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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작 되는 거죠. 우연의 연결고리는...

201209 가천대 의학과 2학년 의사와사회4 강의





안녕하세요 응급의학과 전문의 최석재 입니다.

현재는 서수원 호매실동에 있는 화홍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99학번 가천의대 2기로 입학해 2006년도에 졸업했으니까

이제 졸업한지 15년째에 이르렀네요.

후배 여러분들 앞에 서게 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제가 활동하고 있는 모습과 어떻게 이런 연결고리가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우연과 우연이 연결되어 하나의 나라는 아이덴터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어떤 삶의 태도로 임하면 좋을지 얘기해보는 시간 가져보려고 합니다.





최근에 방송에서 저를 보시고 많이 알아봐 주시는 계기는

올 여름에 찍었던 유퀴즈온더블럭 슬기로운 의사생활 편이라고 봐야 할 거에요.

유재석, 조세호씨와 같이 방송 찍으면서 인터뷰 형식으로 제 얘기 마음껏 하고

상금 100만원도 받는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감동 포인트도 있었고요.


슬기로운 의사생활 다들 보셨나요? 저도 재미있게 봤는데요.

거기에 무슨무슨 과 선생님들이 나오죠?


산부인과 양석형, 소아외과 안정원, 신경외과 채송화, 흉부외과 김준완, 간담췌외과 이익준.

응급의학과는 봉광현이라는 인물이 나오긴 하는데 주인공이 아니죠?

단순히 5명의 주인공들의 옛 모습을 회상하는 메신저로만 역할합니다.

그런데 응급의학과 의사인 제가 왜 섭외 되었을까요?





그건 바로 작년말에 찍었던 한화생명 광고와 연결이 되는데요.

유퀴즈온더블럭에 감동 포인트를 찍으시는 감독님이 유OO 감독님인데

이분이 한화생명 광고에 총괄 촬영 감독이셨어요.

이분 캐리어에 첫 광고였고 이때 반응이 너무 좋았었는데

이 기억으로 예정에도 없는 저를 섭외하자고 추천해 주셨다는 거에요.

광고 섭외는 그냥 어느 날 근무하던 병원 응급실로 전화가 와서 연결되었어요.

그동안 나왔던 방송 보고 연락 드렸다고 광고 촬영하고 싶은데 미팅 가능하냐고.

그렇게 시작 되는 거죠. 우연의 연결고리는.





최근에는 엄지의 제왕이라고 세 번 출연해서 녹화했고 세번째 편은 며칠 뒤에 나올 건데요.

이 프로그램은 각 과 의사 한의사 약사 이렇게 6명이 함께 나와서 건강정보를 전달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다큐멘터리 보다는 제가 하고 싶은 얘기를 마음대로 하진 못하고

작가님들이 준비한 내용 안에서 제가 할 얘기를 추가로 전달해야 하는 한계가 있긴 한데

대본 쓰는 과정에서 최대한 일반인에게 필요한 내용, 과학적으로 검증된 내용을 전하려고

대본 수정과 작가 미팅에 참여하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자문 들어오면 최대한 응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작가님들이 의료인이 아니다 보니까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 자꾸 섞여요.

흥미 위주로 내용을 잡으려 하는 부분도 있고. 그런 걸 최대한 걸러내 주는 역할도 꽤 중요하죠.





이 강연 슬라이드는 고등학생 대상으로 강연할 때 사용하는 내용인데요.

요즘 고등학생들은 직업인 특강이라고 자기가 원하는 직업, 예를 들면 의사 간호사가 꿈이다 그러면

의사, 또는 간호사 선생님을 직접 학교로 모셔서 직업의 장단점도 듣고 어떤 환자 보는지도 듣는

그런 과정이 있더라고요. 그걸 직업인 특강이라고 하는데요. 이런 강연에도 최대한 참여하고 있습니다.


응급실에서 만난 사람들 이라는 주제로 응급의학과 의사, 간호사, 응급구조사가 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고 어떤 환자들을 만나고 어떤 감정으로 일을 하는지 등을

동영상과 함께 준비해서 보여주고 있어요.


