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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학 전문의의 직업윤리와 현실

2019년 2월 23일 제 3회 응급의학전문의 취업박람회


안녕하세요 직업윤리와 현실에 대해 말씀드릴 이천 엘리야병원 최석재 입니다


강연 주제를 받을 때까지 우리 응급의학과의 직업윤리에 대해 따로 생각해보질 않았습니다.

어렴풋이 언론에 나오는 여러 사건들에서 '의사들이 비윤리적이다'라는 보도가 나오면

안타깝다는 감정이 크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하지만 대부분 우리과와는 상관없는 얘기들이 많았죠.

강남에 성형외과에서 벌어진 유령의사의 대리 수술이라던지,

전신 마취 후에 성희롱이나 성추행 사건이라던지,

주사기 잘못 써서 생긴 C형 간염 전파 문제라던지...


그런데 요즘 언론에서 우리과와 관련된 사건이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최근에 2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와서 가슴을 쓸어내리는 소식이 있었죠?

횡격막 탈장으로 인한 소아 사망건에서 고생하신 우리과 회원님 문제도 있었고.

제가 공부하고 수련도 받은 병원이 언론에 자주 오르내려서 더 안타깝긴 한데,

길병원에서 있었던 교통사고 환자 뇌경색 사건도 그렇고.

작년에 인천에 몇 병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장염환자 수액맞다 사망한 건도 그렇고.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 분들께 이 상황의 깊은 원인을 설명하려고 생각해보면 가슴이 답답해져 옵니다.

응급실에서 충분한 진찰과 검사를 방해하는 의료보험 저수가 문제부터 시작해서

의료전달체계 문제까지 너무도 복잡한 문제들이 엮여 있어서 그렇죠.

이럴 때 법의 판결에만 의존하면 일반인들이 의료인의 결백을,

다시말해 이 사고가 불가피했었음을 믿어줄까요?


강연을 준비하면서 우리 응급의학과 의사가 직업적으로 꼭 지켜야 할 기본 윤리에 대해

사례별로 파악하고 학회 차원에서 교육하고 이에 대해 논평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직업윤리 강연 내용은 네 개의 사례들로 준비를 했습니다.

이 사례를 들으시기 전에 제가 근무하는 환경에 대해 먼저 알아두실 필요가 있겠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먼저 저는 경기도 이천, 이천에서도 맨 끝자락에 위치한 장호원읍이라는 곳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까지 장호원 성모병원이었는데 좀 더 큰 병원이 되어보자 해서

이천 엘리야병원으로 이름이 바뀌었어요.

지금은 84병상에 기관외 응급실을 운영하고 있고 중환자실도 없는 작은 병원입니다만

5년 내로 300병상까지 병원을 키워보자 해서 섭외에 응하게 된거구요.



위치를 좀 보여드릴께요.

처음에 섭외 제안 받았을 때엔 경기도라고 해서 전에 있던 김포 수준의 도심을 생각했어요.

근데 가보니까 그게 아니에요.

경기도는 경기도 인데 맨 끝자락. 바로 옆이 충북 음성군 감곡리에요.

이천 시내랑은 30km 떨어져있고. 여길 수도권이라고 보기엔 좀 어렵겠죠?

그렇다보니 전원 보낼때가 제일 문제에요.

제일 가까운 대학병원이 충주 건대병원인데 40분 정도 걸립니다.

다음은 원주 기독병원인데 50분 정도 걸리고. 중환 뜨면 아주 불안불안하죠.

129 이송단도 부르면 멀리서 오느라 기본 30분씩 걸리고.

아직은 열악한 부분이 더 많은 곳입니다.



그럼 여러분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실 건지 같이 생각해볼까요?













































전문직 윤리로서의 의사 윤리 - 의사다움이란 - 권복규 교수님

https://synapse.koreamed.org/pdf/10.4166/kjg.2012.60.3.135

서론

의사 사회가 위기이다. 교수는 교수대로, 봉직의는 봉직의

대로, 개원의는 개원의대로 팍팍한 의료 환경 속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지만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없다. 의사가 사회적

인 존경은 물론, 직업적 권위에다가 상당한 소득까지 올릴 수

있었던 과거가 불과 한 세대 이전의 일이지만, 지금은 그 중

어느 것도 바라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한 해 3천 5백명

이상의 의사들이 새로이 배출되어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지만

개별 의사의 소득은 오히려 예전보다 줄고 있으며, 환자들의

갖가지 요구가 늘어나면서 이들의 불만과 분쟁도 함께 증가하

고 있다. 고령화와 더불어 의료비는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어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정부는 어떻게든 이를 억제하기

