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라디오 95.9] 그건 이렇습니다 김완태입니다
<한 입 인터뷰 : 겨울 저체온증 대처법>
분주한 아침에 궁금증을 해결해 한 입에 쏙 넣어드리는
<한 입 인터뷰!>
휴대전화 뒷번호 [1258] 쓰시는 청취자 분께서
“저희 남편은 매일 새벽마다 배달을 나가는데요.
추위가 심한 겨울 아침엔 건강을 해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뉴스를 보니까 요즘 저체온증 환자도 늘어난다는데.
저체온증 예방법과 대처법을 정리해주세요.” 하셨네요.
그럼 지금부터 저체온증에 대해서 공부해보겠습니다.
도움 말씀 주실 분은 대한 응급의학회 공보위원이신 최석재 응급의학과 전문의입니다.
이런 강한 한파가 갑자기 몰아닥치면 협심증과 심근경색 같은 심혈관 질환, 뇌경색과 뇌출혈 같은 뇌혈관 질환이 늘어나고요. 빙판 길에 넘어져서 발생하는 손목 골절과 대퇴부 골절, 그리고 저체온증, 동상 같은 한랭질환으로 응급실을 방문하시는 분들도 늘어나게 됩니다.
우리 몸은 여러 세포 대사들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체온을 유지하는 기전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항상성을 유지한다고 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체온 재는 위치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정상 체온인 36.5도에서 37.5도가 유지가 되게 되는 거죠. 심부 체온을 정확하게 쟀을 때 35도 이하로 체온이 내려갔다는 것은 이 항상성 기전이 깨졌다는 의미가 됩니다.
일단 심부 체온은 정상이라 하더라도 낮은 온도에 노출되거나 물에 빠지거나 하면 말초혈관이 수축하면서 창백해지고 shivering이라고 하는 몸의 떨림을 통해 열을 생산하려는 반응이 나타납니다. 이 기전으로도 체온을 유지하지 못하고 중심체온이 32도 이하로 떨어지면 말이 느려지고 어눌해지거나 호흡이 느려지고 맥박도 약해지면서 나중에는 의식도 떨어지게 되는 과정이 진행됩니다. 특이한 심장 부정맥도 발생하게 되고요. 실제로 응급센터에서는 길에서 술 마시고 쓰러진 상태로 발견되거나 물에 젖은 상태로 오래 방치되었거나 하는 경우에 이 정도 상태의 환자분들을 보게 됩니다.
미리 말씀드려야 할 게 있는데 겨울에 갑자기 쓰러지는 질환이 저체온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겨울에 흔한 질환으로 설명드린 것처럼 심혈관 질환과 뇌혈관 질환이 있는 경우에 저체온증에 대한 응급처치만 해주어서는 환자를 잃을 수 있습니다.
만약 갑자기 쓰러진 환자를 발견했다면 우선 119 신고를 하고 도와줄 사람이 옆에 있다면 자동 제세동기를 요청합니다. 다음으로 환자가 심정지 상태인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여보세요, 괜찮으세요?”라는 말에 반응이 전혀 없다면 의료인이라면 맥박을 확인하게 되어있지만 의료인이 아니라면 심정지로 추정하고 가슴압박을 우선 해주셔야 합니다. 1초에 두 번, 5cm 깊이로 깊고 빠르게 해주셔야 하고요.
의식은 있고 맥박도 있는데 좀 이상하고 대답이 느리다 하면 뇌혈관 질환도 생각해야 합니다. 다만 현장에서는 해 줄 수 있는 게 체온 유지밖에 없으니까 따듯한 곳으로 옮기고 옷이 젖어 있다면 옷을 제거하고 담요나 두꺼운 옷을 덮어주는 것이 최선의 처치이겠습니다. 다만 환자가 머리를 바닥에 세게 부딪혔거나 하는 경우에는 경추 손상이 있을 수 있으니까 함부로 환자를 이동하는 것도 위험한 처치가 될 수 있습니다. 쓰러지는 것을 직접 목격한 경우가 아니라면 가장 안전한 것은 심정지인지 확인하고 아니면 따듯한 담요나 옷을 덮어 체온 유지만 해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저체온증으로 사망까지 갈 수 있죠. 응급센터에서도 간혹 혹한의 날씨에 쓰러진 채 심정지 상태로 발견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심한 저체온증 상태에서는 의식저하로 인해 호흡이 유지가 안 되고 심기능도 제대로 유지가 안 되면서 서서히 사망에 빠지게 되는 건데요. 대부분 혼자 있는 상태로 길에 쓰러져 있었거나 물에 빠져 있었거나 눈에 묻혀 있어서 더 급격히 체온이 떨어진 경우가 그렇습니다.