특강이 끝나면 학생들이 소감문을 보내오는데 나름 반응이 좋아서

저도 뿌듯한 느낌으로 매년 임하고 있어요.





이 특강에서 제가 학생들에게 특별히 추가로 전하는 메시지가 있는데요.

그건 직업이란 무엇인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잠깐 멈춰서 생각해보자 입니다.

과거에 우리 부모님 세대의 직업은 고성장 경제 덕택에 취직하면 평생 한 직장에서 안주하는 시기였다면

지금의 직장은 이미 평생직장의 개념은 없어지고 중년에만 이르러도 퇴직을 하고

제2의 인생을 준비해야 하는 그런 시대가 되었죠. 대학 졸업하고 바로 취직 하는 것도 어려워졌고요.


이런 추세로 봤을 때 미래의 직업은 어떤 의미를 가질 것인가?

직업을 한가지만으로 해서 그 기술가지고 평생 먹고 산다는 개념이 없어지겠죠.

변하는 사회에 즉각 반응할 수 있는 전 직종 프리랜서 화가 진행될 거고요.

고용이라는 개념이 없이 인력 대신 기계와 AI 가 인간의 자리를 대체할 겁니다.

앞서가는 사람들은 사회 변화에 맞게 자신의 능력을 확확 변화시켜가며 적응할거고요,

상당수의 사람들은 올라간 최저임금과 기본소득에 의지하며 지내게 될 거에요.

이미 그렇게 되고 있고요.


그럼 직업은 나에게 어떤 의미냐.

저는 직업이란 인생의 목적이 되는 시기는 이미 지나갔다고 생각하고요.

하나의 자아실현의 과정이자 수단일 뿐이다. 예를 들면 인생이라는 산을 오르는데

이 산은 사람마다 높이도 다 다르고 목적지도 다 달라요. 이 산을 어디까지 오를지 목표를 삼고 간다면

첫번째 직업은 최초 베이스캠프가 되는 거고, 여기에 다른 캐리어를 쌓으면

그게 두번째 베이스캠프가 되는 거겠죠.

이런 식으로 하나의 베이스캠프가 될 뿐이다.

그 직업 자체를 자기 인생의 목표로 생각하는 건 옛날 생각이지 않느냐.


이런 얘기를 학생들에게 해주곤 합니다. 이렇게 자신을 변화시키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작은 성공의 경험을 여러 번 쌓아 나가야 해요.

자신감, 높은 자존감이 있어야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거든요.

변신하는 데에 두려움이 없으면 새로운 시도를 하는 데에도 그 저항이 훨씬 낮아지죠.





그 외에 방송에 출연했던 기록들인데요.

KBS 시사진단에서는 과밀화 된 응급실에 대해 설명할 기회를 받았고

두번째 사진은 SBS 자기야에 백년손님, 거기서 박서방과 박여사님과 함께

마라도 주민들께 심폐소생술 교육을 한다는 내용으로 출연했어요.

요셉의원 관련해서 MBC 뉴스데스크와 KBS 생명최전선 에서 촬영했었고

아래 사진은 제일 처음에 카메라 앞에 서게 되었던 MBC 닥터스와 EBS 극한직업입니다.





책으로 연결된 활동들도 있는데요.

레지던트때 매일 100에서 200명의 환자를 보면서 얼마나 많은 특이한 케이스들이 있었겠어요?

그런데 다음날 또 일에 치어서 그 환자들의 경험이 머리에서 지워지는 게 아까워서

당시에 네이버 블로그에 비밀글로 ‘오늘은 어떤 환자가 있었다’ 라고

의학용어 상태 그대로 기록해 둔 것들이 40여 편 있었어요.