위해 의사들의 의료행위를 계속 간섭하고 억압한다. 이렇듯

한국의 의사는 환자, 사회, 정부에 의해 사방으로 포위된 형국

에 있는데, 의사의 입장을 이해하고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나

세력은 그 누구도 없다. 의사가 아닌 많은 이들에게, 의사는

병을 앓고 있으므로 약자인 ‘환자’에 대해 어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모든 희생을 감수해내야 하는 존재이며, 여전히 ‘사

회지도층’에 속하는 기득권층이고, 어느 누구보다도 높은 수

준의 ‘도덕적 삶’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전문직 윤리와 의사의 직업적 존엄

이미 언급한 여러 오해들과는 달리 기본적으로 전문직 윤

리란 특정인 A씨가 삶을 어떻게 영위해야 하는가, 그가 도덕

적인 사람인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전통적인 윤리와는 별로

관련이 없다. 오히려 그 특정인 A씨가 의사라고 하면 그가

의사로서 지켜야 할 규범은 무엇인가에 관심이 있다. 이 규범

은 그가 의사로서 기능할 때 적용되지만, 가장으로서, 남편/아

내로서, 사회인으로서, 자녀로서 기능할 때는 별로 관련이 없

다. 전문직 윤리는 의사의 의사다움(professional integrity)이

나 전문직업성(professionalism)을 얼마나 잘 준수하고 있는

지를 알려주는 규범이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특정 의사 A씨

가 부모님에게 불효하고 부모님과 의절하고 산다 해도, 성적

파트너를 계속 갈아치우는 난봉꾼이라 해도, 도박에 빠져 가

산을 탕진했다 해도, 혹은 부동산 투기를 해서 엄청난 재산을

모았다 해도 그가 의사로서 환자에게 적절하게 행위하고 있는

한 전문직 윤리의 입장에서는 그를 비난할 어떠한 이유도 찾

을 수 없다. 여전히 전근대적 문화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는 개인윤리(personal ethics)와 직무윤리를 혼

동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전문직 윤리와 의사의 정체성

한국 의사들이 겪고 있는 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우선 한국

의사의 정체성을 찾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의사의 정체

성이란 결국 의사의 ‘의사다움’을 의미한다. 의사다움이란 허

구적인 ‘허준’, 또는 장기려 선생이나 이태석 신부와 같은 ‘이

상적인 의사(ideal doctor)’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기능하는 바람직한 의사의 모델을 말한다. 한국 사회에서는

‘이상(ideal)’과 모델(model)을 늘 혼동하는데, 장기려 선생이

나 이태석 신부는 도덕적 이상 내지 도덕적 영웅은 될 수 있겠

지만, 모든 의사가 그렇게 살 수도 없고, 또 그럴 필요도 없는

것이다. 모든 의사에게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주장하면 그것

은 비현실적일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수많은 위선자(hypocrite)

만을 낳을 뿐이다. 조선시대는 성리학의 도덕적 이상을

국가적으로 추구한 사회였지만, 그 결과는 소수의 진실한 영

웅을 제외하고 선비를 자처한 수많은 무위도식하는 위선자를

낳았을 뿐이었다. 어쨌든 21세기라는 글로벌화된 현대 사회

에서 우리는 적어도 현실에 적합한 의사의 모델을 구성할 수

있으며, 또 그렇게 해야 한다. 이 모델을 구성하는 것은 의사

집단, 특히 의사 단체의 역할이다. 그리고 이 의사의 모델이

추구하는 규범이 바로 의사의 전문직 윤리가 된다.

전문직 윤리의 개요

의사의 전문직 윤리는 의사가 단순한 ‘자영업자’가 아니라

는 인식으로부터 출발한다. 의업은 ‘도덕적 전문직(moral 

profession)’인데,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구하고 보호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의사에게는 특정한 도덕적 의무가 부여된

다. 그러나 이 의무는 사회가 그에 합당한 처우를 보장할 때

정당화될 수 있다. 즉, 사회는 의사들이 품위있게 생활할 수

있도록 적절한 처우를 해야 하며, 의사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의사에 대한 적절한 처우의 보장은, 그것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에 개별 의사가 의료로 보기 어려운 의료

상품 판매에 종사하거나 의료자원을 낭비하는 일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덧붙여 의사는 한 사람의 양성에 매우 큰 비용

이 들어가는 사회적 자원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의사의 역

량을 소비하는 것은 사회 전체적으로 보아 큰 손해가 된다.

