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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전하는 '오토바이'를 조심해야 하는 이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네이버 포스트 [의사가 알려주는 건강 이야기] 시리즈

http://naver.me/F0KJ42aM


최근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죠? 선릉역 인근에서 일어난 오토바이 사고였습니다. 대형 트럭 운전자가 시야에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에 있던 오토바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출발하다 난 사고였는데요. 그 영상을 보면서 응급실에 실려 들어온 중증 상태의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생각나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오토바이. 응급실에서 며칠이라도 근무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위험성을 알 겁니다. 오토바이 사고가 사고 당사자에게 얼마나 심한 손상을 주는지 볼 기회가 너무도 많거든요. 특히 대학병원에서 수련하던 전공의 시절엔 거의 매일 밤, 온몸 곳곳을 다쳐 의식 없이 밤새 치료받아야 했던 환자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안타까웠던 경우는 오토바이에서 튕겨 나와 아스팔트 바닥에 머리와 가슴 부위를 심하게 부딪치고 쓸리면서 뇌출혈과 함께 가슴 부위 피부와 뼈가 크게 떨어져 나가 손실된 환자였습니다. 처음 도착했을 땐 의식이 미약하게 있었지만 고통스러운 치료를 위해 약물로 재우고 인공호흡기를 달아야 했습니다. 크게 열려버린 가슴의 근육과 뼈, 폐 조직은 지저분한 이물질에 감염된 상태로 상당 부분 손상되어 있었습니다. 급히 감염방지 처치를 하면서 흉부외과 겸 외상 외과 교수님께 연락을 취했습니다.


연락을 받고 환자를 본 교수님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수술을 할 방법이 없다, 수술방에서 폐를 씻어내는 게 다인데 곧 사망할 것 같다.’며 안타까워하셨습니다. 절망적인 각종 외상 환자에게 적극적인 처치를 하시던 분이지만, 그 손상의 정도가 남달랐던 것이지요. 어떻게든 살려낼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고 처치하고 있었지만, 그 말씀에 기운이 빠짐을 느꼈습니다. 결국, 그 환자는 몇 시간 뒤 중환자실에서 명을 달리하고 말았습니다. 그 뒤로도 수많은 오토바이 교통사고 환자들을 밤새 매달려 치료하면서 오토바이에 대한 강한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연예인들의 오토바이 교통사고로 인한 손상과 사망도 언론으로 여러 번 알려진 적이 있죠. 화려한 춤과 무대매너로 즐거움을 주었던 클론의 강원래 씨의 하반신 마비도 오토바이 사고로 발생했고요. 배우 이덕화 씨도 젊은 시절 오토바이 사고로 1500바늘을 넘게 꿰매야 했던 대수술을 받고 3년간 중환자실 신세를 져야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모델 출신 배우 고 이언 씨와 그룹 먼데이키즈의 고 김민수 씨도 2008년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했었죠. 시원한 고음을 자랑하던 그룹 더크로스의 메인보컬 김혁건 씨도 2012년 오토바이 사고로 경추 골절을 당하고 오랜 기간 고생하다 최근 재활에 성공한 모습으로 어렵사리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봤습니다.


오토바이 사고가 위험한 이유는 여러분도 쉽게 이해하실 겁니다. 자동차 교통사고는 부딪혀 다쳐도 대부분 차량 내부에서 핸들이나 대시보드, 창문 등 어딘가에 부딪히거나 눌리는 식으로 다치기 때문에 머리나 가슴, 배, 목 중에서 한두 군데가 다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차량에서 튕겨 나가 도로 바닥에 체중을 싣고 떨어지는 일은 흔치 않다는 것이죠. 하지만 방어할 외관이 없는 오토바이는 다릅니다. 부딪히는 순간 진행하던 방향으로 강한 관성의 힘이 작용하면서 몸이 붕 떠서 바닥에 떨어지거나 구조물에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죠. 그래서 머리, 가슴, 배, 목 등 생명과 직접 관련이 있는 신체 부위를 여러 곳 동시에 다치는 경우가 흔합니다. 머리를 다치면 뇌출혈과 머리뼈 골절이, 가슴을 부딪치면 혈흉, 기흉, 폐좌상, 동요흉이, 배로 부딪히면 간과 비장 열상, 혈복강, 골반 골절이, 목이 꺾이면 경추 골절과 신경다발 손상이 환자의 생명을 위협합니다. 한 군데 다쳐야 그쪽으로 빠르게 수술을 하고 생명을 살려낼 텐데 여러 곳을 한꺼번에 다치면 혈압도 빠르게 떨어지고 각각의 부위에 대한 수술까지 환자의 생명징후가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많아지게 됩니다.


