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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고추에서 진물이 나오고 퉁퉁 부었어요

[엄마 아빠를 위한 응급실 주치의] 추가 3 - 소아 비뇨기과 질환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아이를 안고 들어오는 엄마, 반면 아이는 엄마의 걱정은 아랑곳없이 까르르 신이 났습니다. 어떻게 오셨는지 물으니 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조용히 말씀하십니다.


아기 고추에서 진물이 나오고 퉁퉁 부었어요.




종종 남자아이의 경우에 성기 끝에서 나오는 농성 분비물을 이유로 응급실에 오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노란, 또는 초록색 농이 소변 대신 나오니 몸 안쪽에 큰 이상이라도 생겼을까 걱정이 많으신데요. 귀두와 포피 사이, 성기 끝부분 피부로 가려진 부위에 균이 증식해서 나타나는 귀두포피염이라는 질환입니다. 다행히 치료가 어려운 질환은 아닙니다. 소독하고 항생제 복용하면서 며칠 지켜보면 잘 낫거든요. 자주 염증이 생기는 아이라면 포경수술을 받아 원인을 해결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은 이와 같은 소아의 비뇨생식기계, 특히 남자아이들에게서 오는 응급 질환을 주제로 얘기드려볼까 합니다. 여자 아이들의 경우에는 요로감염과 대음순, 소음순 열상(열린 상처) 외에 딱히 응급질환이라고 할 질환이 없거든요.


그럼 가장 흔히 보는 귀두포피염 외에 어떤 응급 비뇨기과 질환이 있는지 알아볼까요? 간혹 '고환이 아파요, 또는 고환이 부었어요.'라는 이유로 응급실에 내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통 세 가지 질환 중 하나가 아닌지 감별이 필요한데요. 고환에 혈류를 공급하는 혈관이 나사 돌듯 꼬이면서 발생하는 고환염전이라는 질환일 수 있습니다. 다른 경우는 부고환이라는 작은 조직에 염증이 발생해 부어오르는 부고환염인 경우가 있고 간혹 음낭수종 또는 탈장이 고환 쪽으로 내려와서 붓는 경우도 있습니다.


부고환염은 항생제 치료를, 음낭수종과 탈장은 완전히 끼어 막힌 경우가 아니라면 추후 수술적 치료를 받으면 되기 때문에 긴급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지만 고환염전은 다릅니다. 고환으로 가는 혈류가 막혀 고환이 괴사, 쉽게 말해 썩으면 기능도 없어져 버리는 거죠. (그래서 신이 인간에게 고환을 두 개 주셨을까요?) 때문에 바로 정복술이나 수술이 필요하게 됩니다. 진정한 응급질환이라 할 수 있는 거죠. 문제는 정확한 진단에 초음파 검사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진단이 애매한 경우 대학병원으로 이송해야 하는 이유이죠.





그 외에 아이의 소변 색이 달라져 놀라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육안적 혈뇨라 하여 혈액이 소변에 섞여 나오는 경우, 또는 바이러스 등에 의해 신장에 염증이 생겨 콜라색 소변을 보는 경우 등을 종종 보게 되죠. 원인은 요로감염이나 바이러스 감염일 수도 있고 외상에 의한 것 일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요도 입구가 긁혀서 발생하는 경우부터 살짝 부딪혔는데 요도에 손상을 입은 경우까지 다양한 원인이 가능하죠. 요로결석에 의한 혈뇨도 발생 가능한데 소아에서는 상당히 드뭅니다. 십여 년 전 중국에서 멜라민이라는 물질이 들어간 분유로 인해 수많은 아이들에게 요로결석이 생겨 문제가 된 적이 있긴 하지만 말이죠.


간혹 포경수술을 하지 않은 아이의 성기를 만지다 큰 일 치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포피를 뒤로 너무 젖히다 좁은 포피 구멍에 귀두가 끼어 혈류가 통하지 않아 퉁퉁 붓고 통증을 일으키는 경우인데요. 부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 잘 눌러 정복시키면 되지만 이미 퉁퉁 부어버린 경우라면 응급 포경수술이 필요할 수 있죠. 당장 조직 괴사를 막아야 하기 때문에 긴급한 경우가 됩니다. 어른들처럼 생각해서 포피를 뒤로 젖히는 행동, 조심해주세요.




여기까지 흔히 응급실에 방문하는 소아 비뇨기계 문제에 대해 설명드렸습니다. 아기가 평소와 달리 이유 없이 보채고 운다면 기저귀 발진을 포함해 비뇨기계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꼭 확인해주세요. 발진을 예방하려면 기저귀를 자주 갈아 염증 발생을 막고 대변봤을 때엔 물로 씻고 잘 말려주어야 하고요. 귀두포피염의 경우는 가능한 한 손으로 성기를 만지지 못하게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슈퍼맨이 되어야 하는, 아이 키우는 엄마 아빠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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