어떤 의료제도를 택하였든 간에 이런 인식을 가지고 개별 의

사-의사 단체-사회(또는 정부)가 유기적으로 피드백을 주고받

는 것이 선진국의 모습이다. 반면, 이러한 경험이 부재한 개발

도상국 등에서는 질 낮은 의학교육을 통해 의사를 마구잡이로

양산하고, 이들은 개별적으로 마치 일반 자영업자처럼 행동하

며, 결과적으로 의사에 대한 사회적 평판이나 처우도 낮아진

다. 사회적 평판이 형편없는 질 낮은 의사는 결국은 그 사회에

이득이 아닌 해악이 될 뿐이다. 또한 독립성과 자율성 역시

의사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의업은 고도의 전문직이기 때문

에 의사 아닌 누구도 이 영역을 정확히 이해하고 평가하기

어려우므로, 사회(환자)의 최선의 이득을 위해 그러한 독립성

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러한 독립성과 자율성은 개

별 의사의 수준은 물론 의사 집단의 수준에서 드러난다. 즉

의사 단체(의사협회 또는 각종 학회)는 개별 의사의 진료의

질을 보장하고, 증진시켜야 하며, 상급 의사, 또는 적절한 권

한을 가진 동료 의사들을 통해 개별 의사의 진료를 판단, 평가

할 수 있다. 예컨대 어떤 진료가 ‘비과학적 진료’ 혹은 ‘과잉

진료’인지, 혹은 어떤 상황에서 해당 진료가 ‘성추행’의 소지

를 안고 있는지 등의 문제는 일반인이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동료 의사들만이 판정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진료 행위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도덕적 규범

성’역시 의학지식과 술기뿐 아니라 의료를 형성하는 핵심 요

소로서 의사들 모두가 알아야만 하는 것이다.

결 론

우리나라 의사들의 의학지식과 술기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

만, 전문직으로서 자신의 위상을 정립하고 자율성과 존엄성을

지키는 전문직업성과 그 기반이 되는 전문직 윤리에서는 아직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우리가 살아온 역사적 배경이

그러한 역량의 성장을 허용하지 않았던 탓이다. 게다가 지식

과 술기는 선진국에서 배워 오면 되지만, 전문직업성과 전문

직 윤리는 우리나라의 문화와 사회에 맞게끔 자체적으로 정립

해 나갈 수 밖에 없다. 전근대와 근대, 탈근대가 마구 혼합된

현대 한국 사회에서 이는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의사가 의사답게 살아가기 위해서, 치열한 경쟁 속에

서 일개 자영업자처럼 악다구니를 쓰며 살지 않기 위해서, 정

부나 국가의 거칠고 미숙한 개입을 막고 보건의료의 주체로

떳떳하게 서기 위해서 이는 어렵다고 피해가서는 안 될 일이

다. 전문직업성과 전문직 정신의 핵심에는 ‘조직화된 의료

(organized medicine)’가 있다. 어떤 의사도 개인으로서는 전

문직업성의 규정과 실천을 감당하기 어렵다. 조직화된, 책임

감을 가진 의사 단체만이 전체로서 지켜야 할 규범을 제시하

고, 이를 회원들에게 교육하며, 문제가 있는 회원들은 교정을

하고, 사회에 대해서 떳떳하게 요구사항을 제시할 수 있다.

때로는 그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게끔 사회를 설득, 또는 압

박할 수 있다. 1877년 미국 최초의 주 면허법은 주 정부가

원해서 만든 것이 아니라, 당시 미국 앨러배마 주의 주 의사회

에서 정부를 설득하여 돌팔이들을 의료에서 배제하기 위해 만

든 것이다.

그러한 단체를 조직하고, 규칙(rule)을 만들며, 이

를 준수하는 것이 책임있는 전문직의 태도이며, 또 그러한 태

도가 바로 성숙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길이기도 하다. 의사

가 전문직임은 그저 많이 배웠고, 많은 지식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기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만큼 책임있는 태도

로 행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고 인정받기 때문인 것이

다. 그러므로 각 전문 학회들은 단지 회원들의 친목을 도모하

고 최신 의학지식을 전파하는 기구를 넘어서서, 해당 전문분

야에서 책임있는 전문의의 모습을 규정하고, 수시로 이를 교

육하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회원들에게는 책임을 묻는 성

숙한 단체로 거듭나야 한다. 회원들 역시 회비 납부, 임원의

선거권과 피선거권 등을 포함한 학회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동

참해야 한다. 의사의 전문적 자율성은 무엇보다 소중한 덕목

이지만, 이는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동료들과 함께 만든 전문직 표준

(professional standard)과 전문직 윤리의 틀 내에서 이루어

진다는 전제가 있음을 알아야만 한다. 그러지 못할 때 정부나

사회가 들이대는 의사들에 대한 통제와 억압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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