그 기록을 정리해서 열 편의 에피소드로 만들어서 다음 스토리펀딩에 내보냈던게

지금의 첫 책, [응급실에 아는 의사가 되었다]가 되었고

거기서 오디오북도 나오고 굿닥 앱의 굿닥터 촬영도 이어지고

[알아야 오래산다] 알오라는 유튜브 프로그램에 촬영도 이어지게 되었죠.

두번째 책은 소아 응급을 다룬 책인데 [우리 아이 응급 주치의] 라는 제목으로 올 초에 나왔어요.





그 외에 요셉의원에서의 9년간의 의료봉사 활동을 강연으로 풀어내기도 했는데

이 강연은 서울대 응급의학과 의국에서 이뤄졌어요.

이 인연으로 서울대 응급의학과 교수님들과 연결이 생기고

이 분들이 학회에서 각 파트 이사님으로 활동하시다 보니까

학회 공보위원과 정책위원으로 활동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아까 보여드렸던 SBS 백년손님에서 마라도 심폐소생술 교육하러 갔던 것도

학회 공보위원이라 CPR 대국민 교육을 예능에서 할 기회를 만들어 보자고 해서 연결된 거에요.


그 외에 학회에서 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위한 직업 윤리와 현실이라는 강연도 했고

일반인들을 위해 제가 관심있게 배우고 있는 통증의학에 관한 내용으로

거북목 증후군에 대해 강연할 기회도 얻게 되고

경기도 이천에서 근무할 때는 근처에 있는 강동대와 극동대학교 간호학과에서

특강 요청을 받아서 [의료인으로서의 길] 이라는 주제로 강연할 기회도 얻게 되었어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다양한 기회가 주어지면 제 스케줄에 문제가 없으면 일단 그냥 해요.

예스맨이 되는 거죠. 거기서 아 자신 없는데, 아니면 내가 하루 일당이 얼마인데

이런 작은 강연을 맡냐 이렇게 생각하면 아무 기회도 안 생겨요.

일단 제안이 들어오면 “네,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그냥 한 번 해보는 거에요.

그러면 거기서 또 이어져서 기회가 오고 저 사람은 다른 의사 선생님들이랑 다르게 적극적이다

이런 평가를 받아서 또 연결이 되고 그러는 거죠.


방송도 그래요. 작가님들과 전화 연결 되면 이름과 소속 받아서 항상 저장해 놓고

그러다 보면 작가님들도 서로 제 연락처를 공유해요. 필요한 경우가 많으니까.

그러면 또 다른 프로그램에서 제가 필요해서 연락이 오고 그래요.





제작년에 여러분 선배님들과 오프라인으로 강연했던 내용이에요

한 명의 의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고 계시지만

많은 의사들이 의사가 되는 과정에서도 그렇고 의사가 되어서도 그렇고

진료실 안에서만 세상을 보면서 인간관계가 점점 편협해 진다는 느낌이 있어요.


아무래도 여러가지 운신의 폭이 제한되는 의료보험 제도 안에서 팍팍하게 살다 보니

환자를 볼 때도, 다른 사람을 만날 때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는 것에 익숙해지는게 아닌가.

조금 손해보고 살기로 맘 먹으면 사는 동안 해볼 수 있는 경험들이 너무너무 많은데

일과 가정, 병원과 육아의 틈에서 자신의 한계를 일찍 만드는 느낌?


왜 의사는 진료실에서 오는 환자 진료만 하고 수술방에서만 지내야 하나요?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 찾아서 하는 삶은 어때요?

내가 즐거워서 할 수 있는 것, 억지로가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을 찾는 게

내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보여드린 것처럼 인생은 우연과 우연이 연결되어서 이뤄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런 재미있는 우연이 인연으로 연결되려면 내가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해요.

방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방송국 PD, 작가 분들과 연결이 생기고,

글을 쓰면서 그 내용을 꾸준히 온오프라인으로 알리다 보니 거기서 연결되는 고리들이 생기고,

요셉의원 봉사활동이 또다시 다른 인연과 연결되는 과정이 참 재미있어요.


