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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롭 밀리어너 최석재 님 인터뷰 콘텐츠 사전 질문지

크롭 밀리어너 220119

1. 의료시스템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행위별 수가제와 의사의 현실


의료, 다시 말해 건강할 권리라는 건 시민을 위한 기본권 중 하나죠. 국가는 시민이 건강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의무가 있고요. 국가라는 한 사회의 한정된 재화를 어떻게 배분하느냐의 문제인데 그 방법의 하나가 우리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행위별 수가제이고요.


그 외에 나라별로 여러 가지 제도를 사용하고 있는데 인두제라고 해서 한 지역에 있는 일정 수의 인구를 의사 한 명이 책임지는 제도도 있고 포괄수가제라고 해서 질환 별로 진료비 금액을 정해놓고 지급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일부 흔한 질환에 대해 포괄수가제를 적용하고 있죠.


그럼 어떤 제도가 좋은 거냐, 사실은 어떤 제도든 장단점이 있습니다. 행위별 수가제는 과도한 검사나 과도한 수술 등을 유인하게 되는 문제가 있고 인두제나 포괄수가제는 과소 검사나 수술의 문제가 있습니다. 아파도 일반의 진료를 받으려면 최소 2주, 전문의 진료를 받으려면 최소 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든가 하는 문제이지요.


제가 볼 때 우리나라 의료의 문제는 지불 방법에서 어떤 방식을 택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고 봐요. 초기에 전 국민 의료보험 제도를 적용하고 나서부터 거의 60년간 의료비를 물가 상승보다 덜 올리는 방식으로 행위별 수가 상승을 억제해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과도한 검사와 비보험 진료로 의료 공급이 몰리는 문제가 발생했고 생명을 다루는 꼭 필요한 필수 바이탈 진료는 축소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흉부외과,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심장 수술을 포기하고 산모 보는 걸 포기하면서 심각한 공중 보건의 문제가 생기고 있고요.


또 중환자실, 응급실 자원 부족도 그 대표적인 부작용 중 하나이죠. 중환자는 보면 볼수록 적자가 나고 경한 환자를 외래에서 최대한 많이 보면서 값비싼 검사나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보험 진료를 많이 돌려야 병원이 수익이 나는 구조니까요.


70% 수준이라고 알려진 원가 이하의 고질적인 저수가와 이로 인해 윤리적인 의사와 병원은 망하고 욕심을 부리는 의사와 병원만 살아남을 수 있는 현재의 기형적인 구조가 우리 의료의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부분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환자별 면담시간이 짧은 이유(하루에 너무 많은 환자를 봐야 하는 원인)


위에 말한 내용과 연결되는 문제인데요, 외래에서 환자를 많이 보면서 검사를 많이 내고 약을 많이 써야 병원이 운영되는 구조이다 보니까 대학병원조차도 많은 환자를 보려 하고 환자들은 좋은 진료 받겠다고 대학병원으로 꾸역꾸역 모여드니까 대학병원 외래 진료를 보려면 몇 달을 기다려서 3분 진료를 받는 현실이 벌어집니다. 다 같이 저품질 진료를 받게 되는 것이죠.


여기에는 무너진 1,2,3차 의료기관 간의 의료전달체계의 문제도 있습니다.


응급실 의사가 겪는 현실적인 문제


응급실은 오래전부터 중환자실과 함께 병원에서 운영을 기피하려 하는 분야였습니다. 그래서 중환자실은 수도권이든 지방이든 어느 지역이나 필요한 환자 수보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다행히 응급실은 응급의료관리료 제도와 전문의 진찰료, KTAS 진찰료 등으로 부족한 진료 비용을 보조함으로써 어렵게나마 운영이 되고 있습니다.





2. 성장 과정이 궁금합니다


학창시절 인간관계


학생 때는 친구들과 잘 놀고 잘 싸우고 그러면서 지냈죠. 초등학교 때엔 컴퓨터에 푹 빠져서 삼국지 게임을 하고 컴퓨터 학원에서 그림 그리고 그러면서 지냈던 기억이 나요. 고학년 때엔 과학상자 조립대회, 글라이더 만들기 등 나갔던 기억이 나네요.


중학교 때엔 과학고 간다고 열심히 준비했는데 실패하면서 힘들었던 기억이 있고요. 고등학교 때에도 입시 공부에 묻혀 살았던 것 같아요. 쉬는 시간 사이에 운동장에 나가 농구 하는 게 유일한 낙이었네요.


부모님은 어떤 분들인지


부모님은 좀 엄하신 편이었지만 잔정은 없어도 뒤에서 묵묵히 지켜봐 주시는 분들이었어요. 아버지 사업이 잘 안 되어서 집안이 어려웠지만 그래도 나름 화목한 집안이었어요. 약자에 대한 배려와 사회에 관한 관심은 어머니의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최석재’라는 사람의 정체성이 형성되게 된 과정


어렸을 때의 짓궂음과 남다른 호기심이 좀 특별나긴 했어요. 각종 사건 사고도 잦았지만 제일 압권은 필통에 있는 온도계를 깨서 그걸 맛보고 동생에게도 맛보였다가 응급실에서 위세척 받아야 했던 일이 기억납니다.