탑승자를 보호할 외관이 없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차량보다 가볍고 가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것도 위험의 요소가 됩니다. 이륜으로 달리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넘어지기 쉽고 안전벨트를 착용할 수 없기 때문에 고속 사고의 경우 그 가속도를 그대로 받아 튕겨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도로교통법에 의하면 125cc 미만 원동기 면허는 미성년자도 쉽게 취득할 수 있어 질풍노도의 시기에 도로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게 되고 가격도 일반 승용차보다 저렴해 학생들에게 접근성이 높습니다. 차량에 비해 크기도 작아 다른 운전자가 미처 발견하지 못하거나 늦게 발견하는 때도 흔한 사고의 원인이 됩니다.


오토바이의 나름의 쓰임이 있고 주요 탈 것으로 우리 사회에 자리 잡은 만큼 ‘오토바이를 타지 말아라!’라고 말하는 것은 무리인 주장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수많은 오토바이 사고를 경험한 응급의학과 의사로서 이 글을 통해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오토바이를 탈 때 안전 수칙을 반드시 지켜달라는 것입니다. 먼저 헬멧은 반드시 착용해 주십시오. 오토바이의 두 바퀴와 가장 떨어진 신체 부위이기 때문에 떨어질 때 가장 큰 충격을 받는 곳이 머리가 됩니다. 충격량도 크거니와 뇌출혈이나 머리뼈 골절로 손상되었을 때 합병증이 가장 큰 부위가 머리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반드시 지키셔야 합니다. 두 번째로 전용 부츠나 장갑, 척추 보호대가 내장된 보호복 등 안전 보호장구를 착용하십시오. 불편하더라도 안전벨트를 매어야 하듯 사고가 났을 때 내 몸을 보호해주는 최소한의 보호장구가 되어줄 것입니다. 운전할 때엔 차량 사이사이를 지나는 소위 칼치기를 하지 마십시오. 갑자기 차선이 바뀌면 다른 운전자가 대비할 수 없고 좁은 공간에서 사고가 나면 앞과 뒤에서 대응할 수 없어 환자가 차량에 밟히는 등 더 심한 손상을 받게 됩니다. 배달 등 촉박한 시간제한이 있다 하더라도 신호위반 하지 마시고 앞 신호를 받은 차량이 지나간 것을 재차 확인한 뒤 출발해 주십시오. 야간에 달릴 땐 형광 또는 야광조끼를 고려해주시고 눈이나 비가 오는 날은 탑승을 자제해 주십시오. 직접 경험한 큰 사고가 나는 요건들이니 무시하지 마시고 신경 써 주십시오.


음식료 배달업을 하는 업체 관계자 여러분께 당부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장모님 음식 장사 하시는 동안 보니 오토바이 배달업체에서 며칠에 한 번, 큰 사고가 나서 사고처리 하느라 배달이 안 된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습니다. 매번 오던 라이더가 오지 않아 물어보면 사고가 났다는 얘기를 들은 경우도 여러 번이었고요. 배달업에 사용하는 운반 도구를 초소형 자동차 등으로 바꾸는 것을 고려해주십시오. 트위지 등과 같은 배달에 활용하기 좋은 초소형 전기자동차가 여럿 나오는 요즘입니다. 아무리 작은 차량이라고 해도 오토바이보다는 사고가 났을 때 안전도가 높으니까요. 먹을 것을 빠르게 전달해주는 것이 배달업의 본질일진데 이 일을 하다 사람이 죽고 다치는 것은 가능한 한 막아야 하지 않을까요?


간절한 마음으로 한 번 더 말씀드립니다. 가능하면 오토바이 외의 탈 것을 고려해주시고 타신다면 안전하게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안전운전 수칙을 지켜서 타주시길 당부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오토바이 #이륜차 #자전거 #배달 #배달업 #전기차 #소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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