이때 응급의학과에서는 심폐소생술을 할 때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습니다. 보통의 경우에는 30여 분간 심폐기능이 돌아오지 않으면 사망 선언을 하게 되지만 체온이 낮은 경우 좀 더 심폐소생술을 유지하게 되는데요. 이유는 저체온증 상태에서는 뇌 세포와 심장 기능의 대사가 느려지기 때문에 30분이 넘는 심폐소생술에도 정상 기능을 찾는 경우가 아주 간혹 발생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응급센터에 저체온증 환자가 도착하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체온을 올리게 됩니다. 담요도 여러 겹 덮고 따듯한 공기를 불어넣어주는 기계를 쓰는 경우도 있고요. 워머 패드라는 핫 팩 같은 걸 쓰기도 하고 따듯한 생리식염수를 혈관으로 넣어주기도 하고 더 급할 때엔 위장관 세척과 방광 세척을 따듯한 생리식염수로 해주기도 합니다. 이런 노력에도 서맥이나 심실세동 같은 심부정맥이 오면서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경우가 있어서 참 안타깝습니다.
술을 마시면 말초혈관이 확장되면서 당장은 체온이 올라가는 것이 맞죠. 하지만 그것도 한 두 잔일 때 얘기겠죠. 확장된 말초혈관을 통해서 열 발산도 커지니까요. 게다가 만취하는 정도로 술을 마시면 체온 조절 능력도 떨어지고 술에 의해서 제대로 된 상황판단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길에서 그냥 주저앉은 채 타인의 도움을 받지 못하거나 하면 생명을 잃는 경우도 생깁니다. 이 추운 날씨에 과음한 채로 혼자 다니시는 것은 매우 위험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실내에서 발생하는 저체온증은 보일러를 틀지 못할 정도로 어렵게 지내시는 취약계층에서 볼 수 있죠. 혼자 사시는 노인이나 쪽방촌 사시는 분들에서 갑자기 추워진 날, 변을 당하신 경우를 보게 됩니다. 취약계층 분들이 평소보다 더 추운 이번 겨울을 안전하게 나실 수 있도록 사회의 온기가 곳곳에 세세하게 전달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 외에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나 부신피질 기능 저하증이 있는 분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면 체온 조절 중추가 역할하지 못하면서 상온에도 저체온증에 빠질 수 있긴 합니다. 좀 드문 경우죠.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전통 시장이나 주차장, 건설 작업 현장 같은 곳에서 일하시는 분들 많으시죠? 고생 많으십니다. 업무차 일하시던 분들이 한랭질환에 빠지지 않도록 현장 관리자 분들께서 현장 상황을 세세히 챙겨주셨으면 합니다.
옷은 마른 옷으로 얇은 옷을 여러 겹 입어서 체온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시고요, 낮에 작업하다 땀으로 옷이 젖으면 가능하면 몸을 말리거나 갈아입고 일하실 수 있는 환경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업무 중간에 휴식시간 지켜주시고 쉬실 때 따듯한 공간과 따듯한 음료수 챙기시는 것, 너무도 당연한 상식적인 업무 환경을 지키는 것이 한랭질환으로부터 내 몸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 술 마시고 일하시거나 물과 불을 가까이하는 작업 하시는 분들 특히 주의하셔야 합니다. 불에 가까이 있으면서 얕은 화상이 오면 감각이 떨어져서 동상이 와도 모를 수가 있거든요. 누가 뭐래도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지금까지 대한 응급의학회 공보위원이신 응급의학과 전문의 최석재 선생님이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