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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OO 고등학교 김OO 학생의 서면 인터뷰

OO 고등학교 김OO 학생의 서면 인터뷰


(1) 직업을 가지게 된 동기가 무엇인가요?


어렸을 때부터 호기심이 많은 특이한 아이였어요.
그래서 친척 어르신 집에 있는 화분을 떨어뜨리며 곰곰이 관찰하기도 하고
필통에 붙어 있는 온도계를 가지고 실험하다 직접 맛을 보고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했죠.
그러면서 인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의사가 되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어요.


(2)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시나요?


응급의학과 의사는 응급실에 급히 실려오는 모든 환자를 진료해요.
단순히 어디 부딪히거나 발목 삔 환자부터 시작해서
공사장 낙상, 오토바이 사고 등 큰 사고까지,
질병에서는 단순 복통, 장염부터 시작해서
심근경색, 뇌경색 같은 시급을 다투는 환자까지 모두 다루는 의사입니다.


(3) 직업 수행에 필요하거나 유리한 능력이나 성격은?


다양한 긴급한 환자의 상태 앞에서 흥분하거나 긴장하지 않고
냉철한 판단을 하는 능력이 필요해요.
그렇다 보니 급한 상황에서도 심리적으로 안정을 만들어낼 수 있는
성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유리합니다.


(4)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진짜 힘든 점?


아무래도 매번 새로운 환자의 새로운 상태를 보고 판단을 내려야 하니
외래를 보면서 매번 만나는 환자의 경과를 확인하는 다른 과 선생님들보다
환자 한 명 한 명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더 커요.
하지만 똑같은 사례가 아닌 매번 다른 환자의 사례를 접하는 재미는 있습니다.


(5) 고등학교 때 어떤 경험을 하면 나중에 좋을까요?


일부러 아파서 병원에 와볼 순 없으니 보호자로라도 병원,
특히 응급실의 환경에 직접 들어와 보는 게 가장 간접경험으로 의미가 크겠죠.
그 외엔 인체의 신비 박람회 등 생물과 화학 분야의 학문에 관심을 가지면
추후 의대에서 해부학, 생화학 공부할 때 도움이 됩니다.


(6) 직업과 관련하여 추천도서 및 영화는?


요즘 의사 선생님들이 쓴 좋은 책 많이 나오고 있어요.
남궁인 선생님의 <만약은 없다>, <지독한 하루> 추천하고
이국종 교수님의 <골든아워> 도 추천합니다.
제 책 <응급실에 아는 의사가 생겼다> 도 응급실 에피소드를 다룬 책이에요.

영화는 아니지만 응급의학과 의사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미국 드라마가 있습니다.
<E.R.>이라는 드라마는 시즌1을 특히 추천합니다.


(7)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고등학생 때엔 의대를 입학하는 게 가장 중요한 허들이니까요.
저때엔 수능으로 입시의 거의 모든 것이 결정되었기 때문에
거의 3년 내내 수능을 잘 보기 위한 훈련을 했다고 보는 게 솔직할 것 같네요.
중학생 때에도 과학고 가기 위해 과학반이라는 특수학급에서
방과 후에 밤 10시 반까지 매일 추가 공부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과학고 가는 데엔 실패했지만 말이죠.
부모님도 버스 끊긴 시간이라 매일같이 데리러 와 주셨던 기억이 있어요.
치열했어요 나름...


(8) 의사를 하기 위한 학업 준비는? 필요한 자격증은?


의사를 하기 위해선 의대에 들어와야 하는 것이고
필요한 공부는 의대에서 다 진행되기 때문에
지금 뭔갈 준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높은 허들을 넘어 의대에 들어오시기만 하면,
그리고 어려운 의대생 생활을 잘 버티기만 하면 의사가 될 수 있습니다.
환자에게, 그리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좋은 의사가 되는 꿈을 가지고 말이죠.


