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조절 주사요법 #04
38세 남자 환자, 특이 외상 없이 2일 전부터 왼쪽 허리 통증이 발생했습니다
이리 누워도 저리 누워도 아프고 베개를 받혀봐도 아픕니다
아픈 부위를 꾹꾹 눌러보니 앗 소리가 나올 정도의 압통이 있습니다
증례 도입부가 좀 이상하죠? 그렇습니다, 다름 아닌 제 얘기입니다
혼자 당직실 침대에 누워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해보며 근육을 늘려보기도 하고
꾹꾹 눌러보기도 하고 베개를 대고 잠도 청해봤지만 통증이 가시질 않습니다
위치로 봤을 땐 Lt. longissimus m. 보다는 약간 lat. 쪽인 게
iliocostalis m. 위치 정도 됩니다
그보다 lat. 쪽인 QL m. 은 아프지 않습니다
spine level로는 L3 level 정도 됩니다
안 되겠다 싶어 주사를 맞기로 결정합니다
그런데 여기 시골병원에 이 주사 맞힐 사람은 저밖에 없습니다
어쩔 도리 없이 압통이 있는 부위를 볼펜 끝으로 표시해
간호사 도움을 받아 주사를 맞기로 했습니다
2cm 깊이로 들어가 0.5% lido. 4cc 주입해달라 했습니다
주사가 들어가자마자 허리가 부드러워지고 통증이 가셨습니다
여기까지가 오늘 아침 이야기, 다시 저녁이 되어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슬근슬근 어젯밤 내 허리를 괴롭혔던 통증이 올라옵니다
침대에 누워 허리에 힘을 빼보려 했지만 반응이 없습니다
하루도 가지 않는 걸 보니 뭔가 놓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엔 iliocostalis m. 만 주사할 게 아니라 T-L junction 도 확인해보기로 했습니다
T9-10, T10-11 multiffidus m. 에서 압통이 느껴집니다
새벽에 환자가 없는 틈을 타 간호사 도움을 받아 세 부위에 주사를 맞았습니다
주사를 맞고 나니 5분여 뒤 갑자기 방귀가 뿡뿡 나옵니다
SNEPI 반응이라고 봐야겠죠?
민망한 상황을 넘기고자 당직실로 들어왔습니다
15분여 뒤 이 글을 쓰는 중 허리를 굽혔다 펴봐도 통증은 없습니다
(주사 맞은 부위는 따끔따끔 아픕니다)
자, 훌륭한 케이스를 경험했으니 책을 들여다봐야겠죠?
통원통 P.796 허리 통증을 읽어봅니다
1. 대요근 (psoas major)
2. T-L junction의 다열근(multiffidus)이나 최장근(longissimus)
3. 장늑근(iliocostalis)
4. 장골능의 osteofibrous tunnel
5. 광배근(latissimus dorsi)
6. L4/L5 나 L5/S1 level의 다열근
7. 이상근(piriformis)과 대둔근(gluteus maximus)
8. 요방형근(quadratus lumborum)이나 중둔근(gluteus medius)
이렇게 허리 통증의 원인을 정리해놓고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T-L junction multiffidus m. 의 과긴장에 의한
T12 dorsal ramus 자극과 이로 인한 iliocostalis NEP로 이해해야 할 듯합니다
그동안 급성 허리 통증 환자를 보게 되면 T-L junction 압통을 발견하지 못해
대부분 longissimus와 QL m. 에 압통을 확인하고 그 부위에만 주사했습니다
이후 반응이 기대에 못 미치면 psoas m. 에 추가 주사를 하는 식으로 넘겼었는데
오늘 제 경우를 직접 경험하고 보니 T-L junction 압통 확인에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