이후에 커서는 대학생 때 나만의 정체성이 만들어진 것 같아요. 컴퓨터로 개인 음악방송을 하다가 뜻 맞는 사람들이 모여서 난파선 음악방송 채널을 만들었었어요. 개국 5년째인 본과 3학년 때는 이걸 위성 DMB 채널 방송국으로 키우기 위해 한 해 휴학을 하고 사무실을 차려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곤 했었죠. 한게임과 넷마블에 들어가면 자동으로 우리 음악방송 채널이 틀어지는 시스템을 구축하느라 처음으로 대기업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아보기도 했었네요. 남들은 의대생이 공부 안 하고 딴짓만 한다고 뭐라 했지만, 제게는 너무 재미있는 시간이었어요.


그런 딴짓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과 자신감이 새로운 도전에 거부감이 없는 지금의 나를 만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자존감에 관한 생각 ex. 키우는 방법


작은 성공이 자존감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인턴 때 일인데 이모가 주신 고장 난 노트북을 이리 뜯고 저리 뜯고 하다가 부품을 다 분해한 뒤에 옥션 사이트에 파트 별로 올렸었어요. 파트 별로 판매하고 나니까 이익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고장 난 노트북을 여럿 사들여 파트 별로 올려 개인이 수리하는 것을 도와주기 시작했어요. AS가 안 되는 외국산 노트북이었는데 많은 분이 고마워하셨죠.


이후에는 중고 노트북에 카피씨 프로그램, 지금의 네비게이션과 같은 프로그램을 설치해서 판매한 결과 월 수입 500만원을 찍기도 했어요. 의사 면허를 받은 것보다 이때 더 자신감이 붙었던 것 같아요. 아 어디 떨어져도 난 굶어 죽지 않을 자신이 있다, 그런 자신감과 자존감?


의사의 꿈을 갖게 된 계기(카이스트 < 가천의대 이유)


어렸을 때 호기심이 많았지만, 특히 인체의 신비에 대해 호기심이 많았죠. 그래서 어렴풋이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고등학교 입학해서 성적을 보고 의대 입학은 어렵겠구나, 생각했었는데 고3 때 수능 시험에서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카이스트와 가천의대 동시 합격했었는데 결국 가천의대를 선택했었죠.


살면서 가장 도움이 되었던 멘토 이야기


대학생 때는 시골 의사 박경철 선생님이 제 멘토였습니다. 강연부터 라디오 방송까지 빠지지 않고 모아서 듣곤 했는데요. 조곤조곤 차분하고 푸근한 이미지, 경제에 대한 일관된 원칙과 소신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지금은 요셉의원 설립자이신 선우경식 원장님이 제 멘토라고 생각합니다. 감히 따라 하지 못할 정도의 위인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셨죠. 쪽방촌 주민과 노숙자를 위한 병원 설립과 비용 충당을 위한 자신 한 몸의 내던짐. 당신의 몸을 돌보지 못하시고 위암과 뇌경색으로 별세하실 때까지 하셨던 사회에 대한 사랑과 실천은 제게 큰 본보기가 되었습니다.


아내와 결혼하게 된 이야기


중학생 때 과학반이라는 특목고 입시 반에서 같이 수학했었습니다. 둘 다 특목고 입시에는 실패했지만 계속 연락하고 지내다가 대학생 때 MT를 가게 되었고 그때 밤새 얘기 나누면서 정이 생겼지요. 이후에 제가 진지하게 만나보자고 연락했습니다.




3. 에너지의 원천이 궁금합니다


지금 하는 일 8가지에 대한 설명


여러 가지 일에 참여하곤 있는데 최근에 시작한 일들이 많아서 아직 아주 바쁘다는 생각은 안 듭니다.


응급의학과 의사 중에서 2차 병원에서 봉직하는 분들과 개원하신 분들, 대학에 있어도 촉탁의라고 해서 계약직으로 있는 분들을 대표하는 응급의학 의사회에 홍보이사 겸 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우리 응급의료의 바른 방향이 뭔지 사회에 목소리를 내고 긴급한 위기 순간에 응급의료를 받지 못하는 의료 취약지 주민들이 가능하면 줄어들도록 어떻게 시스템을 만들지 지방 기초단체와 협의도 하고 세미나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언론과의 접촉도 대표하고 있고요.