여러분도 여러분이 하고 싶은 것, 의미 있는 활동을 찾아내셔서 인생을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응급실에서 환자 보다 보면 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으로 생을 갑자기 마감하는 경우를 종종 봐요.

한 가정의 기둥이던 아빠가 오토바이로 배달음식 배달하다 교통사고로 의식없이 실려오거나,

공사장에서 낙상같은 경우도 그렇고, 아이의 죽음을 갑자기 마주하는 아빠의 모습도 기억에 있어요.


그럴 때 그 자리에서는 환자를 살려내는데 집중을 하지만 환자를 하늘로 보내고 생각해보면

아 우리가 삶이 무한할 것처럼 살고 있지만, 정말 삶은 언제든 갑자기 끝을 볼 수 있는 거구나.

오늘 주어진 하루를 의미있게 보내야겠다. 그런 생각을 문득 하게 됩니다.





요즘 준비하고 있는 활동을 가볍게 소개하면서 강연 마치려고 합니다.

최근에 준비하고 있는 거라 아직은 준비단계에 있는 활동이긴 한데.

요셉의원에서 봉사활동 했던 경험을 살려 온라인 비대면 의료상담 봉사활동 플랫폼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받고 준비하고 있어요.


먼저 제안주신 분은 요셉의원 홈페이지를 만들어 주신 메디OOOO 회사 대표님이고요.

아시겠지만 우리나라 의료보험 제도가 의사한텐 좀 박해도 국민들에게는 잘 되어있어요.

전국민 의료보험과 보호1종 등록 등 제도도 잘 되어 있어서

의료 사각지대도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 비하면 거의 없게 촘촘하게 잘 케어하고 있는 편이죠.


하지만 그래도 빈 틈은 있어요.

그래서 요셉의원에서는 주민등록 말소자나 의료보험 체불자, 노숙인, 외국인 등

정상적으로는 주위의 병원을 이용할 수 없는 분들만 한분한분 등록해서 진료를 봐드리고 있어요.

30년 전부터 선우경식 원장님이 시작하신 일을 그분이 돌아가시고 나서

신완식 원장님을 포함해 다른 여러 의사들이 재능기부를 통해 진료를 보고 있죠.


전국에 이런 시설이 거의 없다 보니까 환자분들이 전국 각지에서 올라오세요.

서울에 계신 분들이야 영등포라는 위치가 편하지만 이분들이 자활을 통해 일할 수 있는 곳이

서울에는 거의 없어요 다 보면 지방으로 내려가서 일하고 계세요.

그런데 그런 분들이 현지에서 케어 받을 방법이 없다는 거죠.

그래서 그런 부분을 온라인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준비를 하고 있어요.





또 한가지는 건강학교를 만들어보고자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계호 교수님을 아시나요? 충북대 화학과 교수님인데

따님을 유방암으로 잃고 현대의학이 생긴 병을 치료하는 데에는 전문가이지만

병을 생기지않게 하는 것은 가르쳐주지 않고 있다는 아쉬움을 토로하고

방송과 강연을 통해서 건강한 밥상과 식생활에 대해 열강을 하고 계신 분이에요.


이 분 열정에 공감하고 참여하면서 건강학교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우연히 다른 조력자분이 나타나셨어요. 자신의 땅을 내어줄테니 이런 활동을 해보자라고.

자주 만나 뵈면서 현재 운영되고 있는 건강학교에 가보기도 하고 직접 보고 들으면서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제가 살면 얼마나 살았다고 부끄럽지만 이렇게 후배님들 앞에서 그간 있던 일들을 정리해봤습니다.

여러분의 의사로서의 삶에 조금 더 열린 생각을 만들어주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메일이나 전화, 카톡, 페북, 블로그, 뭐든지 서로 연결할 방법이 널린 세상이에요.

오늘 강연이 인상깊었다면 그냥 좋은 강연 들었다 하고 넘기지 마시고

저와 연결할 방법을 찾아보세요. 그럼 특별하고 새로운 삶의 길이 열릴지도 몰라요.


감사합니다. 최석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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