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엔 도쿄국립박물관

호류지 보물관 그리고 다니구치 요시오

by 지니 jinie

소장품 대부분을

구경하려면

박물관을 20회 이상

방문해야 한다


작정하고 보려면 하루는 도쿄 국립박물관에 투자할 것. 사실 하루도 모자르다. 도쿄 국립박물관은 일본 문화와 역사를 연대별로 집대성한 일본 최초의 박물관으로 1872년 개관했다. 일본에서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엄청난 수의 작품을 소장했는데, 일본을 비롯한 여러 아시아 국가의 수많은 예술품과 유물 약 12만 점이다. 일본의 한 여행 사이트는 '소장품 대부분을 구경하려면 박물관을 20회 이상 방문해야 합니다'라고 도쿄 국립박물관을 소개할 정도이니 어마어마한 소장품의 수를 짐작케 한다. 따라서 모든 작품을 감상하기 보다는 자신의 관심과 취향에 따라 감상법을 달리하는 것도 방법이다.


도쿄 국립박물관이 근사한 이유 중 하나는 잘 조성된 정원과 건축을 꼽을 수 있다. 도쿄 국립박물관은 본관에 해당하는 일본 갤러리를 포함해 총 6개의 전시관으로 구성돼 있어 경내를 걸으며 건축물을 감상하는 것도 이곳의 묘미 중 하나다. 워낙 경내가 넓고 소장품의 수가 많으니 관심가는 작품 몇 가지만 선택해도 충분할지 모른다. 나는 호류지 보물관에 집중했다.


호류지보물관은 1964년, 호류지가 봉납한 300점을 전시하기 위해 문을 열었다. 현재와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1999년 리뉴얼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건축가 다나구치 요시오의 설계로, 뉴욕 MOMA미술관이 그의 포트폴리오다. 방문한 가장 큰 목적인 호류지 보물관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정말이지 호류지 박물관은 근사했다.




호류지 보물관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쭉 뻗은 길을 한참 걸어야 한다. 양 옆으로는 물을 두었다. 떠올려 보자. 대다수의 사찰을 가려면 계곡을 지나야 하는데, 이는 스스로 마음을 정화시키도록 유도하는 자정작용의 의미를 갖는다고 한다. 호류지 보물관의 입구 또한 불교 건축을 가져온 계획이 아니었을까 싶다.


호류지 보물관은 전시 관람 이상을 주었다. 커다란 유리창에 정갈하게 분할된 통창으로 보이는 밖. 이날과 달리 볕 좋은 날이었다면 자연의 빛과 나무가 시원하게 보였을 터였다. 국립 도쿄박물관은 우에노 공원안에 위치해 있다. 복작하고 많은 인파로 정신깨나 없는 곳인데도 불구하고, 경 내 여느 곳과 달리 호류지 보물관은 경건했고 고아했으며 차분했다. 정제되고 깨끗한 느낌마저 든다. 불교와 모던의 융합, 모든것이 적절히 녹아든 공간. 여행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이다. 호류지 보물관을 설계한 다니구치 요시오가 더 알고싶다면 스크롤을 마저 내려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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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국립박물관의

여섯개 전시관 중에서

호류지 보물관동양관

다니구치 부자의 작품이다.


Taniguchi Yoshio

모더니즘, 그리고 일본적인


다니구치 요시오의 아버지 역시 유명 건축가이다. 다니구치 요시로라는 인물로, 무려 도쿄국립박물관 동양관을 설계했을 정도의 실력자다. (정말 대단한 부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니구치 요시오는 건축과 거리가 멀었다. 게이오 대학에서 기계를 전공했고, 뒤늦게 하버드대학의 건축학도가 되어 건축가의 길을 걷는다. 아버지와 아버지 동료 교수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자세한 건 알려진 바 없다. 작품의 성격은 일본적인것과 모더니즘, 미니멀리즘의 결합이다. 한 마디로 재패니스 모더니즘.


젠스타일(Zen Style)은 다니구치 요시오의 작품 성향을 드러내는 개념이다. 정갈하고 고요하며 절제와 단순함을 기초로 조화, 균형, 평온이 녹아있다. 20세기 후반, 동양의 전통 공간미를 추구하는 오리엔탈리즘과 서양의 미니멀리즘이 가진 중성적인 멋을 살리는 것에서 생겨났나고. 거추장스러움을 완전히 덜어낸 미니멀리즘과는 차이가 있는데, 젠스타일이 조금 더 따뜻하고 부드럽다. 젠 스타일에서 핵심은 ‘선’. 그 자체로 간결하지만 에너지가 넘친다. 고요하며 절제됐지만 공간이 가진 힘이 느껴진다. 그는 일본이 가진 사랑, 건축, 자연, 소박함을 모더니즘과 미니멀리즘에 녹여 건축으로 펼쳐보이는 건축가다.


이런 성격이 가장 잘 드러난 포트폴리오는 도교 국립박물관의 호류지 보물관과 뉴욕 MoMA의 확장 개관이다. 특히 뉴욕 MoMA의 경우, 1997년 설계경기 당시만해도 잘 알려지지 않던 건축가에 불과했고, 렘쿨하스, 라파엘 비뇰리 등 이 분야의 쟁쟁한 건축가를 제치고 맨해튼에 입성하며 주목받는다. 2004년 선보인 다니구치 요시오의 MoMA는 간결함과 담백함, 자연스러움이 점철된 MoMA의 철학과 일치하기도 했다. 그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건축물이자 그를 대표하는 작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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