행복한 의사라는 단체를 통해 온라인 의료 봉사 플랫폼을 구성하고 있어요. 그 첫 단계로 [Happy Doctor] 앱을 만들고 뜻이 맞는 의료인들과 함께 외국인, 다문화 가정 가족들을 대상으로 언어문제를 해결하여 무료 의료 상담을 해주는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요셉의원에 오신 환자 중에 언어문제가 있는 분이나 필리핀 요셉의원 등 해외 환자들을 위해 상담창구를 열어놓고 있고요. 최근에는 부평구 다문화 가족 지원 센터와 MOU를 체결해 의료 상담이 필요한 분들께 더 다가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건방진 닥터스]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어요. 일상을 살면서 꼭 필요한 의료 정보와 상식을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 5명의 유능한 PD님들과 함께 채널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어느덧 8개월간 80여 개의 영상을 제작했네요. 감사해요, 프로섬 스튜디오 PD님들!


꾸준한 운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가장 효율적으로 현대인들이 할 수 있는 운동이 뭘까 고민하다 EMS 트레이닝이라는 운동에 빠져 협력 의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전신의 여러 근육에 자신에게 맞는 저주파 자극을 받으면서 유산소 운동과 근력운동을 하면 효율이 많이 올라가면서 20분 만에 하루에 필요한 운동을 다 할 수가 있어요. 운동하는 모습과 회원님들 상담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서 유튜브 채널 [원바디 EMS]에 올리고 있습니다.


그 외에는 원래 꾸준히 하고 있던 활동인 작가, 칼럼니스트 활동이 있겠고요. 응급실에서 겪었던 에피소드 관련 글을 꾸준히 블로그에 올리다 보니 총 세 권의 책을 낼 기회도 생겼고 다양한 채널에 글을 쓸 기회도 생기더라고요. 즐겁게 쓰고 있습니다. IT 업체에 의료 자문 역할을 하면서 도움을 드리기도 하고 건강학교를 만들자는 목표하에 한 지역 독지가분과 건강한 식이에 대해 공부하기도 하고요. 이런 것들이 작은 성공의 기회가 되기도 하고 즐거움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많은 일을 하는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는지


재미있어서 하는 겁니다. 재미가 없으면 이렇게 열심히 못 하죠. 일이 놀이가 되려면 가벼운 마음으로 해봐야 하는 것 같아요. 꼭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은 내려놓고.


요셉의원 봉사활동을 하는 이유


현재는 요셉의원에서 직접 의료 봉사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어요. 집안에 사정이 생겨서 4년 전에 멈출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요셉의원 신완식 원장님과 조해붕 신부님과는 인사드리며 지내고 있고 도움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나서려고 합니다. 마음은 언제나 요셉의원과 함께 있어요.


[행복한 의사] 단체를 만든 이유


간단하게 말하면 요셉의원과 같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의료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구축하는 단체라고 보시면 됩니다. 우리나라는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뛰어난 나라이지만 아직 세계 각국 각 지역에는 그렇지 못한 곳이 많이 있어요. 언어문제를 해결하고 온라인으로 접근한다면 우리의 의료 지식과 기술이 그들에게 큰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합니다. 지금은 간단한 채팅 형식의 의료 상담 정도이지만, 다음에는 현지 의료 조력자들을 통한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할 수 있는 날이 올 거로 생각합니다.





4. 의사를 하는 이유


3D 직종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버티는지


응급의학과 의사가 힘든 건 사실이지만 3D라고 하기엔 어려울 것 같은데요? 어떤 면에서는 근무시간이 짧고 굵은, 일할 땐 하고 쉴 땐 쉬는, 일의 시작과 끝이 확실한 과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어떤 직업이든 어떤 업무이든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서는 3D일 수도 있고 웰빙일 수도 있는 법이죠.


죽음에 둔해지지는 않는지


죽음에 둔감해지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모든 환자의 죽음에 내 가족같이 감정의 동요를 느껴서도 안 될 것이고요. 하지만 큰 슬픔을 겪고 있는 환자의 가족에게 따듯한 말 한마디 건네는 배려는 필요할 것 같아요. 사망 선언을 할 때 잠시 시간을 드린다든지 하는 것들이죠.


000 한 사람은 의사가 되지 말아야 한다. 000은?


약자에 대한 배려가 의사의 가장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합니다. 배려심이 없는 사람은 의업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의사는 단순한 돈 버는 직업 그 이상의 사회적 책무가 있는 법이니까요.




5. 크롭에 대한 생각


사람들을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사람들과 만나 소통하고 경험을 나누는 일은 너무 귀한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소통이 예비 의사 후배를 향한 사랑과 배려의 시간이라면 더 그렇겠죠. 그래서 중고등학교 직업인 특강 요청이 오면 거절하지 않고 어떻게든 일정을 맞추는 편입니다. 그 활동의 일환으로 크롭이라는 플랫폼이 생겨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멘토와 멘티를 연결해주는, 밀리어너와 러너를 연결해주는,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는 서비스, 크롭의 성공을 기원합니다.


신청하게 된 이유


대표님의 제안을 받고 제게 가장 맞는 서비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적극적으로 밀리어너 활동에 참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6. 꿈이 뭔지


제 꿈은 인생이라는 여행을 즐겁고 행복한 기억들로 차곡차곡 채우는 것입니다. 그래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생이라는 한 여행을 잘 즐기고 간다는 말을 하며 잠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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