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것에도 이제는 노력을 해야 한다

오프 날에 팀원들과 가벼운 산행을 즐겼다

by 대숲사진가
나이가 들면, 특별히 재미있는 일이 많이 없다고 한다
자네- 등산, 좋아하나?


심심할 때 틀어놓고 가볍게 라디오처럼 들으며 딴짓하곤 하는 유튜브 채널이 있다. 특별히 사리사욕도 없고 그냥 본인이 하고 싶어서 인생 사는 이야기 허심탄회 하게 하고, 중고차와 차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는 채널인데 (알만한 사람들은 모두 아는 채널일 것이라 생각된다), 의사라는 본업에도 불구하고 그의 소탈하고 진솔한 면모가 나는 퍽 마음에 들었어서 그의 이야기에 자주 귀를 기울이곤 했다.


그랬던 그가 최근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론다까지의 거리를 렌터카를 빌려서 일주를 하는 영상을 올려서 보게 되었는데, 그는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꿈의 여행지 그 이상의 의미일지도 모르는 스페인을 종단하면서 그저 심드렁하게 본인의 이야기를 풀어갈 뿐이었다. 그랬던 그가 그 영상의 중간에서 그렇게 이야기를 했다.


"나이가 들면요, 특별히 아주 즐거울 일이 잘 없어요."


그런 이야기를 하는 그에게는 가우디의 역작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도, 론다의 빼어난 비경도 그냥 세상이 보여주는 모습 일부일 뿐이었다. 그런데 그 이야기에 대해 이제는 내가 조금씩은 알 것도 같다는 뉘앙스의 공감을 하고 있었더라는 것이다. 뭐 세상 얼마나 길게 살았다고 그런 소리를 하느냐고?




Taman Tugu의 입구, 오전부터 내리쬐는 햇살이 따가웠다.


글을 쓰는 시점으로부터 비교적 최근, 팀원들끼리 다 같이 쉬는 날에 하루 시간을 맞춰 쿠알라룸푸르 시내 근처의 한 유명한 산행로에 등산을 가기로 했다. Taman Tugu라는 곳으로 서울로 치자면 관악산이나 북한산 같은 접근성 좋은 산행로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물론 난이도는 그 두 산에 한참이나 못 미치는 곳이다.)


이 등산의 최초 제안은 우리 팀원 중 우리가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팀원 분께서 먼저 제안을 하셨었다. 다들 처음 들었을 때는 '김 대리- 자네- 등산 좋아하나?'와 같이 한국에서 소위 '꼰대 부장님' 캐릭터들을 희화화하는 밈으로 희화화하며 화답했지만, 어쨌든 모두가 의견 합치를 보았고, 우리는 늦은 오전에 Taman Tugu 등산로 입구에서 모였다.


동남아에서의 등산은, 이 날 이 전에도 이미 몇 차례 혼자 다녀온 적이 있었지만, 한국에서의 그 느낌과 사뭇 다르다. 우선 한국 등산 중에는 만날 것이라 상상도 할 수 없는 존재인 원숭이나 왕도마뱀 같은 존재들을 만나 화들짝 놀라기도 하며, 그 우거짐과 울창함이 흡사 정글의 축약판이라 할 정도로 빽빽함을 자랑한다. 한국에서만 다니던 산행 대비 확실히 보는 즐거움과 그 맛이 다르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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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대단한 사진은 없었고, 그냥 보고 만끽하는 카메라 외의 영역에 더 집중했다. 때론 이런 것도 중요하다.


사진 프레임 안쪽에 보이는 모습보다는 그 바깥쪽에 더 중요한 의미가 있던 이 날이었다. 등산은 사실 2시간도 채 안 되는 시간 만에 금방 끝이 났고, 우리는 끝나고 나오는 길목에서 팔던 코코넛을 사서 한 모금씩 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했다. 단체 등산에는 또 회식이 빠질 수 없으니, 근처 KL 시내 (우리 집 근처 동네였다)로 이동해 이탈리안 식당의 야외 좌석에서 약간의 시원한 그늘을 만끽하며 근사한 점심 식사도 했다.


늘 똑같이 혼자 헬스장 가서 운동하거나, 배드민턴을 치러 가거나, 집안일하고 게임을 즐기곤 하던 똑같은 휴일의 일상에 그렇게 새로움 한 번이 덧대어졌다. 한국이었다면,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이 몇 년 전이었다면 당연했을 개인 시간의 다채로움에도 이제는 노력이라는 것이 필요했다. 그것은 서두에 언급한 유튜버의 말대로 점점 시간의 축적에 따른 재미의 반감일 수도 있고, 타지 생활을 하면서 교류의 장이 급격하게 줄어든 '어쩔 수 없는' 환경이 가져다준 결말이기도 했다. 이곳 말레이시아 생활을 하면서 문득문득 느끼는 가장 큰 허전함(이 마음을 한 단어로 무엇이라 정의해야 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우선 '허전함'으로 기록했다)의 감정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그간의 시간 속에 너무나 당연했던 것들에게도 이제는 노력을 해야 했다. 그렇지 않다면 홀로 남겨지는 시간들을 좀 더 반갑게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거나.




사장님과 같이 나오신 사모님이 불러서 알려주신 곳 "여기서 보면 트윈타워가 굉장히 멋지게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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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먹을 때 우리 주변에 있던 고양이들. 화분에서 낮잠을 자고 있던 고양이의 모습은 이 날 오후에 느끼던 우리의 여유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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