+마지막으로 의사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지금 공부가 힘들어도 전문직이라는 직업을 가진다는 건
고등학생 기간 3년을 올인해 온 힘을 다해 시도해 볼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미래에 가장 큰 선물을 주기 위해 준비하는 기간이라고 생각하시고
열과 성을 다해 준비해 봅시다.


추가로 질문드립니다.


(1) 응급의학과의 장점과 단점


응급의학과의 장점은 생명을 잃을, 또는 큰 후유 장애를 가질 수 있는 환자에게
긴급하게 조치하고 치료해 좋은 결과를 만드는 의사입니다.
내 눈앞에서 쓰러진 환자는 내가 어떻게든 살린다 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살고 있어요.

하지만 단점은 밤새워 일해야 하다 보니 근무 자체가 스트레스가 많고
나이가 들수록 밤샘 근무를 하기 힘들어진다는 단점이 있어요.
예전에 비해 점점 근무 환경이 좋아지고 있긴 합니다.
밤에 두 명이 근무하면서 새벽에 3-4시간씩 돌아가며 자고 근무한다던지 말이죠.


(2) 응급의학과를 갈 때 도움이 될 책


위에 추천한 책이 응급의학과에 관한 책이라 답을 생략합니다.


(3) 힘들 때 이겨내는 방법


저는 근무 자체에는 크게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고 있어요.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는 마음으로 눈앞의 환자에 집중하고 있으면 시간이 빠르게 갑니다.
지금 있는 병원이 근무 환경이 좋은 편이고 함께 일하는 응급실 식구들과
마음이 잘 맞아서 그런 것도 있고요.

응급의학과는 다른 과와 달리 팀워크라는 걸 매우 중요시합니다.
급한 환자 앞에서 손발 맞춰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원팀이라는 개념이 다 있어요.
그래서 힘들 때에도 함께 야식 먹으면서 풀거나 합니다.


(4) 응급의학과를 추천하시나요?


네, 응급의학과 선택을 추천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바이탈 잡는 과라고 하죠?
환자 생명을 다루는 과를 하면 바보라는 소리를 듣는 안타까운 현실이 있지만
그래도 아직 응급의학과는 다른 바이탈 과 중에서 대우도 좋고 수요도 많은 편입니다.


(5) 응급처치의 중요성(응급의학과의 중요성)


예전 30년 전, 응급의학과가 없을 때의 응급실 환경을 보면
왜 응급의학과가 있어야만 하는지 잘 알 수 있어요.
응급의학과의 태동은 90년대 초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와 성수대교 붕괴 등
대량 재난 재해에서 초기 대응과 초기 환자 처치가 안 되면서
피해가 더 커졌던 경험 때문에 시작하게 되었죠.

그때엔 응급실에 인턴 선생님만 있었고 각과 전공의를 불러야
진료가 제대로 이뤄지는 시스템이었는데
중한 환자들이 한꺼번에 밀려드니 아비규환이 되었죠.
이런 환경에서 Triage 시스템을 가동해 현장에서부터 환자를 분류하고
어디로 이송할지 판단하는 역할까지,
이후에 응급실에 도착한 환자를 누구를 먼저 치료하고 누구를 대기시킬 건지,
병원의 자원은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까지도
응급의학과의 업무 범위라 할 수 있습니다.


(6) 일하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


나의 잘못된 판단으로 환자를 잃었던 경험이 가장 뼈아프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전공의 때 그런 크고 작은 경험이 쌓이고 쌓여
전문의가 되어서는 철저하게 가능성을 고민하고
처방을 내리는 면밀한 의사가 되는 것이죠.
하지만 그때의 아픈 기억은 평생 머릿속 한편에 남습니다.


(7) 의사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


환자를 치료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한 명의 사람으로 보는,
연민의 눈을 가진 의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종종 놓칠 때가 있어요.
학생의 질문 덕에 다시 한번 마음을 잡습니다.

질문해 주어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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